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발목 잡는 생명윤리법 개정해야

바이오 R&D혁신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 논의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원천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는 2014년 111.5억 달러였던 재생의학 시장이 2021년에는 494.1억 달러로, 연평균 23.7% 성장하며, 유전자가위기술인 크리스토퍼 시장은 2014년 2억 달러였던 것이 2022년으로 23억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이 36.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혁신연구 저해 ‘생명윤리법’ 개정 목소리 높아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른 광범위한 연구 규제로 인해 혁신적 연구가 저해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때문에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에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에서는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제9회 바이오경제포럼에서는 ‘바이오 R&D 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여기서 서경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장은 “현행 생명윤리법 규제방식이 예측하지 못한 속도와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특히 “바이오분야는 급속한 기술발전과 융합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현재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으로는 새로운 기술시장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 사례로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들었다. 현행 생명윤리법에서는 인체 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는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을 치료를 위한 것과 현재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과장은 “미국은 안전 조치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으나 대상질환 명시는 없고, 일본은 임상연구 지침에서 치료대상 질환 명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전자치료 대상 질환 제한은 없애고 개별연구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우리는 연구 범위가 협소하여 유전자가위기술 등과 같은 혁신 기술기반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배아(체세포복제배아)의 연구범위도 난임치료법, 근이양증, 희귀난치병의 치료 연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서 과장은 “올해 2월에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했지만, 아직도 22개 희귀난치병에 관한 연구만 가능하고 그 밖의 연구는 원천봉쇄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초기 생명현상 이해를 위해 배아 이용이 필수적인 연구도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잔여배아와 잔여난자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현재는 5년의 보존기간이 지난 동결 잔여배아와 동결난자 또는 미성숙‧비정상난자, 수정실패 난자만 연구가 가능하다. 때문에 “국내 유수기관들도 연구를 중단하거나 연구가 가능한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 과장은 국내 우수 연구자의 해외 유출과 기술 유출을 우려했다.

게다가 생식세포 등에 관한 유전자치료 연구 전면 금지와 연구목적 배아 생성에 관한 제한 등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기초기술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 기초연구 원칙적 허용 등 개정 방향

이밖에도 선진국에서는 기관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 및 중앙행정기관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심의의 비전문성과 연구 시기의 적시성 상실, 연구 현장의 자율성과 책임성 저하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과학기술계에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초연구 허용, 중복 규제 해소 △기술 및 환경변화와 입법취지 함께 고려 △연구현장의 자율성 확대라는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생식의학계에서는 유전자 검사에도 꼭 금지해야 할 연구만 정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기증자의 자발적 동의가 있을 때는 비동결난자의 연구목적 사용을 허용하되 감시를 강화하면 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줄기세포분야에서는 적용기술이 아니라 연구목적에 따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발생생물학계는 “생식세포, 배아 유전자치료가 임신과정 자연선택에 의해 오히려 안전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념 확증을 위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심한 규제 아래 배아생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춘 과기정통신부 생명기술과장이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수렴한 생명윤리법 개정방향을 밝혔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서경춘 과기정통신부 생명기술과장이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수렴한 생명윤리법 개정방향을 밝혔다. ⓒ 김순강 / ScienceTimes

따라서 서 과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예외적인 경우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와 기초연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연구현장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이오R&D혁신을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잡았다”며 이를 내년 1월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바이오특위에 보고하고, 과학기술계 의견을 반영한 개정 방안을 마련해 주무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에 국무총리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허용질환 범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정부의 생명윤리법 개정 의지가 높아 고무적이지만, ‘생명과학기술에 있어서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명윤리법의 입법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공론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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