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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8-04-17

개나리도 열매가 열린다고? 암수 관련 기존 주장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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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너무 익숙해서, 우리 옆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존재들이 많이 있다.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개나리도 그런 존재들 중 하나인데,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개나리의 열매’ 같은 존재들이다.

개나리 열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나리에게도 열매가 있었나?’라고 의아해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나리지만, 의외로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국립수목원 연구진이 최근 들어 개나리에 대해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자료를 제작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기는 힘들지만 개나리도 분명 열매를 맺는다 ⓒ gogi.or.kr
보기는 힘들지만 개나리도 분명 열매를 맺는다 ⓒ gogi.or.kr

동북아시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생하는 개나리류

개나리는 한반도 특산식물이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개나리는 모두가 ‘개나리류’에 포함되는데, 개나리 외에도 산개나리와 만리화 등이 개나리류에 포함되는 식물들이다.

특히 ‘의성개나리’와 ‘당개나리’ 같은 식물은 동북아시아 내륙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생하는 개나리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의 정원에서 심어 기르던 개체들로부터 학명이 명명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립수목원의 관계자는 “의성개나리와 당개나리는 모든 개나리 품종의 조상종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밝히며 “이들이 주로 자랐던 중국과 일본의 뿌리를 추적해 보면, 과거에도 이미 개나리류들이 동북아시아에 존재했고, 지역별로 교류도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천 직지사의 개나리. 3m가 넘는 거목으로 알려져 있다
김천 직지사의 개나리. 3m가 넘는 거목으로 알려져 있다 ⓒ 국립수목원

개나리류가 과거 동북아시아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자생했다는 점 외에 주목할 만 한 특징으로는 높이가 3m 이상 자라는 큰 관목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가지를 쳐서 작게 기르는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크게 키운 개체들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김천 직지사에는 높이 3m 수준의 개나리들이 여러 개체가 자라고 있다. 그 중에는 수령이 200년도 더 된 큰 개나리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죽었기 때문에 현재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직지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립수목원의 관계자는 “개나리류를 탐사하기 전만 하더라도 단순한 원예 식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하면서 자생 개체들을 중심으로 변이가 많이 발생했음을 파악했다”라고 언급하며 “개나리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사와 생태적 역할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나리는 암수가 하나의 나무에서 피는 양성화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이번 자료를 통해 몰랐던 개나리의 역사를 알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이 가는 대목은 개나리 열매의 존재와 암·수가 구별되는 식물인지에 대한 여부다.

우선 개나리 열매의 경우 보기 힘들어서 그렇지 분명히 존재한다. 개나리 열매는 보통 9월경에 열리는데, 길이는 1.5∼2cm정도이고 달걀 모양을 띈다. 한방에서 쓰는 연교(連翹)는 개나리 열매를 말린 것인데, 항균 ​및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기나 독감약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한방 재료로도 사용되는 개나리 열매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립수목원의 관계자는 “봄에 피는 대부분의 개나리가 암술이 짧은 꽃을 가진 개체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개나리는 두 가지 형태의 꽃을 가진 식물이다. 여기서 두 가지 형태란 암술이 긴 꽃과 짧은 꽃을 말하는데, 이를 각각 ‘장주화’와 ‘단주화’라 부른다. 개나리꽃은 암술 꽃과 수술 꽃으로 구분되는데, 수술 꽃의 수술은 모두가 일정한 반면에, 암술 꽃은 길이가 다른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나리는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다른 딴 그루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개나리꽃은 암술과 수술이 모두 존재하는 ‘양성화(兩性花)’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나리 열매를 좀처럼 보기 힘든 이유는 같은 형태의 암술 꽃이 군집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같은 암술이라도 형태가 다른 꽃들이 가까이 존재해야 타가수분이 활발해지는데, 형태까지 같은 꽃들이 군집을 이루다보니 근친교배 확률을 감소시키려는 진화적 경향 때문에 열매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나리의 암술이 긴 꽃(왼쪽)과 짧은 꽃
개나리의 암술이 긴 꽃(왼쪽)과 짧은 꽃 ⓒ 국립수목원

다음은 개나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담긴 자료 제작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의 조용찬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과거 학계에서 발간된 자료를 보면 개나리는 암·수가 다른 나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전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번역 과정에서 실수가 조금 있었고, 이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오래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발간된 일본 도감을 보면 개나리가 암·수 딴 그루인 나무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착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 자료 발간과 관련된 이번 작업의 의미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자연자원의 확보가 중요한 이 시대를 맞아 한반도 특산식물로 분류하고 있는 개나리와 같은 유용한 식물자원을 잘 보전하고 활용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내의 중요한 식물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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