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도 가뿐하게 드는 ‘인공 근육’

별도 에너지 공급없이도 작동… 비용 절감 기여

모든 기계 장치에 사람이 만든 인공 근육 시스템이 장착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별도의 에너지 공급 없이도 스스로의 수축 및 이완 기능만으로 작동할 수 있고, 무거운 물건도 거뜬히 들 수 있는 힘을 갖췄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고분자 소재로 만든 인공 근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기 무게의 일만 배가 넘는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같은 고분자 소재가 앞으로 생체 모방 기술이나 인공 수족(手足) 기술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 근육의 활용도가 넘쳐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Betaboston.com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공 근육의 활용도가 넘쳐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Betaboston.com

자신 무게보다 12600배나 무거운 물건 들어 올려

모든 생체 근육은 뇌에서 보내는 전기신호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상황에 맞게 힘을 만들어낸다. 물건을 들고 있거나, 고무줄을 당기는 힘은 바로 이 같은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서 발생한다.

사람 근육의 수축률은 평균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축률이 20%라는 것은 근육 길이가 10cm라고 가정했을 때, 신호에 따라 8cm로 수축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길이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근육처럼 신호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인공근육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고분자탄성중합체(PDMS)’가 개발되면서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근육 소재는 자신의 무게보다 12600배나 무거운 물건도 들 수 있다 ⓒ Illinoi.edu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근육 소재는 자신의 무게보다 12600배나 무거운 물건도 들 수 있다 ⓒ Illinoi.edu

PDMS는 상온에서 고무와 같은 탄성을 갖고 있는 고분자 물질을 말한다. 뛰어난 탄성을 지닌 덕분에 탄성중합체에 힘을 가하면 단 시간에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되고, 원래 길이의 수백 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PDMS 소재에 탄소섬유를 더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성능의 인공 근육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구진이 사용한 탄소섬유는 규소원자와 산소원자가 교대로 결합하여 사슬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실록산(siloxane)을 주요 성분으로 하고 있다.

인공 근육의 두께는 0.4mm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무게에 비해 12600배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힘은 자연적인 근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힘보다 18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일리노이대의 조교수인 ‘세미 터픽(Sameh Tawfick)’ 박사는 “가느다란 줄에 불과한 인공 근육이 일만 배나 넘는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가볍고 대단히 질긴 탄소 섬유가 PDMS에 보강되어 있으면서도 독특하게 꼬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별도 동력 없이도 작동할 수 있어서 에너지 절감에 기여

인공근육이 주목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에너지 공급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물체나 신체를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 개발이나 의족(義足) 개량과 같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전력공급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인공근육을 개발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포스텍(POSTECH)의 화학과 및 통합과정 소속 과학자들로서, 이들의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지 표지 논문에 실리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개발된 인공 근육은 식물 뿌리가 환경 변화에 맞춰 부피를 변화시키는 원리를 모방하여 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화학과의 박문정 교수는 “빛과 전기로 활성화하는 이중 층 구조의 고분자(LEAP)를 이용하여 인공근육을 개발했다”라고 전하며 “기존의 전기 감응성 현상을 이용하여 만든 인공근육과 비교하면 변형률이 350%나 증가했고, 3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인공 근육 시스템을 도입한 가오리 형태의 바이오로봇 ⓒ 서강대

인공 근육 시스템을 도입한 가오리 형태의 바이오로봇 ⓒ 서강대

또한 작동을 멈추면 더 이상 전력이 소모하지 않아서 기존의 인공 근육보다도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 까지 전력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상용화만 된다면 소형 배터리 하나만으로도 ‘군사용 외골격 수트(Exosuit)’ 같은 웨어러블 기기까지 구동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국내와 해외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이 역시 인공근육을 이용하여 전기가 없이도 움직이는 가오리 형태의 바이오 로봇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 로봇은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도 물속에서 가오리처럼 유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강대와 미 하버드대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PDMS로 구성된 몸체에 금을 증착해서 뼈대를 구성하고, 그 뼈대에 쥐의 심근세포를 배양하여 바이오 로봇의 근육조직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의 박성진 박사는 “가오리 로봇의 날개에 비추는 광 자극의 빈도를 조절하고, 날개의 수축 및 이완 운동을 개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방향전환도 가능토록 설계했다”라고 소개하며 “로봇의 근육구조와 물속에서 유영하는 움직임은 실제 가오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최대 2.5mm/sec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가오리 로봇의 개발 전에도 세포와 기계장치를 접목하는 바이오 엔지니어링은 여러 번 시도됐었다. 하지만 별도의 에너지 공급이나 동력 장치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 로봇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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