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천체 중 거리가 가장 가까워서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과시할 목적으로 달 탐사를 수행하였다. 특히 냉전시대에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된 항공 우주 기술을 검증할 목적으로 미국과 소련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달 탐사를 시작했다.
소련이 1959년 12월 세계 최초 달 충돌선(Impactor)인 루나 2호 발사에 성공하여 기술적 우위를 점했으나,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1969년 7월 16일 최초로 인류를 달에 착륙시켜 달 탐사 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렇게 달 탐사에 대한 기억이 잊혀갈 즈음 기술력 과시보다는 달의 생성 기원을 추정하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인류의 거주에 필수적인 물이 달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등 과학적 탐사를 위한 목적으로 달 탐사가 재개되었다.
미국, 유럽 연합, 일본 및 인도가 199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여러 기의 궤도선을 발사하여 달 탐사를 수행하였다. 여러 우주개발 선진국이 서로 연합하여 달 탐사를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 국가들의 주요한 관심은 유사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달 탐사를 수행하는 사이 중국도 우주 정복에 대한 야망을 가지고 달 탐사를 수행해 왔으며, 창어 4호가 1월 3일 18시 23분(협정 세계시,UTC)에 세계 최초로 달 뒷면인 본 카르만 크레이터(Von Karman Crater)에 착륙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사한 달 착륙선은 모두 달의 앞면에 착륙하였다. 그 이유는 달의 착륙 과정의 전 과정을 지구에 위치한 지상국 안테나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달을 보면 항상 달의 한쪽 면만 보인다. 우리가 항상 보는 면을 앞면(Near Side)이라 부르고, 우리가 볼 수 없는 면을 뒷면(Far Side)이라고 부른다.
창어 4호는 그동안 어느 국가도 시도하지 않은 달의 뒷면에 착륙함으로써 기존의 착륙 기술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우주기술을 확보한 미국과도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전 세계에 알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창어 4호는 달의 뒷면에 착륙할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달의 뒷면에 위치한 창어 4호와 지구의 지상 안테나가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췌차오(Queqiao)라는 중계 위성 덕분이다.
췌차오는 창어 4호의 발사보다 7개월 앞서 지구와 달의 평형점(L2)을 중심으로 하는 궤도(달로부터 6만 5000km 떨어짐)에 투입되었다. 췌차오가 창어 4호의 착륙 전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함으로써 그동안 달의 앞면에 착륙했던 착륙선들과 동일한 환경을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창어 4호의 착륙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췌차오가 단지 중계기 역할만 수행한다고 생각하여 쉬운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단순해 보이는 우주 기술도 실제로 구현하고 검증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볼 때 항상 달의 앞면만 보이는 이유를 우연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2009년에 발사된 미국의 달 궤도선엘알오(Lunar Reconnaissance Orbiter)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달이 지구 중력장에 이끌려 현재의 궤도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달 내부에 수축과 팽창 현상이 반복되었고, 이것이 브레이크로 작용해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창어 4호가 착륙한 지역은 본 카르만 크레이터로써 달에서 가장 큰 크레이터라고 알려진 South Pole-Aitken Basin(직경이 2500km이고 깊이가 13km) 내부에 위치한 크레이터이다.
달의 뒷면은 앞면과 비교해볼 때 더 거칠게 보이며, 달의 뒷면은 본 카르만 크레이터를 제외하고는 더 거칠게 보인다. 창어 4호가 본 카르만 크레이터에 착륙한 이유는 평평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탐사되지 않은 달의 뒷면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본 카르만 크레이터 지역이 깊이 패여 달 지각이 노출되었으므로 맨틀의 구성 성분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달의 내부 구조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화성암(Igneous Rock)과 화산 활동에 대한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달의 구성에 대한 단서뿐만 아니라 태양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창어 4호가 해당 지역의 탐사를 통해 달의 내부 구조와 기원에 대한 전례 없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창어 4호가 이룩한 쾌거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우주과학이라는 인류의 관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이 자신들만의 목적을 가지고 탐사선을 보내지만 탐사의 결과물은 결과적으로 큰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조각들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수진 한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 저작권자 2019-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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