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환경을 극복하는 ‘복합 소재’

고분자, 금속, 세라믹 등과 혼합…특수 기능 발현

과학기술과 국방 분야와의 융합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최근 철도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연구협력 협약을 체결, 국방 분야에 활용되던 ADD의 첨단 국방기술을 철도기술에 적용하는 융복합 연구를 시도했다.  

철도연 관계자는 “이 융복합 연구는 ADD의 고성능 복합소재 베어링 기술을 철도차량의 핵심 구성 요소인 대차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갑차의 구동장치에 쓰이는 베어링은 강한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 ScienceTimes

장갑차의 구동장치에 쓰이는 베어링은 강한 내구성이 있어야 한다. ⓒ ScienceTimes

열차에서 차체를 지지하는 대차시스템은 결합 부위의 마모도와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ADD가 갖고 있는 복합소재 베어링 기술이 대차시스템 내 회전 및 반복 운동이 진행되는 부품 개발에 활용된다는 계획이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유도무기가 방향 전환을 하려면 접촉 부위에 엄청난 회전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베어링은 고정되지 않은 회전중심과 고체모터의 연소압력에 의한 압축운동 등으로 회전을 할 수 있다. 이때 베어링에는 엄청난 힘이 가해지는데 이를 위해 강한 내구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가 바로 극한환경기술(Extreme Environment Technology)이다. 특수한 환경에서나 쓰이는 이 극한환경기술은 과학, 군사 목적 등에 한정돼있으나 최근 들어서 인류의 미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민간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미래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심해나 극지 자원의 탐색과 우주 개척, 방사능으로 오염된 원전 등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쓰이는 복합 소재 기술은 극한환경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고속 회전에 견디는 베어링  

극한환경기술은 가혹한 환경에서 사용가능한 기술이다. 수만 rpm이 요구되는 회전력에도 버틸 수가 있고, -200℃에서 600℃까지의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주로 고속펌프, 원심분리기, 인공위성 등 수만 rpm이 요구되는 기계 부품에 사용된다.  

이를 위해 소재들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일정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영하 수백 도의 극저온에서 영상 수천 도에 달하는 초고온, 수천 기압의 초고압, 강한 전자파의 환경에서도 재질의 변형이나 손상이 일어나면 안 된다.  

베어링 제조는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다. 일례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과용 드릴에도 드릴 안에, 내경 3.0mm × 외경 6.0mm × 두께 2mm, 직경 1.0mm정도의 볼베어링을 사용한다. 이 베어링조차도 1분에 40만 번이라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여객기 V2500 제트 엔진의 메인 샤프트에 사용되는 고속 베어링은 초당 160m의 속도로 회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580km/h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고속 베어링은 빠르고, 제트 엔진의 강력한 힘을 받아내며, 장시간의 비행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기계의 정밀도는 베어링의 회전 정밀도에 달려있다”라고 말한다. 2개의 베어링이 양쪽을 지탱하는 회전축의 경우, 축 중심의 진동 상태가 크면, 기계에 고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  

인공위성의 플라이휠에도 초정밀 베어링이 내장돼있다. 이 베어링은, 무려 15년 동안, 쉬지 않고 우주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구동하고 있다. 또 우주 로켓의 액체 연료 펌프에 내장된 베어링은 -253℃의 액체 수소에서 회전하는 반면에 CT 촬영기의 고성능 베어링은 300~500℃에서 구동한다. 이런 가혹한 극한 환경에 적합한 소재 개발은 매우 중요한 분야다.  

최근 들어 마찰이 많은 접촉부위에 복합소재의 부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 ScienceTimes

최근 들어 마찰이 많은 접촉부위에 복합소재의 부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 ScienceTimes

극한환경에 강한 복합 소재  

사막, 심해, 극지 등의 극한 자연 환경은 물론 전투기, 우주선을 비롯한 우주항공 분야와 잠수함, 자동차 부품 등의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은 강하고 강성이 뛰어나면서 가벼운 재질이 중요하다.  

이에 복합 소재는 극한 환경을 극복시키는 기술 가운데 선두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차세대 소재로서 복합 소재는 다양한 산업의 부품소재로서 또는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섬유강화 복합재료는 2개 이상의 물질을 물리, 화학적으로 혼합한 것이다. 이로써 한 개의 소재로는 나타낼 수 없는 특수한 기능을 보인다.  

이러한 복합재료에는 고분자 복합재료(Polymer matrix composites), 금속 복합재료(Metal matrix composites), 세라믹 복합재료(Ceramic matrix composites) 등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복합재료는 강도가 높고 탄성이 매우 뛰어난 연속섬유를 보강재로 이용한 것이다. 에폭시 등의 열경화성 수지나 폴리에스터 등과 같은 열가소성 수지에 유리섬유와 탄소섬유, 유기섬유, 세라믹섬유 및 금속섬유를 보강한 것이다.  

이러한 복합재료는 응용분야가 우주항공용, 국방용 등으로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원료소재 가격의 하락과 더불어 응용분야가 확대돼 우주항공, 운송 분야뿐만 아니라 스키보드, 골프채, 테니스 라켓과 같은 레포츠 용품까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섬유강화 복합재료들은 기존의 금속재료들보다 강도와 강성이 높다. 특히 낮은 비중과 우수한 피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게를 줄여야 하는 우주항공 재료나 자동차의 재료로써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분자 물질을 기지로 하는 섬유강화 복합재료의 경우, 높은 감쇠 특성을 갖고 있어서 외부의 요인에 의해 진동이 발생할 경우 쉽게 진동을 흡수하므로 동력전달축 등에 사용된다. 또한 섬유로 강화된 복합재료는 낮은 열팽창계수를 가지므로, 우주선과 같이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에서 동시에 사용되는 구조재료로 이용된다.

(6672)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