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저널 네이처 18일자에 따르면 남극 사우스폴에서 600km 떨어진 머서 호수(Lake Mercer)를 과학자들이 특수 레이더로 탐사했는데, 놀랍게도 해초와 함께 작은 갑각류, 그리고 괴물 타디그레이드(tardigrade)의 사체가 발견됐다.
‘완보류’라고도 하는 타디그레이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유명해진 동물이다. 평균 크기가 0.5mm에 불과하지만, 인간 치사량의 1000배되는 방사선에도 견디고, 극한 온도에서도 살아 남는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것들이 머서 호수에서 50km 떨어진 트랜스안타틱 산맥(Transantarctic Mountains)에 있는 냇가와 연못에서 살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 만 년 전에서 12만 년 전 사이에 잠시 빙하가 물러나 있던 때가 있었다. 이때 살았던 갑각류와 타디그레이드는 후에 기후가 추워지면서 죽은 것으로 보인다.
남극 얼음 밑 머서 호수는 수천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 호수는 2007년 과학자들이 남극 얼음판의 형상을 조사할 때 우연히 발견됐다. 그러다가 마침내 2018년 12월 26일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이호수를 탐사하기 위해 살사(SALSA, Subglacial Antarctic Lakes Scientific Access)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얼음에 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고 1km를 들어갔다.
구멍의 입구는 겨우 60cm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드릴 끝에는 연필크기 만한 노즐에서 뜨거운 물이 나와서 얼음을 녹였다.
연구팀은 이 샘플에서 미생물의 형태로 된 생명체를 발견할 것을 기대했는데, 양귀비씨 보다 작은 갑각류와 타디그레이트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드릴이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판단 하에 연구팀은 장비를 다시 깨끗이 청소하고 샘플을 채취했다.
새로운 샘플에서는 더 많은 갑각류의 흔적들이 나왔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얼음 아래에서 그런 것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머서 호수는 과학자들이 두번째로 도달한 얼음 지하 호수이다. 2013년에도 머서 호수 근처에 있는 윌란스 호수 (Lake Whillans)에서 얼음을 약 600m 깊이로 뚫고 들어가 샘플을 채취했지만 미생물 밖에 나온 것이 없었다.
과학자들은 약 100만 년 전에 이 지역이 바다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지하 호수에서 미생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발견은 이 갑각류와 타디그레이드가 한 때 남극대륙에 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근처의 산에서 이곳 호수로 이동한 것을 보고 있다.
남극 얼음 밑에는 강과 냇물이 수백 개의 물을 연결하고 있고, 이 네트워크는 남극의 역사를 바꿔주고 있다. 남극 대륙의 얼음이 어떻게 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반응하느냐 하는 것이 남극 역사를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을 준다.
머서 호수에서 발견된 것들은 놀랍게도 비교적 잘 보존된 데다 시기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들이 살았던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고, 어떤 환경에서 생존했는지를 분석하면 남극대륙이 어떤 간격으로 따듯하다가 추웠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번에 샘플을 채취함에 따라 연구팀은 탐사 구멍을 막고 철수하게 된다. 실험실로 돌아와서 방사선 연대 측정법으로 동물들이 살았던 시기를 조사하게 될 것이다.
화학적 분석을 해보면 이들이 태양을 받고 자란 생태계에서 자랐는지 또는 빙하 아래 어두운 곳에서 서식했는지를 알 수 있다.
남극은 사람의 손이 가장 덜 탄 곳으로서 생명과 종다양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실험실이 될 것이며, 지구의 빙하기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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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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