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기획가,조금은 낯선 직업 이름이다. 박종범 씨가 유일하다. 기존에 정의되어있는 직업군에서는 박종범 씨가 하는 일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일하는 영역과 방식을 정의한 단어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지난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박종범씨를 통해 농촌기획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SNS' 활용은 농업인과 도시민 모두에게 이득
농촌기획가는 농촌이 가진 다양한 문제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박종범 씨는 ‘SNS'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여 가능하면 도시와의 교류를 통해 농촌 문제를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다.
“농촌에서 ‘SNS' 이용이 확산된다면 중간유통 비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농업인과 도시민 둘 다에게 이득입니다.”
박종범 씨는 농산물이 싸게 팔리는 것도, 도시민이 비싸게 먹는 것도 안타까웠다.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지만 생각보다 결과물이 별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개인 블로그였다. 조그만 농장이지만 농업인들이 자신들의 수확물을 브랜드화하여 직거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좀 더 간편하고 쉬운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SNS' 였다.
“2009년도 말에 'SNS' 를 통해 공감을 얻고 반응을 보이는 모습들이 재미있었어요. ‘아! 이것을 농촌과 연결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던 농업인에게 얘기를 했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한 번 자신의 마을로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가 간 곳은 충남 예산군. 교육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SNS'에 관해 같이 공부하던 ‘블로거 클럽’에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 ‘블로거 클럽’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쳐서 프로그램은 더욱 풍성하게 짤 수 있었다.
‘SNS' 교육에서는 기능과 활용법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파워 블로거들이 리뷰 쓰는 방법과 노하우를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더불어 자신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과 ‘SNS' 로 어떻게 교류하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현재 직접 블로그 운영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계속 이용하는 농업인들도 꽤 된다.
박종범 씨는 “농산물이 커가는 과정이나 수확에 대한 정보를 계속 주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이 느껴진다”면서 “농업관련 'SNS' 교육이 최초이다 보니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 교육을 계기로 ‘SNS'에 대한 교육 방법론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블로거들과 함께 ‘SNS' 경험담 사례집을 펴내기도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올해 ‘농촌과 SNS' 관련 책도 펴냈다. 먼저 소셜웹을 활용해서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간단하면서도 가볍게 진행했다. 진행과정을 오픈하여 참여자들끼리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다듬어 주도록 했다. 도시민들끼리 쓴 블로그 입문서인 ‘블로고수’와 예산군 ‘SNS' 교육자들의 후기를 모아서 만든 책이 그것이다.
“분명 내용의 전문성과 통찰력, 깔끔한 구성과 디자인을 갖춘 책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날것'으로 모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생생한 현장 경험이 묻어났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농촌과 문화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제일 기억엔 남는 것은 ‘레인부츠’ 프로젝트이다. 젊은 예술가들을 모아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작업신발인 고무장화에 그림을 그려주는 행사였다. 박종범 씨는 “농업인들에게 문화는 일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기획했다”며 “장날 신고 나가서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마을 공동체가 회복할 수 있도록 ‘마을 네크워크’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에 대한 이해를 위해 더 공부
“농촌기획자라는 일을 누가 걸어간 길이 아니라 개척해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매 순간이 고민이고 어려움입니다.”
박종범 씨의 고민은 자신이 할 일의 범위를 정하는 것부터가 고민이다. 어디까지가 농촌기획자로서의 업무 범위이고 역할인지 테두리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농업인들에게도 정의인지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하다”고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예전에 판로를 개척해준 적이 있었다. 분명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분란이 생겼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는 왜 판로를 안 만들어 주냐며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 일은 잘 해결됐지만 자칫 마을 공동체를 깰 뻔했다. “이후 좋은 일을 할 때에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을이 일을 하고 나서 다시 찾아갔을 때 반겨주면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다. 특히 ‘자신의 프로젝트로 인해 하고 있는 농사가 더 잘 돼가고 있을 때, 개인 블로그에 고마움을 표현할 때’는 자신의 가고 있는 길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고.
포부 역시 당차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농촌기획이라는 부분에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들에 이해하고 농촌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공부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였다 싶으면 농촌기획자를 키워내는 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농촌의 어느 지역이 지역민이 돼서 그 지역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이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1-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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