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크, '걸스로봇'의 대표 이진주씨를 만났다. 이진주 대표는 현재 대전 카이스트에서 운영하는 ‘엔드리스 로드’ 프로젝트의 참여 작가로 카이스트 캠퍼스에 입주해 있다.
‘엔드리스 로드’ 프로젝트는 카이스트가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자는 목적으로 2014년부터 매년 2회 운영하고 있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엔드리스 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카이스트는 이번 봄 이진주 대표를 포함한 3인의 5기 작가들을 맞아 들였다. 작가들은 대전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학생을 비롯한 학교 내부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며 창작 활동을 펼치게 된다.
‘걸스로봇’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로봇? 예쁜 공주 옷을 입은 로봇 같은 건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걸스로봇은 ‘로봇을 사랑하는 “여자들”을 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로봇 공학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여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장,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심미적으로 뛰어난 것은 여자아이들뿐 아니라 남자아이들에게도 모두 이로우니까요.”
이공계의 다양한 분야 중 왜 하필 로봇이었냐는 질문에 이진주 대표는 “가장 남성적인 영역인 공학, 그 중에서도 가장 미래적인 산업인 로봇 분야에 있는, 여전히 소수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자칭 ‘로봇 덕후’인 그녀는 걸스로봇으로서 로봇 공학 분야뿐 아니라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여성, 더 나아가 공학과 과학에 재능과 관심이 있는 여학생을 지지하고자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연구원 내에 여자 화장실이 한 개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런 얘기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분명 여성 공학자, 여성 과학자의 수는 아주 많이 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말하는 ‘유리천장’이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학부생일 때까지만 해도 그런 어려움을 알기 어려울 거에요. 학교나 집에서 누구에게든 인정받고 사랑 받는 알파걸로 살아왔을 테니까요.” 이진주 대표는 여전히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여성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줘야 더욱 성공적인 연구자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라고 우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 연구자도 남성 연구자와 동등한 사람이자 동료로서 대우받는 사회, 성별에 무관하게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걸스로봇의 바람이다.
이진주 대표는 엔드리스 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카이스트의 여교수님들과 50여 명의 여학생을 만났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여학생 모임 ‘레이디 버그’, 여학생 풋살팀 ‘F.C. 하이힐스’를 위해 로고 제작을 약속했고, ‘F.C. 하이힐스’와는 함께 여학생 운동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후 엔드리스 로드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8월까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 네트워킹 파티 “걸스 인 카이스트”도 열 계획이며, 스타트업을 비롯한 각종 형태의 여학생 모임 창립과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진주 대표는 카이스트에 머무는 동안 이공계 여학생들의 네트워킹이 좀 더 공식적이고 전체적인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한다.
“이 분야의 홍일점, 홍이점으로 존재해오신 모든 언니들께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걸스로봇은 로봇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꼭 로봇이 아니어도 이공학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는 모든 여학생들을 응원한다. 지난 해 겨울에는 로봇을 연구하는 열린 모임(로열모)과 함께 “걸스로봇 파티”를 열기도 했다. 당시 MIT 미디어랩의 박혜원 연구원, 키네틱 아티스트 엄윤설씨, 뮌헨공대 이동희 교수, 동국대 조경은 교수, 한성대학교 조혜경 교수가 연사로 참여했고, 백 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참여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걸스로봇은 “긱스카우트”, “아빠와 딸의 1박 2일” 메이킹 캠프, 걸스 해커톤/메이커톤 등 여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이진주 대표는 자신은 평범한 ‘덕후’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진주 대표와 같은 ‘덕후’들의 애정과 관심이야말로 여성 과학 기술인에게 꼭 필요한 힘이라고 믿는다.
걸스로봇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irlsRobot/
- 박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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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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