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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11-26

레이저로 물질을 냉각시킨다? 정밀 부위 냉각··· 역발상으로 산업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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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의 감는 방향을 기존과 반대로 감아 반발 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거나, 바다를 황폐화시키는 적조를 다른 무리의 적조로 물리치는 것처럼, 과학기술은 때때로 역발상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했다.

레이저로 물질을 냉각시키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 wikipedia
레이저로 물질을 냉각시키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 wikipedia

이 같은 역발상의 과학 역사에 추가시킬 만한 또 하나의 기술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레이저(laser)를 통해 물질을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지난 16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의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태우거나 녹이는데 사용하는 레이저를 활용하여 물체를 냉각시키는 역발상의 방법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적외선 영역의 레이저를 사용하여 냉각 현상 일으켜

냉각(cooling)은 IT 자동차,엔지니어링 등 모든 산업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대단히 중요한 공정이다. 오래 전부터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효과적인 냉각 공정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반면에 레이저는 지금까지 물건을 냉각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적이 없었다. 레이저는 일정 수준의 출력을 가지게 되면 고온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부분 물질을 녹이거나 태우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이처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관계인 냉각과 레이저가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서로 밀접한 관계로 거듭나고 있다. 워싱턴대의 피터 파우자우스키(Peter Pauzauskie) 교수와 연구진은 현재 레이저를 이용하여 물과 같은 일반적인 물질의 온도를 낮추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의 핵심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시광선 영역의 레이저가 아닌 적외선 영역의 레이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시광선 영역의 레이저는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반면, 적외선 영역 레이저는 흡수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특수한 파장으로 내놓는 성질을 갖고 있어 냉각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레이저를 사용하여 정밀 부위를 냉각하고 있다   ⓒ Washington.edu
레이저를 사용하여 정밀 부위를 냉각하고 있다 ⓒ Washington.edu

파우자우스키 교수는 “사실 레이저를 이용한 냉각 기술은 우리가 처음 개발한 것이 아니라, 1995년 로스앨라모스(Los Alamos) 국립 연구소가 개발에 성공했다”라고 소개하며 “당시는 특수한 진공 환경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들었지만, 현재는 저렴한 레이저를 이용하여 물 같은 흔한 매질에서도 냉각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가 놀라운 이유는 레이저로 물질을 냉각한다는 개념도 개념이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부위라도 냉각을 할 수 있는 ‘포인트 쿨(point cool)’이 가능해졌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도 바로 이런 정밀 냉각 기능 때문에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연구진이 이 같은 냉각 방식을 구상한 이유도 사실 정밀 냉각을 하기 위해서다. 세포 단위의 정밀한 냉각을 통해서 생물학 연구 및 유전자 연구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세포 전체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정밀한 부위를 냉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같은 예상과 관련하여 파우자우스키 교수는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하면 전체 세포를 냉각시킬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하며 “전체 세포를 냉각시킬 경우, 세포가 죽거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우리가 개발한 방법은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는 레이저를 활용한 냉각 방식이 IT 산업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PU처럼 작업 내용에 따라서 온도가 올라가는 부위가 하드웨어 시스템에 매우 효과적인 냉각 방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논 제거 시 냉각이 일어나는 현상을 응용

일리노이대 연구진도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체를 냉각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워싱턴대의 방법과는 다르지만,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체라는 매질을 냉각시키는 개념은 유사하기 때문에 주목을 끌고 있다.

일리노이대 기계공학과의 고라브 발(Gaurav Bahl) 교수와 연구진은 최근 모든 재료에서 발생되는 빛의 기본적 작용인 ‘라만 산란(Raman scattering)’ 효과를 이용하여 고체를 냉각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발 교수는 “나노규모의 구멍들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광결정(photonic crystal) 형태로 유형화(patterning)된 투명한 재료가 특정한 레이저 파장에 비춰지면 냉각될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라고 밝혔다.

포논 제거 시 냉각 현상이 발생한다
포논 제거 시 냉각 현상이 발생한다 ⓒ Illinois.edu

이들의 연구는 음향양자로 불리는 포논(phonon)과 관련이 깊다. 고체에서 열은 포논 형태로 저장되는데, 차가운 물체일수록 포논이 적고, 뜨거운 물체일수록 더 많은 포논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발 교수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다시 획득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포논이 제거되어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전달될 때, 냉각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포논을 제거하는데 관여하는 광자 산란 현상만이 발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작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빛을 이용하여 재료를 냉각시키는 작업을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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