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개인들의 이기심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조정하면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이타심을 발휘하려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딱한 처지에 눈길과 손길과 발길이 옮겨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감의 시대’(The Age of Empathy)는 생존경쟁 만이 자연의 본질이라는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공감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표현 중 가장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것은 ‘두번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다. ‘다른 이에게 뻗는 손’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네덜란드 태생의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답게 동물사이에서 일어난 신기한 공감의 사례를 수없이 나열하고 있다.
오스카 고양이는 그 중 하나이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사례로 실린 오스카 고양이는 로드 아일랜드 노인 병원에서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의 친구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사망할 것 같은 환자가 있으면 웅크리고 앉아서 가르릉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코를 비빈다. 환자가 사망한 다음에야 자리를 뜬다. 오스카는 25명이 넘는 환자의 죽음을 예측했으며, 오스카가 문병했다가 머무르지 않는 3층에선 아무도 죽지 않았다.
14년간 죽은 주인 무덤을 떠나지 않은 개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가까이 두는 이유는 아마도 포유류가 가진 뛰어난 공감능력 때문일 것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그레이프라이어스 보비’(Greyfriars Bobby)라는 작은 조각상은 주인이 죽은 1858년부터 주인 무덤을 떠나지 않은 스카이 테리어를 기념하는 조각이다. 이 개는 14년 동안 무덤을 지키다가 주인 옆의 무덤에 묻혔다.
일본 도쿄 하치코(Hachiko)라는 아키타 견도 매일 퇴근하는 주인을 마중 나갔다가 1925년 주인이 죽은 후에도 무려 11년동안 계속해 유명해졌다. 이 개의 이름을 딴 ‘하치코 출구’에는 애견가들이 1년에 한 번 씩 모인다.
죽을 위치에 빠진 동료 돌고래를 돕는 돌고래 이야기도 있다. 1954년 10월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수족관에 넣을 돌고래를 포획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 하나가 터져 돌고래 한마리가 기절했다. 그러자 두 마리가 올라와 기절한 돌고래 양쪽을 부축해서 숨을 쉬는 분수공이 물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는 중 두 돌고래의 분수공은 물 속으로 잠기기 때문에 숨을 참아야 한다. 기절한 돌고래가 회복되자 돌고래들은 모두 함께 무리를 지어 도망갔다.
돌고래가 수영하던 사람을 구하거나 상어로부터 보호하고, 유인원이 새를 구하거나, 물개가 개를 구조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영국 미들즈브러 강에서는 물위로 고개를 들지 못하던 늙은 개를 물개가 조심스레 강변까지 밀어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이가 두드러진다. 협업하던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남녀 모두 뇌의 고통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반칙을 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하도록 꾸민 유사한 실험을 했을 때, 뇌의 기쁨을 담당하는 부분이 활성화됐다.
상대의 괴로움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만 남자에게서만 나타나고 여자는 여전히 공감을 보였다.
동물들도 매우 뛰어난 공감을 가졌음을 이해하는 순간, 인간의 일상생활에는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예전처럼 쥐를 함부러 잡아죽이기 어려워지고, 동네 강아지나 길잃은 고양이가 예사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비롯해서 많은 동물들이 공감을 느끼고 그 공감에 따라 이타적인, 혹은 이타적인지 이기적인지도 판단하기도 전에 반응하고 움직이는 이런 현상은 과학으로 좀 더 명확히 설명될 것이다. 생물학과 진화과학의 다양한 분석법을 이용하면, 유전자와 호르몬과 뇌회로의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한 자동적인 행동이라는 ‘공감작용기전’이 밝혀질지 모른다.
그렇지만, 포유류의 다양한 행동과 반응은 한 두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이어서, 과학적 분석은 반쪽짜리 설명에 그칠 수 있다.
행복은 공감하고 신뢰하는데서 온다
이기적인 동기와 시장의 힘으로만 형성된 사회는 부를 생산하는지는 몰라도, 가치있는 삶이나 행복한 삶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실제로 행복도가 높게 나타나는 국가는 시민 사이의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서, 다시 말하면 공감이 잘 이뤄지는 나라에서 나온다.
대체로 이기적인 사람들을 위해서는 공감이 인간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공감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공공의 이익’은 결국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임을 깨닫는데서 시작한다. 우리가 협동하면 우리 모두 형편이 좋아진다. 당장 이익을 못 보면 가까운 미래에 도움이 되고, 때로는 그것이 자녀에게 미치는 좀 더 먼 미래에라도 확실히 열매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이것은 동서고금의 모든 현명한 지도자들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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