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김장을 하면 김치냉장고에 저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독대를 둘 장소도 마땅하지 않고, 냉장고에 두면 1년 내내 김장김치를 신선하게 또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마당 한쪽에 있는 장독대에 항아리를 두거나, 이를 땅에 묻어 보관하였다.
전국적으로 다 똑같이 생겼을 것 같은 항아리도 자세히 보면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도시와 농촌간의 거리가 멀지 않아 지역별 특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지만, 과거에는 지역별로 구분하기 쉬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항아리의 모양이 지역별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항아리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항아리에는 공기구멍이 있는데, 이를 통해 보온과 보습을 하게 된다. 따라서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후에 맞춰 항아리의 모양도 변화한 것이다.
항아리의 기공은 보온과 보습 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 기공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달라지는 기후에 맞춰 항아리 모양을 변화시켜나갔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서울, 인천을 비롯한 경기도와 중부내륙지방의 항아리는 항아리의 주둥이 부분인 입지름과 바닥 부분인 밑지름이 크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입이 유난히 커서 몸통 넓이에 가까울 정도이다. 하지만 키가 크고 배는 그다지 불룩하지 않아 날씬한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 중부지방은 일조량이 많지 않고 기온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장을 보관할 때, 장에 자외선을 충분히 쪼이게 하기 위해서 입을 크게 만들었다. 같은 양의 자외선이 들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입지름이 더 큰 항아리에 더 많은 자외선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햇빛의 자외선은 살균과 소독 작용을 가지고 있다. 장을 담아둔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빛을 쬐어주는 이유도 곰팡이를 막기 위해서이다. 중부지방의 항아리는 큰 입을 통해 최대한 많은 양의 자외선을 받고, 이 자외선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넓은 밑바닥을 만들어 장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했다.
배가 부른 남부지방의 항아리
늘씬한 형태를 가진 중부지방의 항아리와는 다르게 남부지방의 항아리는 대체적으로 배가 부른 형태이다. 같은 남부지방이라고 해도 경상도의 항아리와 전라도의 항아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둘 다 배가 볼록하게 나왔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경상도는 산악과 구릉지가 발달한 지형이다. 그래서 경상도 내 산간지역의 항아리는 넓이보다 높이가 더 크며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높게 만들기 때문에 왜소해 보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둥그스름하게 보이도록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도 했다.
그래서 경상도 지역의 항아리는 배도 불렀고 입지름도 상당히 큰 편이다. 지형의 특성 때문에 일조량이 일정하지 않고 기온이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입지름을 넓혀 중부지방처럼 많은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라도는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으며, 무엇보다 평야와 해안이 잘 발달된 지형이다. 이는 먹을 것이 많아 저장할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전라도 지역의 항아리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규모가 대체로 큰 편이고, 둥근 달 항아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몸통은 크지만 입의 지름은 작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항아리의 입이 넓으면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많아 수분증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신 항아리의 어깨를 넓게 만들어 항아리 표면으로 복사열을 보다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항아리도 있어
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지형적 환경에 제약이 많은 강원, 제주, 북한 지역은 독자적으로 항아리 모양을 바꾸어나갔다. 산악지형의 강원도, 해안지형의 제주도, 추운 기후의 북한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항아리를 만들었다.
강원도의 경우, 위도 상으로는 경기도와 유사하지만 태백산맥으로 인해 일조량이 적고 춥다. 그래서 항아리 모양도 경기도의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입지름과 뚜껑이 더 넓고 어깨 부분의 경사가 급한 편이다. 입지름을 넓혀 자외선을 많이 받고, 어깨 부분의 급한 경사로 복사열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가파른 해안 지형의 제주도는 농지가 부족하고 갯벌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륙지방과는 다르게 장을 저장하는 용도로 항아리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신 빗물을 받아 사용하거나 바닷물을 길어 나르기에 적합한 작은 규모의 항아리인 ‘허벅’을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함경도는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악이다. 따라서 겨울 추위가 혹독하다. 그래서 항아리는 비교적 낮고 넓적한 형태이며 목이 없다. 키가 크면 찬 기운에 장이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서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밑면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았다.
지역마다 항아리의 모양이 달랐기 때문에 지역별로 장을 담그는 방법도 달랐다. 선조들이 얼마나 과학적인 지식을 갖고 음식문화를 발전시켜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상고시대부터 존재해온 항아리는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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