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항공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항공우주국(NASA)이 몇 년 전 이색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난 식물 50개를 선정하여 공개한 것.
당시 공개된 식물들을 보며 사람들은 우주선 발사나 행성 관측이 주요 업무였던 NASA가 어째서 공기정화 식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곧 의문이 풀렸다.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정화 식물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던 것.
NASA 관계자는 “항상 밀폐된 공간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의 탑승 대원들을 위해 다양한 공기정화 방법을 찾다가 식물의 공기정화능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라고 밝히며 “지속가능한 우주탐사를 위해서는 공기정화 식물과의 공존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NASA도 조사한 공기정화 식물들의 효능
NASA의 경우와는 동기가 다르지만,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부쩍 높아졌다. NASA가 우주탐사를 위해 공기정화 식물을 조사했다면, 우리나라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 때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실내 환기를 하려면 자주 창문을 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창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실내 미세먼지의 농도를 높여주는 셈이 되다보니, 창문을 열고 닫는 행위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봄철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좋은 식물들을 추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추천하는 ‘공기청정화(花)’로는 △잎 모양의 하얀색 꽃이 청량감을 주는 ‘스파티필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키우는 식물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테이블야자’ △타원형 잎이 특징인 ‘벵갈 고무나무’ △테이블야자와 유사하게 생긴 ‘아레카야자’ 등이 대표적이다.
미세먼지 경보 발령이 잦은 만큼, 이들 공기청정화의 판매량도 최근 들어 대폭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가 운영하는 화훼공판장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추천한 주요 공기정화 식물들의 판매량이 올해 1월부터 3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아레카야자는 100%가 증가했고, 스파티필름은 8% 정도 증가했다”라고 언급하며 “그 중에서도 이국적이지만,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관상용으로 키워져 그리 낯설지 않은 벵갈 고무나무의 경우는 무려 267%나 증가하는 신장세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한국형 공기청정화 선정 필요
농식품부가 이번에 추천한 공기청정화들은 잎을 통해 오염물질 제거 능력이 탁월하고 미세먼지를 줄여주며 실내 공기정화에도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아레카야자(Chrysalidocarpus lutescens)’는 아토피를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가장 우수해서 NASA가 수많은 공기정화 식물들 중에서도 당당히 1위로 꼽은 식물이다.
AT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실내 환경 적응 능력이 좋은 식물로서 특히 가습효과가 좋으며 유해성 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라고 평가하며 “반 양지식물인 만큼, 충분히 물을 주고 환경도 고온 다습하게 만들어주는 생육에 좋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벵갈 고무나무(banyan tree)’는 음이온 발생량이 가장 높은 식물 중 하나이고, ‘스킨답서스(Epipremnum aureum)’는 일산화탄소 제거 능력이 가장 우수한 식물 중 하나다. 두 식물 모두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외에도 아레카야자(areca palm)는 아토피를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가장 우수하고, ‘스파티필름(peace lily)’은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유기화합물들의 제거 능력이 탁월하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야자(Chamaedorea elegans)’는 공기 중 수분방출 능력이 탁월하고 독소가 없어서 애완동물과 함께 키우기에 좋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봄을 맞아 미세먼지와 스트레스에 지친 가족과 자신을 위해 심신에 안정을 주고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식물들을 선물해 볼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하며 “식물들의 특성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면 aT가 운영하는 화훼공판장에 나가 추천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기청정화 보급 정책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의 노은주 주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미국의 경우는 NASA가 주도하여 공기정화 효능이 뛰어난 식물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의 주관 하에 공기청정화를 선정한다면 신뢰성이 생겨서 구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좋다는 공기청정화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진흥청이나 aT 같은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내 거주 환경에 적합한 공기정화 식물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완료되면 대표적인 한국형 공기청정화 등이 소개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 농식품부가 최근 공기청정화 중에서도 스파티필럼과 테이블야자를 ‘계절별 이달의 꽃’으로 선정했다. 이달의 꽃으로 선정되면 어떤 지원을 받게 되나?
계절별 이달의 꽃은 소비자 인지도와 시기별 출하물량 등을 고려하여 사계절별로 꽃과 식물 각 2품목씩 선정한다. 꽃의 경우는 프리지아와 카네이션이 선정됐고, 식물로 스파티필럼과 테이블야자가 선정됐다. 이렇게 선정된 꽃과 식물들은 aT와 함께 미디어를 통한 각종 정보 제공과 소비자 대상 판매 촉진 행사 등이 추진된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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