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오후 1시 30분경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해월정 인근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말이어서 관광객들을 비롯한 나들이객이 많아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즉시 산림청 헬기 1대, 소방헬기 1대, 소방차 및 구급차 등 25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펼쳐 1시간 2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런데 정작 이날 화재 진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드론이었다. 소방대보다 드론이 먼저 발화 지점을 찾아내 조기에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었던 것. 해운대구가 지난해 10월 도입한 이 드론은 조종자를 중심으로 반경 2㎞, 최고 고도 1㎞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풀HD급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전방위 감시 활동이 가능하다.
해운대구는 애초에 산불 및 산림훼손 감시용으로 들여왔지만, 드론에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할 경우 적조 조기 감지 및 재난현장에서의 인명구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통 드론이라고 하면 군사용이나 배송, 방송촬영 등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재난 및 안전 현장으로까지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위의 사례처럼 드론은 범위가 넓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특징을 지닌 산불 진화 및 산림 감시에 효과적이다. 저렴한 유지비에 헬기와 달리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4일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노추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도 드론이 투입돼 큰 효과를 거두었다. 오전 11시 40분쯤 시작된 이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산림당국이 17대의 헬기와 900명의 인력을 투입해 오후 6시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밤새 계속된 강풍으로 잔불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보통 산불은 큰불을 잡아도 잔불이 다시 크게 번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잔불을 잡는 것이 산불 진화 작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져 헬기를 통해 잔불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때 투입된 것이 민간업체의 드론이었다. 드론이 밤새 200~300m의 높이에서 비행하다 잔불을 발견해 그 위치를 진화요원들에게 알려주었고, 그 덕분에 다음날 오전 8시경에 산불 진화 활동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소나무재선충병 탐지에 드론 활용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탐지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숲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면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거나 헬기로 영상을 찍어 확산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드론을 이용하면 굳이 헬기를 사용할 필요 없이 영상만으로 재선충이 어디까지 번졌는지 수시로 판단이 가능하다. 드론은 특히 병해충 방제 현장의 급경사지나 집약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포천시 산림생산기술연구소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등 병해충 발생지 탐지 및 확산 예측 등의 현장 시연회를 개최한 국립산림과학원은 무인항공기 연구모임을 발족하고 드론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각종 화재 및 수난사고 현장에 구조용 드론을 도입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1200만 화소의 영상카메라가 장착된 약 3㎏의 중급 드론 2대가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에 배치돼 8월부터 시범운영된다.
이 드론에는 ‘실시간 영상 송출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고층건물 화재나 화생방 지역처럼 구조대원이 즉시 투입되기 어려운 재난현장의 실시간 상황 파악 물론 산악사고 및 수난사고시 실종자 수색을 담당하게 된다. 서울시는 드론 투입을 위해 국방부 및 수도방위사령부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완료한 상태다.
구조용 드론의 시범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서울시는 내년에 열화상카메라가 장착된 공중수색용 드론과 구조로프나 응급의약품 등을 운반할 수 있는 재난특화용 드론을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열화상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도입되면 외부에서 육안으로 감지되지 않는 내부의 연소 상황을 파악해 신속한 화재 진압을 할 수 있으며, 재난특화용 드론은 고립된 구조자에게 구조 및 생명연장장치 등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배송용 드론으로 긴급구호품 전달 가능
민간업체에서 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드론도 재난 발생시 긴급 구호품 운송에 활용될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CJ그룹과 민관 재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국민안전 안심동행’ 업무협약을 지난 5월 14일 체결했다.
이 협약의 목적 중 하나가 각종 재난 발생시 CJ그룹이 보유한 배송용 드론으로 긴급구호품을 이재민 또는 고립지역 주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 보유한 드론의 경우 약 3㎏의 화물을 반경 20㎞ 내 지역에 시속 60㎞의 속도로 운송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배송용 드론 외에 실시간 현장 촬영, 온도 및 위험물질 수치 정보 수집, 스피커를 통해 음성 전달 등이 가능한 관제용 드론도 운용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임수연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는 재난 및 안전 분야에 산림보호활동, 시민안전사고 예방, 재난현장 정보 제공, 재난자 위치파악 및 긴급물품 제공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재난안전 분야에 드론의 활용은 초기단계이며 앞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 및 활용영역에 대한 관심을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 203호 - 재난 안전 현장에서의 드론 활용)
해외에서는 재난 및 안전 분야에서의 드론 활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드론을 이용해 허리케인 중심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알래스카의 송유관 파손 점검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스모그 감시용으로 드론을 이용하고 있는 중국은 드론으로 화학물질을 분사해 스모그를 제거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시행한 ‘좋은 드론 공모전’에서 우승한 스위스 팀의 ‘짐볼(Gimball)’의 경우 탄소섬유 뼈대가 축구공 모양으로 드론을 에워싼 형태여서 벽이나 사물과 충돌해도 추락하지 않는 획기적인 재난현장용 드론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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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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