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에너지도 아끼는 ‘V2G’

전력망과 배터리 연동···전기차 보급이 관건

전기자동차만 있으면 돈도 벌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창조경제형 신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전력망과 전기차 배터리를 연동시킬 수 있는 이 차세대 기술을 전력망연동(V2G) 기술이라 부른다.

V2G 시스템의 구성도 ⓒ 전기학회

V2G 시스템의 구성도 ⓒ 전기학회

V2G(Vehicle to Grid)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되어 있는 전력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평상시에는 전기차를 주행하는데 전력을 사용하다가,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가 되면 저장되어 있는 전력을 연결된 전력망을 통해 송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전기차 운전자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에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놓고 있다가, 출근 한 후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에너지 피크 시간대가 되면 전력회사에 되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운전자는 전력을 팔아 돈을 벌수 있고, 전력회사는 발전소 가동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에너지의 수요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교통 여건에 적합한 V2G 기술

한정된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의 배출까지도 줄이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 모델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원을 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신기술을 찾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추세에 적합한 기술이 바로 V2G다. 산업 전반에 소요되는 전력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활용한다는 이 개념은, 지난 1997년 미 델라웨어대의 윌렛 켐프톤(Willet Kempton) 교수가 처음 제안하였다.

V2G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신사업은 특히 국내 여건에 매우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승용차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약 2시간에 불과한데, 이는 하루 중 90퍼센트(%) 이상의 시간을 그냥 주차장에 주차시켜 놓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내의 제한된 자동차 활용 방안이 V2G 기술과 만나게 되면, 전기차는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개별적인 전기 소비 장치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닌,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융합형 신사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간대별 전기차의 충전 패턴.  야간에 충전하고 주간에 업무를 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 전기학회

시간대별 전기차의 충전 패턴. 야간에 충전하고 주간에 업무를 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 전기학회

하지만 V2G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있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V2G용 전기 거래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데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V2G 기반의 서비스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과 충전소, 그리고 전력시장 등 적정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V2G 국제표준 규격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데, 금년 말까지는 기본적 사항이 마련되어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오는 2017년까지는 성능 및 점검과 관련한 제도가 모두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전기차의 수량이다. V2G 사업은 일정 규모가 갖춰져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일례로 전기차는 한 대당 20킬로와트(kW) 내외의 전력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보급된 2500대의 전기차를 전부 V2G에 활용한다고 가정해보면, 시간당 7500킬로와트 정도의 전력 절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절감 효과는, ESS가 3~4 개 정도만 있어도 해결될 수 있는 적은 양이다. V2G 사업은 기본적으로 몇 십 만대의 전기차가 일제히 송전을 함으로써 피크 시간대의 전력을 절감하는 서비스기술인 만큼, 전기차 시장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까지 100만 대의 전기차 확보를 목표로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업계는 V2G 사업을 위한 걸림돌들이 해소된다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밤과 낮의 요금 차이로 수익을 얻으면서 전력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V2G 사업의 핵심은 전기차 보급 활성화

현재 V2G 사업의 주관기관은 한전이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전기차 충전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 분야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전기차 충전기의 표준규격은 물론 전기공급 기준조차 없던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은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차 이용을 위해 2010년에 50킬로와트급의 급속충전기와 7.7킬로와트급의 완속충전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전기차 전용 충전 전력요금과 전기공급 기준도 만들어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보급 확산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으며, 이후에도 제주지역에 18개 충전소를 운영하며 상용화 수준으로까지 기술력을 높였다. 이 외에 고속도로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하면서,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이동거리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V2G 사업은 바로 이 같은 인프라 위에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제주 실증사업을 통하여 V2G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실전 경험도 쌓은 상태다. 하지만 V2G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주도 실증단지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스템 ⓒ KEPCO

제주도 실증단지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스템 ⓒ KEPCO

예를 들면 전기차 제조사에서 교류를 직류로 변환시켜 주는 전력변환장치(OBC)를 전기차에 장착해야 한다거나, 앞으로 국제표준이 정해지면 국제표준에 맞춰진 충전기를 구현해야 하는 점 등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무엇보다도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충전인프라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를 보급할 때 ‘전기차가 먼저냐, 아니면 충전기가 먼저냐’라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한전은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충전기가 먼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는 충전사업 안정화가 있다. 전국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모두 한전에서 구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민간 부분과의 경쟁은 필수적이다. 다만 경쟁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민간 에너지 시장과 협력한다면, 자연스럽게 전기차 보급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의 관계자는 “이 같은 기반이 갖춰져 V2G를 위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고객은 V2G를 통하여 돈을 벌고, 전력회사는 V2G를 통해 전력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전하며 “새로운 신사업으로 V2G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V2G는 V2H(Vehicle to Home)이나 V2B(Vehicle to Building), 그리고 V2D(Vehicle to Device) 등의 분야로까지 기술적 확장이 가능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V2H, V2B는 정전 시 비상발전기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V2D는 야외 캠핑 등에서 TV, 전등, 컴퓨터, 냉장고 등과 같은 전자제품과 연동하여 야외에서 전기를 사용하는데 불편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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