“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씩은 모두 갖고 있죠. 세상은 이렇게 앞서 가는데, 형식적인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면 개인이든 국가든 결국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21세기 창조 시대에는 반복적인 일은 컴퓨터에 맡기고 우리 청소년들은 창조적인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창조적인 인재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이며, 아이디어는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상상력은 호기심에서 비롯되죠. 호기심은 자발적인 재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조은영 한국발명진흥회 부회장)
지난 12일, 서울대 공과대학에서는 창의교육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한 데 모였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미래의 인재 청소년과 그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의 열심은 더운 열기를 모두 식히는 듯 했다.
발명, 현재 아닌 미래 불편함 고민하는 것
총 이틀 동안 진행되는 행사 중 첫 날 12일에는 황성재 ㈜퓨처플레이 대표이사의 특별강연과 한재권 로봇공학자의 기조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다가올 시대의 창의교육과 인재상’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선보인 황성재 박사는 그동안 자신이 발명한 제품들을 보여준 뒤, 앞으로 어떤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이야기 했다
“저는 특수고 출신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어요. 게다가 유학 경험도 없었죠.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푸는 능력도 없고,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능력도 없었어요. 영어로 표현해 내는 능력은 더더군다나 없었죠. 하지만 저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정의할 수 있었고 다방면적 호기심으로 관찰했습니다. 즐거움을 추구하고 감성이 풍부했어요. 이렇게 문제에 접근하니 오히려 대학원 과정 중 교수님들께서 놀라셨죠.”
강연 이후 따로 만난 그는 “내가 살아온 궤적을 살펴보면 사회보편적인 ‘성공의 틀’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라며 “그동안 발명과 제조업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왔다. 사실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에는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나를 인재로 데려가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떤 경쟁력이 있는 걸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예전에는 정량적이고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게 중요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성적이고, 문제를 정의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어요. 그 중심에 발명이라는 행위가 있다고 봤죠.”
최근 창의 능력이 강조되면서 발명 역시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는다. 발명을 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찰”이라고 답한 그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발명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문제가 아닌, 다가올 시대를 예견하고 상상하는 게 발명이에요. 많은 학생들이 ‘발명’을 생각하면 현재의 불편함을 개선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의 경험은 지구상 60억 명 모두가 경험했을 내용이에요. 경쟁사가 많은 거죠.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겪을 법한 불편함을 생각해야 해요. 그 불편함을 먼저 상상하고 예측해야 하죠. 미래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미래 환경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죠.”
발명과 창의교육의 상관관계를 묻자 황성재 박사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보편적인 틀 안에 끼워맞추는 방식이 대부분이 아니었나 싶다”며 “사회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게 한국의 마지막 남은 교육 과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 많은 부분을 컴퓨터가 대체할 거예요. 단순한 계산, 암기는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잘해요.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만들어지면서 사람 한 명이 평생 동안 경험할 수 있는 데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지적 브레인이 만들어진 거죠. 그렇다고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대처럼 로봇이 만능 브레인이 되는 시절이 올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결국 이 모든 환경을 잘 활용해서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존엄성과 관련된 분야는 사람이 집중하는 게 필요해요. 그런 교육이 필요하죠.”
로봇을 왜 만드냐고요? 그래야 하기 때문이죠
한재권 박사는 ‘발명 끝판왕 로봇, 로봇과 함께 살아갈 미래’ 라는 주제로 강연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강연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로봇은 사실 지금의 이슈라기보다 10~20년 후의 이슈가 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 했다.
“10년, 20년 후를 위해 지금 학생들과 계속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려면 학생들에게 로봇에 대해 교육하고 세상을 준비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잖아요. 많은 분들이 물어보세요. 로봇을 왜 만드냐고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 10년 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세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2030년에는 전체 인구 중 25% 이상이 65세 이상이 될 것입니다. 매우 혼란스러워질 거예요. 일 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하겠죠. 그 때 로봇은 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런 사회를 부작용 없이 어떻게 잘 만들어나갈 것인가, 지금부터 고민하고 이야기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렇다면 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한 박사는 “로봇과 함께 할 시대에 발생할, 혹시 모를 고민들에 대해 계속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다양한 실험문제 혹은 윤리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 것인지 모두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자동화 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청소년이 성인이 돼서 직업을 가지려고 할 때는 로봇과 경쟁하고 협동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그렇기에 로봇이 잘 하는 것을 하기 보다는 사람이 잘 하는 것에 힘써주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감수성과 창의력, 이런 데 특화된 일에 집중하세요. 창의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으면 로봇과의 공생이 무리없이 이어나가지 않을까요”
로봇 공학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 그는 “기계공학, 전기전자,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심지어 디자인과 심리학 등 모든 것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훌륭한 로봇이 만들어진다”며 “그렇기에 혹시 로봇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학생들은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생각보다 ‘나는 무엇을 재미있어하지’ 라는 호기심을 더욱 기르고 충족시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오유진(18세, 서울) 학생은 “발명과 로봇에 평소 관심이 많았는데 강연을 들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 있었다”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 지 잘 생각하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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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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