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총알이 적을 맞췄는지를 판별하는 기술을 이용해 핵융합로 내벽으로 돌진하는 고속입자의 충돌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윤의성 교수팀은 가상 핵융합 장치에서 고속입자가 충돌하는 지점을 빠르게 판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은 융합로 내부를 태양처럼 뜨겁게 달구기 위해 고속 중성 입자를 주입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입자들이 통제를 벗어나 장치 내벽과 충돌하면 융합로 벽이 손상되거나 핵융합 반응이 중단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충돌 입자 탐지를 위해 게임 산업에 쓰이는 충돌 감지 알고리즘을 접목, 새로운 알고리즘을 고안했다.
이 알고리즘은 '옥트리'(Octree) 방식보다 속도가 1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옥트리는 공간을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잘게 나눠놓고, 그 안에 입자가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와 달리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필요한 경우에만 계산한다.
기존에는 30만개에 이르는 입자가 7만개의 삼각형으로 분할된 벽면에 충돌하는지를 매 순간 계산해야 했지만, 개발된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단순한 사칙연산으로 약 99.9% 이상을 계산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특히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충돌로 열이 집중되는 내벽 영역이 'V-KSTAR'(한국형 핵융합 실험로를 3차원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설계자도 직관적으로 위험 구간을 확인할 수 있다.
윤의성 교수는 "실제 이 알고리즘으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중성입자빔 시뮬레이터를 3차원으로 확장했고, 광학 진단 장비의 3차원 광선 경로 분포 시각화, 3차원 자기장 섭동 물리 분석 등에도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은 중성입자빔 추적뿐만 아니라 V-KSTAR 전체의 3차원 확장을 위한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전산물리학통신'(Computer Physics Communications) 4월호에 공개됐다.
연구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았다. 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카이로스(KAIROS) 슈퍼컴퓨팅 계산 자원을 활용해 이뤄졌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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