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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왜 혁신인가? 변화와 혁신을 말한다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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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참여정부 최대의 화두이다.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기술혁신, 시스템혁신, 문화혁신 등 이른바 3대 혁신을 주창했고 그 후 줄곧 혁신적 성장전략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해왔다. 국토균형발전이나 지역혁신, 공기업의 경영혁신이나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NIS) 로드맵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정부조직과 공기관에 불어닥친 혁신 바람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성아카데미로 유명한 장성군은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지만 학습과 업무혁신을 통해 혁신지자체의 모델로 부각되기도 했다.


탄핵 후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담화에서 ‘혁신주도형 경제(Innovation Driven Economy)'를 말했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초일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혁신이 이렇게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인가.


사실 혁신이란 말은 그리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경제학사에서 보면 이미 슘페터(J.A.Schumpeter)가 경제발전론을 이야기하며 혁신을 제기한 적이 있다. 슘페터가 말했던 이노베이션은 1)소비자 사이에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 재화나 새로운 품질의 재화의 제조, 2)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생산방식의 도입이나 새 판로의 개척, 3)원료 또는 반제품의 새로운 공급원의 획득, 4)신조직의 달성 등이다. 슘페터의 혁신의 핵심은 ‘연구개발에 의한 기술 및 지식창출, 교육훈련을 통한 인적자본의 형성,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등에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가’이다.


기업가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는 ‘앙트르프러뇌르(entreptreneur)’이다. 영어에서도 그대로 이 단어를 사용하는데 영어로는 ‘앙트르프러너’로 발음하는 것 같다. 이 말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고전경제학자 세이(Jean B. Say)가 ‘기업가(Entrepreneur)’라는 처음 사용했는데, 이후 슘페터가 혁신에 있어서 ‘창조적 파괴자로서의 기업가의 책무’를 강조했던 것이다. 그가 이야기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현재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포착해 추구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는 주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형 정신과는 정반대의 혁신적 사고를 말한다. 이런 창조적 정신, 기업가 정신은 혁신의 요체이다.


슘페터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지만 우리의 현실에 견주어 볼 때 훨씬 생생한 논의는 마이클 포터의 ‘국가경쟁력이론(The Competitive Advantages of Nations, 1990년)’이다. 경영전략의 탁월한 이론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를 요소주도(Factor-Driven), 투자주도(Investment-Driven), 혁신주도(Innovation-Driven), 부의 주도(Wealth-Driven) 등 4단계로 나누었다.


요소주도형에서는 천연자원이나 노동력이 성장의 원천이고 투자주도형은 투자드라이브 주도의 산업고도화 경제이다. 혁신주도형 경제는 긴밀한 산업연관, 제품차별화, 기술혁신 및 창의적 인력양성 등에 의한 성장의 경제이며, 부의 주도단계는 과거 이룩한 부에 의존해 성장을 지속시키고 금융, 오락, 문화산업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그런데 요소투입이나 투자주도는 분명히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점에 이르면 노동력이나 자원, 투자 드라이브만으로 더 이상 성장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가 95년 국민소득 1만불을 돌파한 이래 11년째 1만불 시대에 정체해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포터의 경제발전단계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명한 경제학자 폴 그루그만도 1994년에 “요소투입이라는 양적 확대에 의존한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포터에 의하면 일본은 이미 요소단계, 투자단계를 지나 70년대에 혁신주도단계에 들어섰고, 독일이나 미국 등은 훨씬 오래 전에 혁신주도단계에 들어섰다가 이제는 부의 주도 단계에 와 있고, 영국은 부의 주도단계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떤 단계인가. 포터는 한국경제는 투자주도단계에서 혁신주도 단계로 이행해야 하는 단계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을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주창하는 혁신전략과 신성장동력론은 아주 적절한 전략이라고 할수 있다.


혹자는 혁신의 물결도 정부가 바뀌면 함께 사라질 유행일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고야말로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변화와 혁신은 시대적인 요구이지 정권의 요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서서히 죽어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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