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전쟁, 삶의 방식 변경만이 살 길

환경정책 심포지엄…기후재앙 극복 방안 논의

“현재 온실가스로 지구에 축적되고 있는 열량은 75억 세계인이 각각 20개의 전기 주전자로 바닷물을 끓이고 있는 것과 같다.”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로 인한 열총량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40만 개를 매일 터뜨리는 것과 같다.”

지난 29일 한국환경한림원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공동으로 개최한 제14차 환경정책심포지엄에서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는 이처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현재 전 세계 200여 국이 기후와의 혹독한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고 강조했다.

'심각해지는 기후재앙:폭염,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지난 29일 환경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심각해지는 기후재앙:폭염,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지난 29일 환경정책심포지엄이 열렸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매일 히로시마 원폭 40개 투하…기후전쟁 중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기후 전쟁의 최전선에서는 계속해서 나쁜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온실효과가 커서 지구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메탄이 영구 동토층에서 끊어 오르고 있고, 그린란드는 1980년대보다 6배나 빨리 녹고 있다.

오 교수는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총회에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자는 것에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승인했지만, 지난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지구온난화가 멈추거나 완화되는 증거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지난해 말 안토니오 구테 레스 유엔사무 총장은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심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따르면 ‘기온이 금세기 말까지 2도 이하를 유지할 가능성은 5%에 불과하고 더욱이 2016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설정한 목표치에 도달할 가능성은 1%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재호 교수가 '심각한 기후재앙, 폭염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제했다.

오재호 교수가 ‘심각한 기후재앙, 폭염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제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오 교수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후변화의 최후 저지선인 450ppm을 초과하는 것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기후 전쟁에서 우리를 대신해 싸움에 나서 지구를 구해줄 어벤져스는 없다”며 “우리 스스로 삶의 방식을 변경하지 않으면 조만간 기후 전쟁에서의 패전을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2050년 누적 건강비용 100조 원 넘어

‘심각해지는 기후 재앙 : 폭염,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2050년까지 인류가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불해야 할 누적 건강비용이 1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RCP8.5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까지 올라가게 될 경우 2020년에는 16조 2000억 원, 2030년에는 38조 3000억 원, 2050년에는 101조 4000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 RPC4.5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540ppm으로 유지한다면 2020년에는 13조 7000억 원, 2030년에는 30조 2000억 원, 2050년에는 62조 9000억 원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매우 보수적으로 산출한 비용이라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이처럼 막대한 건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기후변화를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을 통해  다양한 폭염 대응책들이 논의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패널토론을 통해 다양한 폭염 대응책들이 논의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또한 폭염에 의한 사망자에 대해서도 보통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만 발표하는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인체는 복잡계라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응을 한다. 그런데 폭염과 같은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인체의 항상성이 깨지게 되면 죽음을 초래하게 된다”며 “폭염 후 노약자들의 사망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폭염이 대기오염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폭염, 한파, 대기오염 등은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라는 뿌리는 같기 때문에 건강 영역에 있어서도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폭염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폭염으로 인한 재앙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패널토론을 통해 다양한 폭염 대응책들이 논의됐다. 올해는 5월에 벌써 첫 폭염특보가 발효되어 지난해 못지않게 더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취약계층이 분포되어 있는 공동체 시설에 휴대용 기상측정기 설치, 도시 열섬 현상을 줄이는 도시 설계와 관리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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