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물고기는 물 없는 육지로 올라와 일정시간 동안 사는 모습이 관찰됐다. 물고기 이름은 베도라치(blenny). 우리나라에서는 이 베도라치가 봄철 미각을 돋우는 횟감으로 오르고, 어린 치어는 '뱅어'로 불리기도 한다.
어떤 물고기든지 물이 없으면 죽는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지만,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사는 베도라치는 물 없는 곳에서 떼지어 사는 모습이 관찰됐다. 잡아먹히지않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이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호주국립대학(ANU ·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과 뉴사우스웨일즈대학(UNSW ·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과학자들은 “베도라치가 자신을 공격하는 약탈자들을 피해 육지에 올라와 사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호주 과학자,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발견
UNSW대학의 테리 오드(Terry Ord)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들이 대대로 익숙하게 살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아마도 약탈자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같은 증거는 매우 희귀하며 수집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어메리컨 내추럴리스트’(The American Naturalist) 저널에 발표했다.
물을 떠난 베도라치는 남태평양 쿡 제도(諸島 Cook Islands)의 가장 큰 섬인 라로통가(Rarotonga)에서 발견됐다. 연구원들은 이 열대물고기가 어째서 바닷물에서 나와 육지로 옮기는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베도라치는 바닷물의 수위가 가장 낮아지는 간조 때 해안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는 만조가 되자 물 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일제히 물이 말라 버린 근처 바위나 육지로 뛰어올라오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이 놀란 것은 일시적이나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러 번에 걸쳐 베도라치는 물없는 바위로 올라와 지내는 모습이 연구팀의 눈에 띄었다. 관찰한 4종류의 베도라치 중에서 서로 떨어져 사는 3종류의 베도라치가 이렇게 움직였다.
베도라치를 잡아먹는 약탈자가 간조 때 보다 만조 때 훨씬 많아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바닷물을 피해 육지로 필사적으로 옮기는 것이다.
물론 육지로 올라오면, 새에게 먹힐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물 속에서 약탈자에게 먹히는 것 보다는 위험도가 낮다.
연구팀은 바닷물과 육지 중 어느 곳이 더 위험한 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린이 공작용 점토인 플라스티신으로 250개의 베도라치 모형을 만들었다. 진짜 물고기 같이 생긴 이 모형을 바닷물속과 물가 육지에 3일에서 8일 동안 놓아 두었다.
약탈자 우글거리는 바닷물속이 3배나 더 위험
그랬더니 해안가에 있는 베도라치 모형 보다 바닷물에 들어있는 베도라치 모형이 훨씬 더 공격을 받았다. 결국 베도라치는 훨씬 안전한 곳을 찾아 육지로 뛰어 올라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략 마른 바위로 피하는 것이 물 속에서 지내는 것 보다 3배 정도 안전하다고 추정한다.
베도라치가 물없는 바위에서는 어떻게 생존할까? 파도가 뿌려주는 물줄기로 아가미를 적시는 방법으로 숨을 쉬는 모습이 관찰됐다. 베도라치는 물없는 바위에 알도 낳고, 바위틈에 붙어있는 해초나 박테리아를 먹이로 취하는 추가적인 혜택을 누린다.
오드 박사는 “바닷속에 있는 약탈자가 해안가의 약탈자보다 훨씬 더 가짜 베도라치 물고기를 공격했다. 물 속에는 넙치, 패러갈 전갱이, 놀래기, 곰치 같은 무서운 약탈자가 우글거린다”고 말했다.
베도라치는 일반적으로 작은 물고기로서 어떤 종류는 바닷장어 같이 미끄럽고 긴 모습을 한다. 몸 크기에 비해서 눈이나 입이 큰 편이다.
등 지느러미는 길게 이어지는 편이나, 배 지느러미는 짧고 한 개의 가시가 박혀있다. 꼬리 지느러미는 둥글며, 머리부분에는 새털같이 부드러운 수염이 달려 있다.
바닷물에 살기도 하지만, 강 하류나 빈 조개껍질에서 살기도 한다. 얼핏 보면 망둥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크게 6개 과(科family)로 나뉘며 6과 130속 833여 종으로 이루어지는 등 지역과 주변 생태계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거제에서는 ‘뻬드라치’, 여수에서는 ‘뽀드락지’, 일부 지역에서는 ‘꼬또라지’라고 한다. 서해에서는 ‘병아리’라 하는데 보통 건어물로 많이 먹는 ‘뱅어’는 백색의 어린 베도라치를 부르는 말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3-2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