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가락으로 감각 느낀다

생체모방 기술로 신경 신호 재생

팔이 절단된 사람에게 인공 로봇 팔을 부착해 물건을 움켜 쥐는 등 일부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난해한 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시카고대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진은 팔이 절단된 사람의 신경시스템을 직접 자극해 실제의 접촉 감각을 생성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최근 두 사람에게 이를 적용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사이언스’ 자매지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 26일자에 발표했다.

시카고대의 신경과학자 슬리먼 벤스마이어(Sliman Bensmaia) 박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인체의 신경시스템이 감각의 강도와 규모를 어떻게 부호화하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이들은 신경보철 기구를 이용해 인체의 자연적인 신경시스템과 유사한 ‘생체모방’(biomimetic) 접근법으로 팔 다리 절단 수술을 받거나 마비된 환자의 접촉 감각을 재생했다.

이식된 신경 전극이 직접 인체 신경으로 자극을 전달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박사과정생인 에밀리 그레이첵(Emily Graczyk) 연구원이 대상 환자의 신경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극 받았을 때 발생하는 감각의 규모를 환자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사했다. ⓒ Graczyk et al, Sci. Transl. Med.

이식된 신경 전극이 직접 인체 신경으로 자극을 전달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 Graczyk et al, Sci. Transl. Med.

감각 있어야 인공 역할 제대로 수행

벤스마이어 박사(유기체 생물학 및 해부학 부교수)와 피츠버그대 로버트 건트(Robert Gaunt) 박사팀은 지난 13일 같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비 환자가 자신의 뇌로 조종하는 로봇 팔을 통해 접촉 감각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환자의 뇌에 직접 접속해 손을 움직이고 접촉하는 뇌 영역에 전극을 심어 환자가 로봇 팔을 스스로 움직이고 이 로봇 팔을 통해 잡은 물체의 감각을 느꼈다고 기술했다.

이번의 새로운 연구에서는 사고로 팔을 잃은 두 사람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감각신호 등을 보내는 팔의 중앙 신경과 척골 및 방사상 신경에 전극을 장착한 신경 접속 인터페이스를 이식해 실험을 실시했다.

벤스마이어 교수는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마비된 환자가 인공 팔다리를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그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정상적인 손과 신경시스템이 정보를 어떻게 부호화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그 다음에 인공 팔다리를 부착하는 신경보정술에서 이런 신호전달을 최대한 모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와 같은 자연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없다면 신경보철로 원래의 손과 같은 능숙한 능력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 Bensmaia Lab

실제와 같은 자연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없다면 신경보철로 원래의 손과 같은 능숙한 능력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 Bensmaia Lab

서로 다른 감각 강도를 구분해 재생

최근 연구는 벤스마이어 교수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생의학공학과 더스틴 타일러(Dustin Tyler)  교수의 협동연구로 이루어졌다. 타일러 교수팀의 박사과정생 에밀리 그레이첵(Emily Graczyk) 연구원이 대상 환자의 신경이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극 받았을 때 발생하는 감각의 규모를 환자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사했다. 인공 팔이 물체와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각각의 전기 펄스는 주파수나 강도 같은 신호의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신호 규모를 체계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벤스마이어 교수팀은 초기 연구에서 인체 신경시스템이 접촉 강도를 어떻게 포착하는지, 예를 들면 물체가 피부를 눌었을 때 얼마나 딱딱한가를 인지하는 방식을 예측해 냈다. 이 연구 결과는 어떤 자극에 반응해서 신경섬유들이 촉발되는 집단 스파이크 비율(population spike rate)의 수가 자극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연구 결과는 ‘활성화 충전율(activation charge rate)이 더해진 하나의 전기자극은 감각의 세기를 결정한다’는 가설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활성화 충전율을 바꿈으로써 감각 규모를 매우 예측 가능하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어 활성화 충전율은 또한 촉발된 집단 스파이크(PS) 비율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를 수행한 시카고대 벤스마이어 교수(왼쪽)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타일러 교수.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시카고대 벤스마이어 교수(왼쪽)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타일러 교수.

인체 신경시스템과 유사한 신경보철 구축

새로운 연구 결과는 신경 보철을 위한 신경 인터페이스 개발을 앞당겼으나 인공 터치는 신호를 입력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에 제출한 별도 논문(IEEE Transactions on Haptics)에서 벤스마이어 교수팀은 터치 센서를 장착한 로봇 손가락의 감각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를 보고했다.

벤스마이어 교수팀의 비놔 델헤이(Benoit Delhaye)와 에릭 슐루터(Erik Schluter) 연구원은 인체 감각능력을 시험하는 행동연구 기술을 사용해 로봇 손가락이 접촉하는 위치와 압력 정도, 방향, 표면 위를 움직이는 속도 그리고 접촉 물체의 질감 특성을 구별하는 능력을 테스트했다. 이 로봇 손가락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주어진 대부분의 감각 과제에서 인간과 거의 같은 수준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증명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고품질의 입력과, 벤스마이어와 타일러 교수가 만들어낸 알고리즘 및 데이터를 결합해 자연적인 접촉 감각에 근접한 신경보철 구축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의수로 피아노 연주도 가능하게 될까

실제와 같은 자연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없다면 신경보철로 원래의 손과 같은 능숙한 능력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숙련된 피아니스트는 손가락을 통해 전달돼 오는 미묘한 감각신호를 바탕으로 건반을 부드럽게 혹은 강하게 두드려 연주를 한다. 만약 이 같은 감각신호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음악이 아니라 그냥 피아노 소리에 그치고 만다.

벤스마이어 교수는 “연구의 기본 아이디어는 원하는 신호를 손가락을 통해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다면 팔이 절단돼 의수를 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일일이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고 자동적으로 물체와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연구는 접촉 압력에 대한 세밀하게 구분된 정보를 전달하는 첫 단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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