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지식포럼의 주요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는 북핵사태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것이었다.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북한의 핵문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며 핵전쟁의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고 지적한 것을 비롯해 포럼에 참석한 기업가와 학자들이 핵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핵문제를 게임이론으로 분석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셀링(Thomas Schelling) 미국 메릴랜드 대학 교수는 “북한은 고립됐기 때문에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분석하면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1차 때와 비교하면 금융시장 등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셀링 교수는 특별강연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실험은 예상된 일이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게임이론 측면에서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되며 핵사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셀링 교수는 강연 내내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근시안적인 게임 참가자라면 협력과 상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간접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강압적인 대북정책과 이를 부추긴 일부 보수적인 여론을 비난했다.
“만약 강압적인 대북정책의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인 일본과 한국 등 주변국들이 핵문제에 대해 무력제재 등을 통해 민감하게 대응하면 게임의 판이 깨져 엄청난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며 “게임은 한 순간에 이길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읽을 수 있어야 결국 승리하는 것”이라고 셀링 교수는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명예 교수를 겸하고 있으며 2005년 이스라엘 출신의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오먼(Robert Aumann) 교수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셀링 교수는 이해관계를 둘러싼 집단과 집단 간의 행동과 대립을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을 좀더 세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해 하나의 이론을 정립했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셀링 교수는 게임 이론을 통해 경제활동에서 갈등과 협력에 대한 이해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특히 가격과 무역전쟁과 같은 경제적 갈등에 대한 합리적 설명의 틀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는 임금협상과 국제무역협정 등 오늘날 경제활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게임이론이란 시장의 경쟁주체가 상대편의 대처행동을 고려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즉 ‘한 집단, 특히 기업에 있어서 어떤 행동의 결과가 게임(놀이)에서와 같이 참여자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다른 참여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에서 자기 자신에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을 분석하는 수리적 접근법(數理的接近法)’을 말한다.
셀링 교수는 이러한 게임이론에 근거해 “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한 것이다. 북한이 고립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핵뿐이라고 생각했고 이제 그 카드를 손에 쥐었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는 등의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셀링 교수는 1945년 미국 예산국 근무를 거쳐,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유럽부흥계획(마셜 플랜)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갈등과 협상에 대한 게임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특히 1960년 저서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을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냉전체제 하의 미소관계를 공부해야”
셀링 박사는 경제학 이외에도 군사전략 및 군축, 에너지와 환경정책, 기후변화, 핵확산, 테러 조직범죄 등을 비롯해 마약, 보건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했으며 관련된 책도 집필했다. 그는 정치경제부문 프랭크 시드먼상과 핵전쟁방지 관련 연구로 국립과학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그가 주장하는 게임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은 하나의 게임’에서의 그 게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경쟁하는 바둑판을 연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게임에서 하수든 고수든 간에 자기가 불리하다고 해서 판을 엎지는 않는다. 북한과 미국은 게임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셀링 교수의 전망이다.
미국과 소련이 펼쳤던 핵무기 경쟁을 게임이론과 협상전략으로 명쾌하게 풀어 낸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경쟁을 하면서도 충돌이 없었던 것은 상대편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곧바로 더 강하게 으름장을 놓은 전력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먼저 공격을 했다가는 보복을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hanmail.net
- 저작권자 2006-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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