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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리켄의 김유수 박사 에트리서 특강 열어

“과학은 언제 어디서나 객관적일 것 같지만, 과학에 ‘한다’라는 동사가 붙으면 사람이 주체가 됩니다. 사람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과학을 하는 행위’의 성격은 ‘사회’에 따라, ‘연구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리켄(이화학연구소) 김유수 박사에 첫마디는 그가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경대 유학을 마치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리켄의 과학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김 박사는 지난 2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제회의실에서 ‘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22일 에트리에서는 김유수 박사의 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 최혜원 / ScienceTimes

22일 에트리에서는 김유수 박사의 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 최혜원 / ScienceTimes

리켄 이야기

일본 이화학연구소(理化学研究所)는 약칭인 리켄(RIKEN, 이하 리켄)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기초과학 연구소이다. 1917년에 세워져 작년에 100주년을 맞은 리켄은 과학자들에게 연구 환경이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유카와 히데키, 도모나가 신이치로 등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 한 곳이기도 하다.

예산은 매년 960억 엔 (우리 돈 약 8500억 원) 정도이고, 총 재직 인원은 약 3500명이다. 현재 소장은 마츠모토 히로시로 전 교토대 총장을 역임한 과학자이다. 김 박사는 “마츠모토 소장이 오고 나서 리켄의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고 언급하며 “최근 5년간 리켄의 미션을 보면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연구소가 응용 연구와의 융합, 사회 환원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리켄의 연구 구조는 센터조직(Centers), 치프 과학자조직(Chief Scientist Laboratories), 클러스터(Cluster)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센터조직은 연구 기간이 5~10년 단위인 한시적인 조직으로 연구 기반 센터(Research infrastructure Centers)와 전략 연구 센터(Strategic Research Centers)로 분류된다. 치프 과학자조직은 긴 호흡의 연구를 하는 조직으로 자연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그중에는 센터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클러스터는 응용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와의 연계를 중시하는 조직이다.

리켄의 연구 조직 구조도 ⓒ riken.jp

리켄의 연구 조직 구조도 ⓒ riken.jp

리켄의 운영 구조는 이사회, 과학자회의, 연구원회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집단의 협력과 견제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여기서 과학자회의는 치프 과학자 19명, 센터 과학자 19명으로 총 38명으로 구성되며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연구원회의는 리켄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연구 장려, 인적 네트워크형성, 연구 환경개선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왜 우리는 과학을 하는가?

“다른 사람이 볼 때 나는 재미도 없고 사회에 도움도 안 되는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밝힌 김유수 박사는 리켄에서 20년간 분자 단위의 계면 관찰을 통한 에너지의 흐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나 산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하는 공동연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라고 하며 그 이유를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분자 단위에서의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수 박사는 ‘우리가 왜 과학을 하는가’에 대해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과학이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그것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 경험을 예로 들었다. 2015년에 리켄과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의 합동연구 제안을 했던 일이다. 김 박사는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연구소로, 순수과학을 다루는 리켄과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며 연구주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연구제안 순서를 달리하여 생각하니 협력방안이 보였다”며 “기존의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찾지 않고 먼저 2050년 미래를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50년을 상상해서 그때 발생할 문제들을 예상해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과학기술이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나의 연구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김 박사가 상상하는 일본의 2050년은 지구 온난화로 섬이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후변화문제로부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분자 계면 연구가 에너지 고효율 장치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했다. 그는 “획기적인 결론을 이끈 것은 아니었지만 왜 우리는 과학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유수 박사가 강연하는 모습 ⓒ 최혜원 / ScienceTimes

김유수 박사가 강연하는 모습 ⓒ 최혜원 / ScienceTimes

김유수 박사는 “지금의 과학은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Problem-Solving Science)이자 생존을 위한 과학(Science For Survival)이다. 이를 위해서는 융합 연구가 필요한데 기초과학은 융합을  수준 높게 하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껍데기만 융합해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 박사가 말하는 리켄의 마인드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 예시로 리켄의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예방법을 소개했다. 리켄 연구자들에게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연구 부정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자들끼리의 교류를 촉진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 토론을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연구 부정을 예방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결국 김유수 박사가 ‘리켄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 것은 ‘연대’라는 키워드였다. 그는 “비단 리켄의 과학자가 아닌 한 연구소의 과학자로서 다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연대가 있다”고 말하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의 연대와 조직 간의 연대를 모색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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