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본격적 등장. 아마도 AI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56년 이후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Chat-GPT로부터 시작된 거대 AI가 상당한 경제적, 기술적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리 학습된 세상의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짜깁기해 결과물을 내놓는 생성형 AI를 어떤 방법으로 수용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이미 AI가 거부할 수 없는 범용기술이 되었지만, 이것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다른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혁신적 기술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야는 교육계다.

교육계, 생성형 AI에 대응 방법 고심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캠퍼스는 Chat-GPT 대응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일부 학생들이 Chat-GPT를 표절 및 대필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상 이를 가려내서 평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학교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국 뉴욕시 공립학교는 교내 와이파이 등 네트워크에서 Chat-GPT 접근을 차단하는 강경조치를 내렸고, 일부 학교는 교실 밖에서 수행하는 과제의 양을 줄이고 교수의 감독 아래서 자필 작성하는 ‘고전적 방법’으로 회귀했다.
뚜렷한 대응 방법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고려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Chat-GPT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난달 16일에 발표했다. 고려대는 “학습 효과를 높이고 긍정적인 교육 경험을 위해 Chat-GPT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제하되, 학생들에게 Chat-GPT가 대신하기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라고 교수들에게 권고했다. 사실상 과제를 제시·평가하는 교수의 역량에 무게를 실어준 셈인데 실효성의 문제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Chat-GPT에 대한 과도한 견제가 AI 기반 교육을 지향하는 분위기와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 교육 필수를 추진하는 정책과 실제로 AI 플랫폼을 수용하는 방법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반응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AI 기술,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같은 양시·양비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교육’의 개념 점검, AI 활용 폭 넓힐 수 있어
학습을 지원하거나 강화하는 도구로서 AI의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초중등 인공지능 교육 학교 적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육 분야에 AI 활용은 맞춤형 학습, 학습경험 확장, 취약계층지원, 업무자동화 및 효율화 등으로 추려진다. 실제 AI는 여러 수요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범주는 상호연관돼 있지만, 수업 현장에서는 학생을 직접 지원하는 기술 및 플랫폼에 관심이 더 높다.
하지만 인공지능 교육을 SW 교육으로, SW 교육을 코딩 및 프로그래밍으로 하향 초점화하는 인식은 AI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AI 교육의 목표에도 벗어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행한 ‘교원을 위한 인공지능 첫걸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교육’이라고 통칭하는 교육방법은 인공지능 이해 교육, 인공지능 융합 교육, 인공지능 활용 교육으로 나뉜다. 인공지능 이해 교육은 인공지능 지식, 방법, 문제해결, 사회적 영향력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융합적 사고역량 습득과 혁신적 태도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인공지능 활용 교육은 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도구·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 인공지능 융합교육은 인공지능 교과의 AI 기술, 연구 방법론과 다른 교과 과목을 융합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렇게 인공지능 교육의 개념을 펼쳐보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Chat-GPT도 수업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주제와 교과영역이 드러난다. 현재까지 개발된 양질의 AI 플랫폼들 역시 인공지능 교육의 큰 틀에서 교육과정에 적절하게 구성하고, 더불어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면 다양한 수업모델을 구축이 가능하다.
최근 몇몇 일간지의 학생 직접 인터뷰를 보면 “Chat-GPT를 통해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 “Chat-GPT가 과제의 완성 수준으로 응답하지 않기 때문에, 자료 접근 차원에서 활용한다.”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이것이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사이에 일부에서는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Chat-GPT로 불거진 AI 플랫폼의 명과 암.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슈임은 분명하다. 특히 AI 활용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 기준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서 전문가들은 Chat-GPT를 무작정 규제하는 대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I 기술은 점차 발전하고, 그에 따라 무수히 많은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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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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