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조원, 내년 18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R&D 예산이 그 목적을 위해 엄격하고 세밀하게 잘 쓰여 지고 있는가?”
“R&D 투자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그에 걸 맞는 사업화 성과가 나오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놓고 1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R&D 혁신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호텔 그랜드볼룸을 다 채울 만큼 과학기술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가 R&D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R&D+사업화 위해 더 많은 소통 필요해”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을 묻는 이 자리에서 많은 참석자들은 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의 이희국 사장(기술협의회 의장)은 토론회 발제를 통해 탄소나노튜브(CNT) 예를 들면서 “CNT 용도가 무궁무진할 정도인데도 사업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부서가 마치 (기업과 관계없는) 다른 세계인 것처럼 느껴졌다”며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금의 공공 R&D 시스템이 수요자 지향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많은 시대에는 연구 성과를 곳간에 채우는 일보다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규영 울산의대 교수는 “R&D 17조 예산 중 하향식(top-down)으로 내려오는 연구과제 예산이 대부분이고 상향식(bottom-up) 방식의 연구과제 예산은 1조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인재들이 미래 지향적 먹을거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이런 풍토를 고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숙 포커스컴퍼니 대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구글의 슬로건을 예로 들면서, 새로운 것을 연구해야 하는 시대에 한국에서는 남들이 다 아는 것, 남들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짜 고유한 것, 창조적인 것이 안 나오고 있다며, 연구풍토의 변화를 요구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SW) 정책연구소장은 “최근의 과학기술 결과물들 중 상당수가 소프트웨어(SW) 결과물로 나오고 있으며, 이 소프트웨어는 기술전수가 잘 안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R&D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를 배제한 채 전통적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연구결과를 소프트웨어화 할 수 있는 ‘R&D 창업자’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R&D 정책 담당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승종 효성중공업 연구원은 “지금의 공공 R&D는 연구 성과를 민간에게 그냥 던져주고, 인력교류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기업으로 와서 그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하다고 발했다.
“논문보다 청년 일자리 만드는 일 더 중요해”
그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사례를 들면서 유럽에서는 산업계 위원과 학술계 위원이 동수로 모여 오랜 시간을 두고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 연구자들이 기업으로 안 오고, 또 대학 연구자들이 출연연으로 가지 않는 단절된 풍토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단절을 없애기 위해 “우리도 산·학·연 대타협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며 인력 교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희재 에스엔유프리시젼 대표이사(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장)은 국가 R&D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교수, 연구자들이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많이 쓰고, 노벨상 타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노벨상을 많이 탔지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예로 들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노벨상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직업”이라고 말했다. 논문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시장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마다 한 개씩인 R&D 전문 평가기관이 우리나라에는 13개 부처에 17개나 된다. 연구비 사용 규정만 해도 372개이고 그조차 매번 바뀌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며 비대해진 정부 규제를 지적했다.
배희숙 이나루티앤티 대표도 "중국은 중소기업의 제품이 조금 부족해도 일단 구매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정책을 펴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게 없다"며 "중소기업의 신기술이 빨리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이 먼저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정부부처 간 R&D 전략의 단절, 중복사업에 따른 예산 낭비, 연구원·연구업무에 대한 경시 풍토, 기초-원천-응용-사업화 등 4개 연구 영역 간 연결고리 부재 등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언급됐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5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R&D 혁신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며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며 "선입견·편견·기득권 등을 모두 내려놓고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조만간 'R&D 혁신 방안'을 수립·발표할 계획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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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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