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2,2019

딱정벌레의 놀라운 ‘내장 기능’

장내 미생물 활용…숲 성장 위한 영양분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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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주변에서 눈에 띄는 바퀴벌레나 파리, 모기 같은 많은 곤충들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해로운 존재’로 간주된다.

하지만 수천 종의 다른 곤충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미생물군의 혁신적인 생화학을 이용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위기를 촉발한 인간에 비해 자연보존 측면에서는 더욱 유익한 존재인 셈이다.

곤충도 대부분의 생물체와 같이 미생물과의 공동 진화를 통해 자연생태시스템 기능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Berkeley Lab) 연구팀은 유익한 곤충 중 하나인 파살리드 딱정벌레(passalid beetle, Odontotaenius disjunctus)가 어떻게 미생물이 서식하는 딱딱한 장내 소화관을 이용해 목질 먹이를 에너지로 변환시키고, 새끼들을 위한 먹이를 마련하며, 숲이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을 공급하는지를 확인해 냈다.

이 연구는 미생물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러지’(Nature Microbiology) 11일자에 발표됐다.

파살리드 딱정벌레는 통나무 터널 집을 지키고 새끼들을 보살피기 위해 가족단위로 함께 일한다. 버클리 랩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딱정벌레의 구분된 장내 미생물군은 또한 새끼들의 생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CREDIT: Javier Ceja-Navarro/Berkeley Lab

파살리드 딱정벌레는 통나무 터널 집을 지키고 새끼들을 보살피기 위해 가족단위로 함께 일한다. 버클리 랩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딱정벌레의 구분된 장내 미생물군은 또한 새끼들의 생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 Javier Ceja-Navarro/Berkeley Lab

나무 먹는 딱정벌레의 엄청난 기여

전 세계의 숲에서는 거친 나뭇조각들이 막대한 양의 바이오매스를 만들어낸다. 이 바이오매스는 분해하기가 어렵고, 질소 함량이 낮아 영양분도 부족하다.

흰개미나 파살리드 딱정벌레에게 썩어가는 나무는 주요 식량원이다. 여기에서 세포와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에너지와 영양소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성체 딱정벌레는 1인치 정도 되는 몸체로 곰팡이에 의해 전처리된 썩은 나무 속을 파고 들어가 먹이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나무 분해를 가속화하는 한편 생태계 안의 다른 유기체들이 나무와 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파살리드 군체에는 7마리 정도의 성체가 있고 하루에 몸무게 네 배 이상의 나무를 소비한다. 딱정벌레의 복잡한 소화관 속으로 들어간 나무는 소화과정을 거쳐 가루 부스러기 똥(frass)으로 배출된다.

논문 제1저자인 버클리 랩의 하비에르 세하-나바로(Javier Ceja-Navarro) 박사는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이 똥이 함유하고 있는 질소로, 딱정벌레가 소비하는 나무 양보다 세 배나 많으며, 이것은 딱정벌레, 실제로는 딱정벌레 장 속의 미생물이 질소를 첨가해 준다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리그닌이나 셀룰로오스 같은 거친 식물 고분자들이 사라지고, 수소와 에탄올, 메탄 등의 바이오 연료와 함께 아세테이트 같은 에너지가 풍부한 산물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딱정벌레와 그 안의 미생물이 하고 있는 일은 바로 전세계 과학자들이 목재 바이오매스를 바이오연료나 바이오생산물로 효율적으로 전환코자 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파살리드 딱정벌레의 구획화된 장과 대사과정의 배분 및 구획별 미생물 구성. 중간 장(MG)에서 식물 고분자가 단순한 성분으로 바뀐 다음 앞쪽 후장(AHG)에서 발효된다. 이어 질소가 고정되고 메탄과 수소가 생산된다. 식물 바이오매스 변형은 뒤쪽 후장(AHG)에서도 계속돼 영양분 및 아세테이트와 에탄올, 벤조에이트 같은 대사물이 풍부한 똥(frass)로 배출된다.

파살리드 딱정벌레의 구획화된 장과 대사과정의 배분 및 구획별 미생물 구성. 중간 장(MG)에서 식물 고분자가 단순한 성분으로 바뀐 다음 앞쪽 후장(AHG)에서 발효된다. 이어 질소가 고정되고 메탄과 수소가 생산된다. 식물 바이오매스 변형은 뒤쪽 후장(AHG)에서도 계속돼 영양분 및 아세테이트와 에탄올, 벤조에이트 같은 대사물이 풍부한 똥(frass)로 배출된다.
ⓒ Javier Ceja-Navarro/Berkeley Lab

유산소와 무산소 과정을 양립시켜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버클리 랩 기후와 생태 과학부 부책임자인 어인 브로디(Eoin Brodie) 박사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분광기와 미세 센서를 갖춘 첨단 분자생물학 도구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 딱정벌레의 장은 공장 생산라인과 같이 공동작업을 하는 각각 구분된 미생물 군집이 있는 특화된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독특한 생화학을 이용해 목질을 먹이와 연료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브로디 박사는 “여기서 자연이 제공하는 핵심적인 혁신기술은 양립하기 어려운 생화학 공정을 서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지목했다.

리그닌을 분해하는 일부 과정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반면 딱정벌레에게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발효와 같은 다른 과정들은 무산소 환경이 요구된다. 딱정벌레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세하-나바로 박사는 “내장 벽의 길이나 두께 같은 딱정벌레의 장 구조는 장내 미생물군에 알맞게 진화돼 특정 대사과정들이 서로 다른 장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런 메커니즘에 따라 산소가 요구되는 반응은 산소가 억제되는 반응을 수행하는 지역과 분리된 장 영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구획화 방법 모방한 인공시스템 개발 가능”

연구팀은 또한 딱정벌레의 장 구조가 딱정벌레 자신과 새끼들의 핵심 에너지원인 아세테이트 생산을 돕기 위해 수소 같은 특정 생산품이 빠져나가지 못 하도록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파살리드 딱정벌레는 고도로 발달된 준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나무 터널 속의 가정을 방어하고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가족단위로 함께 일한다. 그리고 딱정벌레가 생산하는 영양이 풍부한 산물은 최종적으로 삼림의 토양으로 돌아간다.

세하-나바로 박사는 딱정벌레가 생산라인에 따라 생화학 공정을 구획화하는 방법을 모방해 앞으로 생물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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