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으로 몸 속이 아니라 별을 본다고?

[망원경 시리즈ⓒ] 자외선, X-선, 감마선(방사선)으로 별을 보는 법

이전 기사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빛’ 가시광선과 전체 빛 종류를 다뤘다. 특히 망원경이 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지상에서는 활용이 어려운 빛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는데, 적외선 망원경 말고도 다양한 자외선, X-선, 감마선 망원경들이 우주에서 활약하고 있다.

 

() 지구가 답이다, 자외선

자외선 편지 또한 지구 대기에 막혀 지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비운의 편지이다. 지구에 도착하는 해로운 자외선의 99%가량이 오존층에서 흡수된다. 그 덕에 지금처럼 지구가 생명이 넘치는 행성이 되었으니 다행인 일이지만, 그래도 받지 못한 자외선 편지의 내용이 몹시도 궁금하다.

자외선 편지에는 갓 태어난 별들과 죽음을 앞둔 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는 크게 보면 별들이 모여 이루는 은하의 진화, 우주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열쇠다. 이런 편지라면 지구 밖까지 마중 나갈 가치가 있다. 모든 자외선 망원경은 지구 밖 우주에서 편지를 받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망원경(FIMS) 또한 자외선 편지함으로, 과학기술위성 1호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좌측부터 은하진화탐사선(GALEX)과 과학기술위성 1호의 모습으로, 모두 자외선 우주 망원경이다. ⓒwikipedia,NASA

 

우주로 올라가도 문제다, X-선과 감마선

자외선보다 에너지가 큰 만큼 위험성도 큰 X-선과 감마선은 층층이 쌓인 지구 대기에 의해 차단된다. X-선 편지에는 뜨거운 별의 이야기는 물론 초신성 폭발의 흔적 등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 사건들이 적혀 있다. 특히 블랙홀이 관여할 정도의 엄청난 사건은 감마선 편지를 보내오기에 우주와 물리법칙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들이다.

그래서 X-선과 감마선 편지함들 역시 우주로 나아가 별들의 소식을 담아내게 되었고 모두가 행복해졌다! 이런 엔딩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우주로까지 나가서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X-선과 감마선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빛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성향이 강하다. 투과력이 좋아 웬만한 물체가 막아서도 그냥 통과해버리며 자신의 길을 간다. 사람의 피부도 통과하기에 몸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병원 검사에 많이 쓰인다. 뼈를 보여주는 X-선 촬영, 더욱 세밀한 검사가 가능한 CT 촬영은 X-선을 이용한 것이다. 감마선은 생화학적 반응까지 볼 수 있는 PET촬영에 활용되거나, 강력한 에너지로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좌측은 X-선 흉부 촬영, CT 뇌 촬영, PET 뇌 촬영사진이다. 우측은 CT와 PET의 촬영 기기이다. ⓒwikipedia

뭐든 뚫고 가는 이 마이웨이 성향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긴 하지만, 편지를 받을 때에는 곤란한 문제가 된다. 보통의 망원경은 렌즈로 굴절시키거나 거울로 반사시키는 방법으로 편지를 모은다. 그런데 X-선과 감마선은 자신의 길을 고집하기에 굴절도 반사도 안 된다. 심지어는 렌즈고 거울이고 망원경 자체를 통과해 저 멀리 가버린다. 어지간한 것은 그냥 뚫고 가버리는 이 강력한 편지들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X-선 망원경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X-선 편지를 정면에서 마주해 잡으려고 하면 뚫고 지나가 버리니까, 옆에서 살살 달래가면서 편지들을 모으면 어떨까? 볼터(Wolter)라는 물리학자의 제안이었다.

볼터가 제안한 X-선 망원경은 이렇다. 망원경의 거울을 X-선 편지가 날아오는 방향과 거의 나란하게 배열한다. 그래서 X-선이 스치듯이, 몇 도(°) 정도로 아주 조금씩만 방향을 틀게 해서 투과해버리지 않도록 한다. 이런 구조를 고리 모양으로 겹겹이 배치해서 더 많은 X-선 편지를 받는다. ‘볼터식’ X-선 편지함은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X-선 편지함은 오로지 X-선 편지 맞춤형으로 고안된 특별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볼터식 X-선 망원경의 간략한 구조와, 이를 실제로 적용한 찬드라 X-선 망원경의 구조를 나타낸 그림이다. ⓒNASA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로도 감마선 편지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빛 중 최강의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다. 지금 자신의 팔을 한번 보자. 감마선을 막으려면 두께가 팔 하나 길이의 콘크리트 벽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 정도 두께의 무거운 콘크리트 벽을 우주에 올리기도 어려울뿐더러, 콘크리트 벽으로는 거울을 만들 수도 없다. 편지함에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천문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감마선 편지 자체를 담지 못한다면, 감마선이 다른 물질들과 부닥치고 저들끼리 부딪치며 발산하는 잔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감마선 망원경은 감마선이 특별히 선택된 물질들과 반응(콤프턴 산란)하면서 내는 전하를 띈 입자나 광학 섬광을 검출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반면 아주 높은 에너지(>30 GeV)를 가진 감마선들은 지상에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검출한다. 이 감마선은 대기에 들어오면서 공기의 원자/분자들과 연쇄 반응하면서 수많은 우주선들을 만들어내고(air shower라고 한다),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이 상대론적 입자들은 체렌코프 복사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를 지상에서 검출하는 방식이다.

 

망원경에게

평범한 방법으로는, 혹은 망원경 하나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창의적인 발상과 무수한 노력을 통해 실현되어왔다. 그 결과 우리는 모든 종류의 빛에서 별들의 소식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불가능한 망상이었던 인공위성과 로켓이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별빛을 더욱 많이 담아내고 더욱 상세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그리고 우주의 많은 망원경들이 바삐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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