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3,2019

망상과 진실사이의 공상허언증

거짓을 진실로 믿어 거짓말 탐지기에도 잡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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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로 가수 ‘MC 몽’이 재판 중에 있다. 이가 빠진 상황이 고의냐, 아니냐에 따라 유∙무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타블로’ 역시 누리꾼들이 학력위조 문제를 제기하며 한때 몸살을 앓았다. 비록 그의 학력이 허위가 아니라고 방송됐지만 여전히 안티카페에서는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거짓말은 연예인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서도 종종 나타난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인증샷, 인증댓글’ 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본다. 온라인에서 ‘인증’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 범사회적으로 쓰이는 사회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거짓말이지만, 사실 소소한 일상에서마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이럴 때 당하는 사람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진실을 가리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상허언증’은 ‘병적 거짓말’ 중 가장 극적인 형태

대부분 사람들은 큰 거짓말을 하게 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감정의 변화는 신경계 호르몬에 의해 여러가지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호흡, 심장 박동수, 혈압의 변화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거짓말 탐지기는 이런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장치이다.

측정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보편적 방법이 호흡활동, 피부자기활동, 심장혈관활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아날로그적 신호를 더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가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 상영된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보면 거짓말 탐지기의 문제점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살인 용의자인 김영훈(신하균 분)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김영훈이 “나는 여자다”라고 소리치는데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이 내용이 ‘진실’이라고 반응한다.

이와 같이 거짓말 탐지기는 정서반응에 의존하는 기구이나 보니 예민한 사람에게는 참말이 거짓이 될 수 있고 냉정한 사람에게는 거짓이 참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대표적 사례가 ‘공상허언증’ 환자이다.

공상허언증은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이면서도 자신도 철썩 같이 믿는 증상으로 ‘병적 거짓말’ 중 가장 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공상허언증’의 유명한 예로는 잭 몽고메리 판사가 있다. 1992년 미국에서 수뢰 혐의로 재판을 받다 자살한 그는 평소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수사 도중 그가 군복무 때 한국에 간 적이 없으며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과 의사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잊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 믿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최근 책을 펴내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된 신정아 씨이다. 지난 2007년 예일대 허위 박사 학위로 문제를 일으켰던 신 씨는 자신의 출신 배경에 대해 갖가지 허위나 과장된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 학위가 거짓으로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 사실이라고 강변했는데, 당시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신 씨가 공상허언증 환자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언어 능력이 다른 뇌 기능보다 월등하기도

사실 공상허언증은 얼핏 들으면 정말 그럴싸하지만 사실과 환상을 조합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따져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인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과대망상증 환자와는 다르게 자신의 얘기가 거짓임이 밝혀지면 그동안 지어낸 이야기를 모두 묻어버리는 경향을 가진다.

공상허언증 환자들은 대뇌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40%가 간질이나 비정상적 뇌파, 머리 충격, 중앙신경 계통의 감염 등 뇌와 관련한 병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환자들은 난독증이나 학습 능력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대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에 언어 능력이 다른 뇌 기능보다 월등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언어를 만들어내는 뇌 기능은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다고 공상허언증 환자들 모두가 뇌 손상이 됐다고도 볼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 중 신정아 씨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공상허언증이 생기는 걸까.

공상허언증 환자들이 양심의 가책이나 감정적 자각 없이 쉽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왜 뻔한 거짓말에 속을까’의 저자인 찰스 포드는 책을 통해 공상허언증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부 정신 분석가들은 공상허언증이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즉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근심이나 걱정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자의식을 창조해 거짓말을 한다고 보는 셈이다. 공상허언증을 일종의 백일몽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를 억압하기 위해 백일몽 같은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오토 페니켈은 공상허언증을 고통스러운 현실이나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존재를 피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봤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숨기고 싶은 고통스러움은 사라지지 않고 거짓말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몽고메리 판사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던 고통스러운 과거가 “전쟁 포로가 되어 고문을 당했다”는 거짓말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거짓말 속에도 ‘폭행’ 받았던 경험이 그대로 묻어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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