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인류의 달 탐사 흔적 보호 ‘갑론을박’

고고학적 가치 훼손 위험 VS 우주조약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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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국의 달 착륙이 잇따르면서 월면에 남겨진 아폴로 탐사선 잔해들을 인류 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요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로 정한 유엔 ‘우주조약’에 위배되므로 주권은 인정하지 않는 대신, 향후 새로운 조약으로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6곳의 아폴로 달 착륙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된 ‘모든 달 종족을 위하여(For All Moonkind)’라는 비영리 단체에 따르면 달에 남겨진 인류의 탐사 흔적은 약 100곳에 이른다. 연착륙에 성공한 탐사선 이외에도 착륙에 실패한 잔해,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물체를 모두 합친 것이다.

달 연착륙에 성공한 탐사선 위치 © Wikimedia Commons

달 연착륙에 성공한 탐사선 위치 © Wikimedia Commons

달 표면에 최초로 도달한 인공 물체는 구소련의 루나 1호였다. 1959년 390kg 중량의 루나 1호는 월면에 충돌하면서 대부분 증발했으나, 일부 파편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구소련은 8대의 루나 탐사선, 미국은 5대의 서베이어 탐사선과 6대의 아폴로 탐사선을 착륙시켰다. 중국도 창어 3, 4호를 착륙시켜 모두 21대가 월면 연착륙에 성공했다.

금년 내로 인도의 찬드라얀 2호, 중국의 창어 5호가 다시 달 착륙에 도전하고, 미국은 2024년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유인 달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민간 기업도 나서고 있어서 달 착륙 시도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아폴로 15호가 남겨둔 월면차 © NASA

아폴로 15호가 남겨둔 월면차 © NASA

아폴로 착륙 지점에는 착륙선 하단 잔해를 비롯한 성조기, 카메라, 탐사 장치, 기념물 등 수백 점의 물체가 남겨졌다. 아폴로 15~17호가 가져갔던 3대의 월면차(LRV)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탐사 유적은 앞으로 달 여행객들에게 좋은 관광 명소로 여겨질 수 있다.

‘모든 달 종족을 위하여’의 공동 설립자이자 미시시피 대학의 법학자인 미셸 핸론(Michelle Hanlon) 교수는 “아폴로 착륙 현장은 법적으로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달에 남겨진 발자국, 로버의 탐사 흔적처럼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존할 방법이 없다”라고 밝혔다.

언젠가 관광객들이 몰려가서 착륙 현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유적은 도난당할지도 모른다.

핸론 교수는 “만약 누군가 아폴로 착륙선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월면차에 올라타는 행위를 해도 그것을 제재할 어떠한 국제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며 우발적이거나, 의도적인 훼손 행위에 대비책을 촉구했다.

달 궤도 정찰선(LRO)이 촬영한 아폴로 17호 착륙 잔해 © NASA/LRO

달 궤도 정찰선(LRO)이 촬영한 아폴로 17호 착륙 잔해 © NASA/LRO

미항공우주국(NASA)은 향후 다른 탐사선이 아폴로 착륙지 2km 이내로 착륙하지 말도록 권고안을 채택했다. 단순한 협조 요청에 불과하지만, 착륙선이 내뿜는 배기가스에 착륙 현장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상원 의원들은 ‘인류의 우주 유산 보호를 위한 하나의 작은 단계’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에 “달과 다른 천체를 포함한 우주 공간은 주권 주장과 사용, 또는 다른 수단에 의한 국가 예산 책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네브래스카 대학의 우주 법학자인 잭 비어드(Jack Beard) 교수는 “각국의 자유로운 우주 탐사를 제한하는 배타적 구역을 만든다면 우주조약의 기본 전제에 위배된다”라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폴로 13호 새턴-V 3단 로켓이 달 표면에 충돌해서 만들어진 30m 폭의 분화구. 충돌 지점에서 135km 거리의 아폴로 12호 달 지진계에 지진파가 기록되었다. © NASA/LRO

아폴로 13호 새턴-V 3단 로켓이 달 표면에 충돌해서 만들어진 30m 폭의 분화구. 충돌 지점에서 135km 거리의 아폴로 12호 달 지진계에 지진파가 기록되었다. © NASA/LRO

167톤의 물체가 월면에 버려져

달 표면에 남겨진 인공 물체는 착륙선 잔해뿐만이 아니다. 아폴로 13~17호 임무에서 5대의 새턴-V 로켓 3단(S-IVB)이 달 표면에 충돌했다. 공중량 13.5톤의 빈 로켓들이 월면에 초속 2.5km의 속도로 충돌해서 분화구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아폴로 착륙선의 귀환 모듈과 수명을 다한 탐사선들도 대부분 월면에 충돌시켰다. 일부 탐사선은 프로브를 의도적으로 달 극지방에 충돌시켜 지질 조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월면에 충돌하거나 남겨진 인공 물체는 총 167톤에 이른다. 앞으로 유인 달 탐사와 달 관광이 시작되면 수많은 착륙선의 잔해가 더해지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달 기지 건설을 위해서 많은 물자를 운반하면 그 양은 급증할 전망이다.

구소련의 루나 17호 착륙지점. 주변에 루노호트 1호 로버가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 NASA/LRO

구소련의 루나 17호 착륙지점. 주변에 루노호트 1호 로버가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 NASA/LRO

새로운 우주 협약의 필요성

달 교통량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주조약에 명시된 모호한 원칙은 혼란을 통제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수백 개의 우주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그중 상당수는 달과 소행성의 물과 광물 자원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들이 서로 다투면 어떻게 될까?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우주 법학 교수인 타냐 마송(Tanja Masson)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분쟁의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 서부 개척 시대 같은 무법천지가 되지 않도록 규칙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마송 교수는 정지 궤도 위성을 관리하는 것처럼 주권을 부여하지 않고 우선권을 배포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창설을 제안했다. 그리고 월면을 쓰레기로 채울 위험성에 대해 “우리는 아마도 달에 폐기물 센터를 건설해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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