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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3-12-24

같은 향수 냄새,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 모넬 화학지각센터, 28가지 냄새 반응 방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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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로 감각할 수 있는 동물에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의 척추 동물과 곤츙류의 일부이다. 포유류를 비롯한 고등동물의 후각기는 호흡기를 겸하고 있으며, 어류의 비강은 호흡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곤충의 후각기는 더듬이에 붙어 있고, 거미류는 입틀에 후각기가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후각은 비교적 고등한 동물이 갖추고 있는 감각으로, 동물체 내의 특별한 부분이 후각기로 발달되어 있다. 냄새를 감각하는 후상피(嗅上皮)에 후세포가 다수 밀생해 있는데, 이 후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그 신호가 뇌에 전달된다.

사실 후각은 시각에 대한 빛이나 청각에 대한 소리와 같이 냄새를 내는 물질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그것을 감각할 수 있다. 또한 후각 그 자체에는 방향성이 없지만, 냄새는 다른 감각의 협력을 얻어 방향성이 있는 반응을 추적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냄새를 잘 맡는 동물로 알려져있는 개는 냄새를 맡아 목적물을 추적할 수 있으며, 나방이나 초파리는 수 km나 떨어진 곳에서 내는 암컷의 유인성 물질의 냄새를 맡고 거기까지 도달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같은 냄새를 다르게 느끼기도 한다. 왜 그럴까.

같은 향수 냄새 다르게 느끼는 이유?

▲ 같은 향수 냄새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각각의 수용체로 인해 사람마다 냄새를 감지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Science Times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지각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는 최근 같은 냄새라도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모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냄새를 느끼는데, 이는 개개인의 냄새 수용체(olfactory receptor)가 약 30%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511개의 냄새 수용체를 복제하여 이들을 실험실의 숙주세포에 깊숙이 박아놓았다. 그 후, 각각의 냄새 수용체가 어떻게 73개의 다른 냄새 패널판에 반응하는지를 측정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각의 냄새 수용체 모음이 다른 냄새에 반응하는 28가지의 각기 다른 방식을 확인하였다.

결과 추론을 위해 수학적 모델을 사용한 연구팀은 두 사람이 각각 가지고 있는 400개의 수용체 중 약 30%인 140개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의 수용체로 인해 개인이 냄새를 감지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으며, 수용체 하나만 달라져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사물이 어떠한 냄새가 나는지를 알고 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냄새라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유형의 스테로이드에 대해 A라는 사람은 향수의 원료인 백단유(sandalwood) 냄새로 느낄 수 있지만, B는 소변의 지린내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 신경과학 저널(Nature Neuroscience journal)을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이 각기 다른 냄새를 정확하게 창조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면 애인 냄새에 더 민감

이러한 사람의 후각은 애인의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인들이 사랑에 빠질 때,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냄새를 맡는 능력은 사람의 감각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이며, 이것이 이성을 선택할 때 핵심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요한 룬드스트룀 교수 연구팀은 여인이 있는 젊은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애정도와 냄새의 상관 관계를 조사하였다. 실험 도구로는 남성 애인이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입어 냄새가 배인 티셔츠가 사용되었다. 연구팀은 여성들에게 체취가 밴 티셔츠 세 벌의 주인을 알아 맞히라고 주문하였다.

그 결과, 깊은 사랑에 빠진 여성은 애인이 입었던 옷을 금방 찾아냈다. 그러나 다른 남자가 입었던 옷을 찾아내는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한 남성이 아닌 다른 여성 친구가 입었던 옷은 거의 구별하지 못했다. 이는 사랑에 빠지면 냄새를 비롯한 애인의 모든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다른 이성에게는 무감각해지는 심리학적 편향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버팔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마크 크리스탈 박사 역시 남녀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냄새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미꽃 향기처럼 달콤한 냄새는 사랑의 화학적 반응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퀴퀴한 냄새 대신 딸기 향이 나면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 사랑에 빨리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냄새에 대한 기억,대대로 유전된다

냄새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는 또 있다. 특정 냄새에 대한 기억은 대대로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이다. 미국 에모리대학 의과대학의 브라이언 디아스 박사는 특정 냄새와 연관된 기억은 정자를 통해 2세, 3세 자손에 전달된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실험대상 쥐들에 벚꽃 비슷한 냄새를 맡게 하면서 다리에 전기 충격을 가해 이 냄새만 나면 공포를 느끼도록 훈련시켰고, 이 훈련은 새끼를 배기 전에 실시되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2대, 3대 쥐들을 똑같은 냄새에 노출 시킨 뒤 반응을 살폈더니 냄새를 한 번도 맡은 적이 없음에도 후손 쥐들이 극도의 공포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다른 냄새들에 대해서는 보통 쥐들과 같은 반응을 나타냈지만, 유독 이 냄새에 대해서만은 다른 쥐들에 비해 200% 이상의 강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벚꽃 냄새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콧속의 후각수용체를 관장하는 특정 유전자를 세대별로 비교분석하였다.

그 결과 1세대 쥐의 정자를 통해 후손에 전달된 이 유전자가 DNA 염기 서열에 있어 전혀 차이가 없었으나, 후생 유전학적 표지를 지니고 있어 유전자가 과잉발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기억정보의 전달은 후손에게 특정 환경조건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냄새는 후천적인 뇌의 학습과 기억 기능에 의해 습득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갑자기 음식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면 뇌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후각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다양한 뇌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특히 후각과 관련된 뇌기능은 뇌 발달 초기에 이뤄지며, 후각이 대부분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만큼 뇌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하는 원리와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후각 기능을 추적하게 되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으로 기억이 손상되는 것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3-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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