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쟁에서는 최초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서 전투로봇인 무인지상차량 (UGV Unmanned Ground Vehicle)이 동원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마더보드(Motheerboard), 바그다드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민병대(PMU) 대변인은 “이라크 군이 모술(Mosul) 진입 전투에서 이 전투로봇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은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거점인 이라크 북부 모술(Mosul) 시내에 지난 1일 진입했다. 이는 이라크 정부가 IS에 모술을 빼앗긴 지 2년 4개월 만인데,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은 IS 두목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곳이다.
바로 이 전투에서 이라크 군은 실전에서는 처음으로 UGV를 사용해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라크 군대가 사용한 전투로봇은 바퀴가 6개 달린 소형차 크기로 알 로봇(Al Robot = The Robot)이라고 부른다. 이라크의 한 형제가 개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노트북으로 2명이 원격조정하는 전투로봇
이 전투로봇은 야간투시경을 달았으며, 12.7mm 대포와 러시아 제 70mm 로켓포를 장착했다. 야간수색작전, 주간전투 및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열적외선 카메라는 야간에 목표물을 정찰하는데 사용된다. 이렇게 탐지한 목표물은 이라크 군대나 공군 전투기 등에게 전달돼 적군 공격에 이용된다.
외신에 따르면 전투로봇에 장착된 대포는 아래위로 45도씩 조준이 가능하고,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전투로봇은 2명이 조종하는데 한 명은 차량의 이동을 맡고 다른 한 명은 무기 조작을 담당한다. 전투로봇 조종은 노트북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간편하다. 로봇에 장착된 로켓포탄은 3km 떨어진 곳도 폭격할 수 있다. 이라크 군대는 탱크를 공격할 수 있는 유도미사일을 장착할 계획이다.
군인들의 생명보호를 위해 개발된 전투로봇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개발하는 무기 중의 하나이다. 이미 미 해병대는 2005년에 글래디에이터(Gladiator)라는 이름의 무인지상차량을 개발했다. 소형 차량보다 적은 글래디에이터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과 군수산업체 등이 공동으로 개발해 시제품을 선보였다.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무인지상차량은 각국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아차는 지난 9월 열린 방위산업전시회에서 일반 차량보다 조금 큰 수색차량의 모델을 선보인 적이 있다. 2명이 탑승해서 운전할 수도 있고 무인으로 운전도 가능한 모델이다.
현재 세계에서 전투로봇 제작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며, 두 번째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군은 현재 가자(Gaza)지구 국경에 무인조종차량을 투입해서 감시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항공산업(IAI Israel Aerospace Industries)은 최근 전투로봇인 로배틀(RoBattle)을 공개했다. 로배틀은 정찰, 수색, 무장수색, 호송대 호위, 매복 및 공격작전에 사용되는 무기이다.
IAI는 통로개척용 무인지상차량과 고속무인수상함정도 생산한다. 무인차량기술은 민수용으로도 활용돼 여객기 견인용 로봇 ‘택시보트’를 제작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에 납품할 예정이다.
국제적으로 승인된 '로봇전투규격' 제정해야
그러나 전투로봇의 실전 투입은 앞으로 전개될 전쟁의 틀과 규칙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전투로봇은 두려움도 없고 머뭇거리거나 공포심이 없으므로 아군의 인명피해없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화학물질에 오염되거나 지뢰가 깔린 곳을 수색정찰할 때 유용하게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전투로봇이 과연 전쟁윤리나 교전규칙 같은 것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투로봇은 민간인은 공격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어린아이나 임신부 등은 공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드론에 의한 민간인 살상 등의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곤 한다.
군인이 직접 전투장에 들어가서 전투를 할 때는 상대방의 인명을 살상하거나 총격을 가할 때, 군인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고민과 갈등이라는 인간적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인간적인 접촉이 끊어진 상태에서 로봇은 그저 움직이는 대상을 제거해야 할 물체로 인식할 뿐, 고귀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전투로봇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자율성이 세련되게 발전할수록 전쟁의 비인간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로봇의 실전 투입이 잦아지는 것에 맞춰 국제사회는 ‘로봇전투규범’이나 ‘로봇전투윤리’ 같은 국제적인 헌장을 정하고, 이 헌장을 준수하는 규격의 로봇전투만 개발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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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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