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5,2019

대량 멸종 회복이 어려운 이유

종의 멸종 회복 속도 제한 요인 분석

FacebookTwitter

대량 멸종 후 생명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에는 적어도 1000만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의 다양성 회복에 대한 일종의 속도 제한인 셈이다.

이 명백한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학자들은 통상 환경적 요인들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미국 텍서스 오스틴대와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이러한 시간차를 다른 요인, 즉 진화와 연결된 새 연구를 내놨다.

종의 회복 속도 제한은 2억 5200만 년 전 거의 모든 해양생물을 쓸어버린 ‘대멸종(Great Dying)’에서부터 모든 날개 없는 공룡을 죽인 거대한 소행성 충돌에 이르기까지의 화석 기록에서 관찰된다.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8일 자에 실린 이번 연구에서는 후자의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6600만 년 전 대부분의 공룡들을 사멸케 한 가장 최근의 대멸종 후 생명체가 어떻게 회복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6600만년 전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공룡의 대멸종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대멸종 후 종의 다양성이 회복되려면 수백만년~1000만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은 소행성이 아닌 행성끼리의 충돌 모습 상상도. 이 같은 행성 간 충돌은 달 같은 위성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 NASA/JPL-Caltech

6600만년 전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공룡의 대멸종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대멸종 후 종의 다양성이 회복되려면 수백 만~1000만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은 소행성이 아닌 행성끼리의 충돌 모습 상상도. 이 같은 행성 간 충돌은 달 같은 위성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 NASA/JPL-Caltech

멸종 회복속도 제한이론에 대한 증거 제시

멸종을 촉발한 소행성 충돌은 현재의 기후변화보다 더 빠르게 지구에 변화를 초래한 유일한 사건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현재 인간이 지구상에서 일으키고 있는 각종 멸종 사건들로부터 어떻게 생명 회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화, 특히 ‘살아남은 종들이 열린 생태계 틈새를 메꾸거나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가의 여부는 멸종 회복 속도 제한에 달려있다’는 이론은 20년 전에 제안되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화석 기록에서 이 이론에 대한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공충류(foraminifera 혹은 forams)로 불리는 일종의 플랑크톤 화석을 사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른 종 다양성 회복 과정을 추적했다.

소행성 충돌에 따른 대멸종 이후 해저의 모습 상상도. 털이 덮인 세 종류의 유공충(왼쪽)은 멸종에서 살아남은 플랑크톤. 왼쪽 아래 기하학적 모양은 조류(algae)의 한 종류다.  ⓒ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John Maisano

소행성 충돌에 따른 대멸종 이후 해저의 모습 상상도. 털이 덮인 세 종류의 유공충(왼쪽)은 멸종에서 살아남은 플랑크톤. 왼쪽 아래 기하학적 모양은 조류(algae)의 한 종류다. ⓒ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John Maisano

몸체의 복잡성과 다양성 비교

먼저 몸체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종의 수가 늘어나기 전에 전체적인 복잡성이 먼저 회복된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다양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일정 수준의 생태학적 복잡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달리 말하면, 대량 멸종이 그 옛날 진화적 혁신 창고를 모두 쓸어가 버려 처음부터 다시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속도 제한’은 멸종 사건이 있기 전과 상응한 속도로 새로운 종을 생산할 수 있는 새 형질 목록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과 관계가 있다.

논문 제1저자인 텍사스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 크리스토퍼 로어리(Christopher Lowery) 박사는 유공충의 복잡성과 회복속도 제한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진화 속도가 조절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다른 모든 멸종 사건에서도 같은 과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것이 모든 ‘속도제한’에 대한 가능성 있는 설명”이라고 밝혔다.

중생대 후기 백악기 때(9960만년~6600만년 전)의 매우 다양한 플랑크톤 유공충 모습. 대멸종 후 아주 작고 단순한 그룹들이 살아남아 신생대의 고(古)제3기(6500만년~2600만년 전) 동안 종 다양성이 회복되면서 모습이 다양해졌다.  ⓒ Christopher Lowery

중생대 후기 백악기 때(9960만~6600만 년 전)의 매우 다양한 플랑크톤 유공충 모습. 대멸종 후 아주 작고 단순한 그룹들이 살아남아 신생대의 고(古)제3기(6500 만~2600만 년 전) 동안 종 다양성이 회복되면서 모습이 다양해졌다. ⓒ Christopher Lowery

회복과 진화 사이의 연결고리

로어리 박사와 브리스톨대의 앤드류 프라스(Andrew Fraass) 박사 등 연구팀은 초기 연구를 보고 회복과 진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조사하게 되었다.

초기 연구에서는 지구에서 일어난 가장 최근의 대량 멸종 이후 많은 지역들이 곧 서식 가능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 다양성 회복에 수백만 년이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환경 이외에 진화라는 다른 조절 인자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에 의해 유공충의 다양한 종들이 거의 사라져버렸으나 살아남은 종들은 이용 가능한 틈새를 다시 채우면서 재빨리 되살아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초기의 회복으로부터 종 다양성이 급증하기까지는 새로운 형질 진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속도 제한이 예측했듯이 유공충의 전반적 다양성은 1000만 년이 지난 뒤에야 거의 멸종 사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논문 제1저자인 미국 텍서스 오스틴대 크리스 로어리 박사. 소행성 충돌구에서 채취한 표본속의 미세화석을 조사하고 있다.  ⓒ The UT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 Chris Lowery

논문 제1저자인 미국 텍서스 오스틴대 크리스 로어리 박사. 소행성 충돌구에서 채취한 표본속의 미세화석을 조사하고 있다. ⓒ The UT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 / Chris Lowery

“오늘날의 멸종 이후 로드맵 제시”

유공충 화석은 전 세계 해양 퇴적물에서 풍부하게 발견된다. 이로 인해 연구팀은 큰 시간차 없이 유공충의 종 다양성을 면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미국 예일대의 핀셀리 헐(Pincelli Hull) 조교수는 이 연구가 회복을 이끌어내는 요인들을 잘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연구가 나오기 전에도 사람들은 종의 다양성과 복잡성의 기본 패턴에 대해 이야기했을 수 있으나, 양적인 의미에서 서로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에도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침입종 및 기타 요인들로 인해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자들은 과거 멸종 위기로부터의 회복은 이 같은 현대적 멸종 이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를 알려주는 로드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