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은 테마파크가 가장 붐비는 달이다. 따라서 그만큼 가정경제의 출혈도 커지게 된다. 테마파크 방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테마파크 이용료가 비싼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로는 시설투자비를 들 수 있다. 계절마다, 그리고 이벤트 시점마다 달라지는 시설들의 설치를 위해 테마파크 측은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붇는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의 테마파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설물의 모습이 바뀌지만, 비용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가상현실(VR) 개념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형태의 테마파크로 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에 가상현실을 더하는 신개념 테마파크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엔가젯(Engadget)은 지난 10일자 기사에서 미국의 한 게임 신생기업이 가상현실이 가미된 테마파크를 조성 중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일정한 구조물이 설치된 장소에 가상의 컨셉 및 테마를 입히는 방식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 링크)
‘더 보이드(The Void)’라는 이름의 이 VR 테마파크는, 단순히 가상현실 기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도 같이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령 방문객이 테마파크 내의 통로를 걷는 것은, 가상의 통로가 아닌 진짜 통로다. 다만 어떠한 인테리어나 장비 등이 설치되지 않은 텅 빈 통로다. 이런 텅 빈 통로를 걷게 되지만, 머리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쓴 방문객들의 눈에는 나무나 요정 등 게임 속의 온갖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다.
실제로 더 보이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엉성하게 만든 모형 구조물과 지형지물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 기술이 이 같은 엉성한 구조물을 꿈과 환상이 가득한 판타지의 무대로 바꿔준다.
또한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비나 바람 등을 맞을 수 있는 4D 환경은 물론 향후에는 냄새와 같은 오감을 자극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라는 것이 더 보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투용 게임의 경우 조끼나 글러브, 사격 등을 통해 보다 실감나는 체험을 경험할 수 있으며, 모션 시뮬레이터(Motion Simulator)를 통해 전투기나 자동차 등의 탑승물도 체험 가능하다.
이 같은 가상현실이 가능한 이유는 더 보이드가 자랑하는 최신의 디바이스들 덕분이다. 1080p 고해상도의 커브드 올레드 디스플레이(COD)를 시작으로, 고품질의 스테레오 헤드폰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타 유저와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마이크로폰을 제공하고, 헤드 트래킹 센서 등까지 탑재하여 사용자는 실제 전쟁터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든다.
현재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더 보이드의 켄 브렛슈나이더(Ken Bretschneider) CEO는 “공간의 크기가 가로와 세로 각각 18미터 정도여서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협소한 수준이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이 같은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방문객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 VR 테마파크는 한 창 건설 중에 있다. 따라서 당장 가상현실 게임을 체험해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브렛슈나이더 CEO와 연구진은 내년 여름쯤에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즈니는 자사 콘텐츠를 가상현실에 접목해
더 보이드 같은 형태의 테마파크는 아니지만 오프라인 테마파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디즈니도 최근 자사의 테마파크를 오큘러스리프트(Oculus Lift) 같은 헤드마운트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부터 가상현실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디즈니는, 시작 초기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1997년에 가상현실 체험관 ‘디즈니 퀘스트(Disney Quest)’를 개관하는 등 가상현실을 꾸준히 자사 콘텐츠와 결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 디즈니에서 가상현실 게임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베이양(Bei Yang) 테크니컬 디자인 매니저는 “디즈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고 정의하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결하여, 사람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하게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 가상현실을 ‘기술’로 여긴다면 디즈니는 이를 콘텐츠와 접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바라본다. 베이양 매니저는 “가상현실은 우리에게 있어 이야기를 선보일 또 다른 매개체”라고 소개하며 “디즈니는 가상현실 기술 개발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베이양 매니저는 현재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센터(WDI)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WDI는 지난 1960년대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에게 말을 하는 이른바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나 3차원(3D) 이미지를 영화로 만드는 ‘스릴레마’ 기술 등을 처음 선보인 디즈니 IT기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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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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