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장비만이 가득하던 광산 현장에 ICT 기술이 접목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혁신적 작업이 가능해진 것은 바로 ‘스마트마이닝(Smart Mining)’ 덕분이다. 자원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 ICT 기술을 적용하여 작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극대화시킨 광산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 최대의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Roy Hill)’이다.
호주 광산에 적용 중인 스마트마이닝 기술
호주 서북부에 위치한 필바라 지역은 철광석의 보고(寶庫)다. 호주 전체 철광석 매장량 중 80% 이상이 이곳에 매장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로이힐 광산은 매장량이 23억톤에 달하는 호주 최대의 철광석 광산이다.
특히 로이힐 광산은 국내 기업인 포스코가 안정적인 철광석 확보를 위해 투자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에 처음 10만 톤 규모의 철광석을 생산한 이래, 불과 4년만에 생산규모가 5500만 톤 정도로 커졌다. 연간 5500만 톤은 포스코 산하의 제철소들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철광석 총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놀라운 점은 이 정도 규모의 철광석을 생산하는 데 있어 사람의 손길이 거의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광석 채굴작업에는 모두 9대의 대형 드릴이 투입되는데, 이들 모두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업자는 채굴 현장에서부터 약 8km정도 떨어진 제어실에 앉아 원격으로 드릴을 작동시킬 뿐이다. 4명의 직원이 2교대로 모니터 앞에 앉아서 게임조종기 같이 생긴 콘트롤러를 사용하여 24시간 돌아가는 9대의 드릴을 조종한다.
이에 대해 광산 관계자는 “드릴마다 설치된 카메라는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제어실과 드릴들은 무선으로 연결되어 회전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라고 소개하며 “작업자가 직접 채굴현장에서 드릴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10% 정도 높다”라고 밝혔다.
무인 드릴과 함께 로이힐 광산이 자랑하는 스마트마이닝 시스템에는 드론도 있다. 드론은 매일 오전에 광산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녹화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녹화 영상을 한데 모아 초고속으로 재생하면 채굴한 원석의 야적 상황이나 물류의 흐름 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로이힐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로이힐 광산은 수년 전부터 스마트마이닝 구축을 위해 들인 노력 덕분에 2015년 말부터 큰 폭의 이익을 거두기 시작했다. 당기순이익이 2016년 2600억원에서 2017년에는 4600억원으로 두 배 가깝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마이닝을 도입하여 거둔 큰 폭의 순이익은 곧바로 호주의 철광석 광산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벌어진 철광석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대부분의 철광석 광산 회사들은 원가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5000원 정도에 달하는 높은 인건비는 호주 광산업계가 스마트 마이닝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작업자의 투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마이닝의 특성 상 광산업계에 만연해 있는 인명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스마트마이닝 기술 관련 플랫폼 구축
포스코가 호주에서 스마트마이닝 시스템의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질 모델링과 입체측량 그리고 3D 형태의 채굴안정성 해석 등 스마트마이닝 시스템에 적용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물자원공사는 ‘디지털마이닝랩(Digital Mining Lab)’을 신설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신기술 개발은 물론, 이미 개발되어 있는 3D 모델링 탐사 플랫폼인 K-모드스튜디오(K-ModStudio)의 추가 모듈을 개발하여 광산통합관리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광물자원공사의 관계자는 “개발 초기만 해도 센서와 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광산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업자나 장치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제한적 스마트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광과 통기 그리고 운반 등 광산 내 모든 요인을 최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원가절감과 개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개발방향이 전환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광물자원공사는 스마트마이닝 확대를 통해 국내 광업산업의 고령화 및 인력부족 문제 등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국내 광업산업은 광산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이직율 증가 및 인력 고령화 등의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또한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경험에만 의존한 개발로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반면에 신설된 디지털마이닝랩에서는 그동안 경험에만 의존했던 채굴방법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고, 작업자와 장비들의 위치인식 모니터링으로 충돌방지 및 붕괴 예측도 가능하다는 것이 광물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광물자원공사의 관계자는 “그동안 광산 현대화 및 자동화 소프트웨어는 비싸고 호환성도 떨어져 국내 기업이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밝히며 “K-모드스튜디오를 통해 3D 모델링 등 스마트마이닝 기술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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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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