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LAN이란 'The National Assessment Program-Literacy and Numeracy)의 약자다. 호주정부는 이 NAPLAN 보고서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국가 주도의 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호주 판 수학능력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을 전후해 전국적인 논란도 함께 일어났다. 찬성 주장과 반대 주장이 빗발치고, 호주 교육계는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로 변화했다. 찬성 측 주장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필히 갖춰야할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같은 전국적인 평가시험이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획일적인 틀 안에 집어넣어 학생들의 창의력을 오히려 망칠 수 있고, 학생들 간의 치열한 서열 경쟁으로 인해 학업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남녀·인종 간 수리능력 연구에 몰두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매우 특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멜번에 있는 라트로브(La Trobe) 대학 길라 레더(Gilah C. Leder)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수리능력 평가에 대한 연구다. 공식적인 연구 제목은 '성과 토착성에 관한 NAPLAN 데이터의 경향(Trends in NAPLAN data; Gender and Indigenity)'.
레더 교수는 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제 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에서 '펠릭스 클라인(Felix Klein)'상을 받았다. 수학교육에 있어 성별 차이, 태도, 신념 등을 세심하게 분석해 집대성한 결과다. 그동안 수학교육계에서 궁금하게 여겼던 내용들이다.
레더 교수는 10일 있었던 특별강연을 통해 NAPLAN의 의미를 강조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NAPLAN이 호주 수학교육의 큰 이정표가 된 것은 분명하다"는 것. 지난 2008년 이후 전국적으로 3, 5, 7, 9학년 학생들이 동시에 같은 시험을 보고 있는데 이런 사례는 다민족 국가인 호주에서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NAPLAN에 있어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성(性)과 인종 문제였다고 밝혔다. 특히 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만큼 미묘한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시험 결과를 예로 들었다. 전체적으로 남학생의 NAPLAN 점수 평균은 언제나 여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표준편차 또한 항상 여학생의 표준편차보다 높으며 이는 남학생의 NAPLAN 점수 분포 범위가 여학생보다 넓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면 학력 미달학생의 경우는 여학생보다 남학생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레더 교수는 수학성적 차이에 있어 남성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점은 남녀 간 성적차이가 작은 그룹에서 큰 그룹으로 나아갈 수 록 더 커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배려한 수학교육 환경 시급
레더 교수는 이런 결과는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UNESCO 자료를 인용해 몇몇 국가에서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초등교육을 받는데 있어 차별을 받고 있으며 석사과정의 여성들 역시 PhD 박사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학생들의 높은 유급율과 중퇴 비율을 감안한다면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 성취도 평가에서 남학생들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남녀 간의 성별차이가 아닌 환경적 요소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더 교수는 "남녀에 대한 미디어와 교과서 묘사와 학교에서의 수업 관행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Dowling과 Burke(2012)의 보고서, "수학을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이 독일 학생들의 오래된 인식"이라는 Kaiser 외(2012) 보고서, "성평등과 다른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남녀 학생들의 수학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한다"는 Kane과 Metz(2012) 보고서 등을 인용했다.
레더 교수는 "아직도 수학에 있어 성차가 사리지지 않고 있다"는 Hyde와 Mertz(2009) 보고서, "수학에 있어 여성들이 전혀 열등하지 않으며, 여성들은 다른 방식으로 수학에 접근한다"는 Jacobson(2012) 보고서 등을 인용해 "향후 수학교육에 있어 남녀 성차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NAPLAN을 통한 인종 간의 토착성(Indigenity) 연구 결과에서는 9학년 토착학생의 성적이 7학년 비-토착 학생들의 성적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날 만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 성적편차를 신뢰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종 간 학생들 간의 가정적 배경이 너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원주민 가정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숫자 외의 다른 숫자의 필요성을 전혀 못느끼고 있다는 것. 일부 지역 토착민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자신들만의 수학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 지금의 현대수학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레더 교수는 "인류가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더 많은 수학적 수 개념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세계관을 가르치려는 매우 도전적인 과정"이라면서 "이런 수학의 본질을 한 울타리 안에 한정시킬 경우 수학교육 자체를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이런 관점에서 미래 수학교육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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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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