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8

구글이 공식서류에 숨긴 ‘수학 농담’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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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그 모회사 알파벳에겐 희한한 버릇이 있다. 얼핏 봐서는 왜 들어갔는지 짐작조차 어려운 희한한 수(數)가 공식 서류에 불쑥불쑥 등장한다.

1일(현지시간) 나온 2017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알파벳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규모로 제시한 ’85억8천986만9천56 달러’가 그 예다.

거의 모든 회사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힐 때 규모는 백만이나 억 등 딱 떨어지는 단위로 끊는다. 예를 들어 ’85억 달러’라고 밝힌다는 얘기다. 그러나 알파벳은 보고서에 ’8,589,869,056′이라고 적었다.

알파벳은 이 수를 고른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들과 애널리스트 중 상당수는 “이번에도 구글이 수학 농담을 던졌구나”라며 웃었다.

◇ 2004년 IPO 때는 ‘√2′, ‘e’ 나와

구글은 공식 문건에 수학을 아는 사람이면 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을만한 장난을 종종 친다.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기도 전부터 그랬다.

구글은 2004년 4월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의 첫 단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IPO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모으려는 자금의 목표 액수를 ’27억1천828만1천828 달러’로 명시했다.

이는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 단원에 나오는 ‘자연로그의 밑’인 e(= 2.718281828…)의 자리수를 차례대로 늘어놓은 것이다.

이어 구글이 IPO를 앞두고 2004년 8월 18일자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는 구글이 주식시장에 유통되도록 내놓을 A형 보통주의 수가 ’14,142,135′로 나와 있다. 이는 2의 제곱근, 즉 √2(=1.4142135623…)에서 따 온 것이다.

◇ 수학 상수에 맞춰 응찰 액수 불러

구글과 알파벳은 자체 보고서뿐만 아니라 외부와 거래할 때도 이런 ‘수학 농담’을 던진다. 상대편이 뜻을 알아차릴만큼 똑똑한지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하기 전인 2011년에 다른 회사의 기술 특허를 매입하는 경매에 참가하면서 수학 상수(常數)를 이용해 응찰 액수를 제시했다.

구글이 경매 과정에서 제시한 액수 중에는 1,902,160,540 달러, 2,614,972,128 달러, 3,141,592,653 달러 등이 있었다. 이는 각각 ‘브룬 상수’, ‘마이셀-메르텐스 상수, ‘원주율’(π=3.141592653589793…)에서 온 것이다.

‘브룬 상수’는 모든 ‘쌍둥이 소수’(twin primes) 쌍의 역수를 합한 무한급수의 합으로, 그 값은 ‘(1/3 + 1/5) + (1/5 + 1/7) + (1/11 + 1/13) + (1/17 + 1/19) + … = 1.902160540…’로 계산된다. ‘쌍둥이 소수’란 (3,5), (5,7), (11,13), (17,19)과 같이 서로 정확히 2만큼 차이가 나는 이웃한 소수의 쌍을 가리킨다.

‘마이셀-메르텐스 상수’도 정수론에서 소수 분포를 다룰 때 나오는 상수 중 하나로, 그 값은 ’0.2614972128…’이다.

당시 경매 관계자들은 구글이 왜 이렇게 희한한 액수를 적어 내는지 한동안 어리둥절해 하다가 나중에야 ‘수학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글이 부른 응찰 액수 중에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것도 있었다는 전언도 나온다.

◇ 구글은 왜 이 수를 골랐나

구글이 이번 자사주 매입 계획에서 제시한 ’8,589,869,056′은 수학의 한 분야인 정수론(整數論)에 나오는 ‘완전수’(perfect number)라는 특수한 수 중 하나다.

완전수는 그 수 자신을 제외한 그 수의 모든 약수를 합하면 그 수 자체가 되는 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6은 2×3으로 소인수분해되므로, 6 자신을 제외하고 6의 모든 약수를 나열하면 ’1, 2, 3′이고, ’1 + 2 + 3 = 6′이 성립하므로 6은 완전수다.

마찬가지로 ’28′(= 2^2×7 = 1 + 2 + 4 + 7 + 14), ’496′(= 2^4×31 =  1 + 2 + 4 + 8 + 16 + 31 + 62 + 124 + 248), ’8,128′(= 2^6×127 = 1 + 2 + 4 + 8 + 16 + 32 + 64 + 127 + 254 + 508 + 1,016 + 2,032 + 4,064)도 완전수다.

구글이 제시한 ’8,589,869,056′은 소인수분해하면 ’2^16 ×131,071′이고, 이는 다시 ’1 + 2 + 4 + 8 + 16 + 32 + 64 + 128 + 256 + 512 + 1,024 + 2,048 + 4,096 + 8,192 + 16,384 + 32,768 + 65,536 + 131,071 + 262,142 + 524,284+ 1,048,568 + 2,097,136 + 4,194,272 + 8,388,544 + 16,777,088 + 33,554,176 + 67,108,352 + 134,216,704 + 268,433,408 + 536,866,816 + 1,073,733,632 + 2,147,467,264 + 4,294,934,528′와 똑같으므로 완전수다.

“p가 소수(素數·prime)이고 ’2^p – 1′도 소수이면 ’2^(p – 1) × (2^p – 1)’은 완전수”라는 사실은 기원전 300년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에우클리데스(유클리드)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여기서 p = 17인 경우가 ’2^(17 – 1) × (2^17 – 1)’이며 이를 풀어서 쓰면 ’8,589,869,056′다.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고도 수학자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완전수는 단 50개밖에 없으며, 8,589,869,056는 그 중 6번째다.

◇ 단순히 장난이 아니라 ‘기업문화’의 응축

이런 구글과 알파벳의 집요한 ‘수학 농담’을 단순한 장난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수학을 기초에 놓고 출발하는 기술 기업의 본질과 핵심에 대한 몰입을 강조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의 응축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과학이나 전산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는 꽤 널리 퍼져 있지만, 대기업 중에 구글처럼 이를 즐기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구글 공동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04년 4월에 투자자들에게 보낸 IPO 추진 공개서한에 “우리는 통상적인 회사가 아니며, 그렇게 될 생각도 없다”라는 부분을 넣었다. 돈 얘기와 사업 전망으로만 채워지는 보통 IPO 서한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표현이다.

원래 구글이라는 회사 이름 자체도 수학에서 따 온 것이다. 10^100 을 가리키는 단어는 ‘구골’(googol)이며, 브린과 페이지는 1998년 회사를 창립할 때 이 단어를 의도적으로 살짝 변형해 사명(社名)을 ‘구글’로 지었다. 엄청나게 큰 수인 ‘구골’처럼 수많은 웹 페이지를 정리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뜻이었다.

◇ 자사주 매입 3차례 모두 ‘수학 농담’

알파벳은 지주회사 전환 후인 2015년 10월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할 때 ’5,099,019,513달러 59센트’라고 센트 단위까지 금액을 제시했다. 이는 영문 알파벳의 문자 갯수 ’26′의 제곱근인 √26(= 5.09901951359…)에서 나온 것이다.

그 이듬해인 2016년 10월 내놓은 자사주 매입 계획에는 ’7,019,340,976 달러 83센트’가 적혀 있었다. 이것 역시 알파벳의 ’26′을 활용한 장난으로, ’26^e’(= 7,019,340,976.83)의 계산값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쓴 것이다.

지금까지 3차례 자사주 매입 발표에서 알파벳이 매번 장난을 쳤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숫자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맞히기 위해 수수께끼 풀이 경쟁을 벌일 공산이 크다.

‘수학 농담’에 집착하는 알파벳과 구글의 DNA를 이해하는 것은 이 회사들과 IT업계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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