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은 '호수'라는 시에서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자꾸 떠오르는 얼굴 때문에 눈을 감았다. 그런데 진짜로 우리의 ‘눈’이 기억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스콘신 대학 밀워키 캠퍼스의 데보라 하눌라 조교수는 최근 연구논문을 통해 “눈은 기억된 대상쪽으로 빠르게 움직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어바나 샴페인의 캐롤 L. 밤 교수와 닐 J. 코헨 교수, 그리고 아이오와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E. 워렌 교수 등이 참여했다.
눈의 움직임으로 기억나는 얼굴 찾아내
한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오랜 시간 머무는가를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처음 보는 대상들 사이에서 이전에 봤던 것을 찾아 낼 수 있다. 심지어 말을 포함한 다른 행동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눈의 움직임은 정확했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미리 36명의 얼굴을 알아두도록 했다. 그리고 이 학습된 얼굴들을 처음 본 얼굴과 거의 닮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시켰다. 그러나 변형된 얼굴들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다음 단계에서 학생들은 한 번에 3개씩 묶인 36세트의 얼굴을 보았다. 3개의 얼굴은 학습된 얼굴, 변형된 얼굴, 처음 보는 얼굴이 무작위로 섞여 있었다. 학생들은 학습했던 얼굴인지 아닌지를 가리키는 버튼을 눌렀다.
학생들이 3개의 얼굴을 보는 동안 눈의 움직임이 기록되었다. 연구팀은 눈이 처음에 어디에 집중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얼굴을 보았는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은 대체로 쉽게 표적 얼굴을 식별해냈다. 그리고 학습한 얼굴에 더 오랜 시간동안 시선을 멈췄다. 이러한 결과는 3개의 얼굴을 보여준 직후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눌라 교수는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얼굴을 선택하고 버튼을 누르기 전 이미 표적 얼굴에 대하여 다른 얼굴들과 비교할 때 특별한 시선을 주었다”고 말했다.
“버튼을 누르는 등의 행동반응을 하기 전에 이미 시선은 실제경험(학습한 얼굴)을 반영했으며, 행동반응 후의 시선은 결정과정이나 내가 봤던 얼굴을 보증하는지 여부를 나타냈다”고 하눌라 교수는 덧붙였다.
또 “이번 연구에 이어서 자세히 보고, 비교하고, 선택을 결정하는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을 생각해 봤다”라고 밝혔다. 교수는 “그러나 이 인지 처리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게 한다”고 하눌라 교수는 설명했다.
하눌라 교수는 눈 움직임을 이용한 방법으로 정신과 환자나 어린이의 기억을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리과학학회지인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릴 예정이며, 미국의 온라인 과학신문 사이언스데일리가 지난 5일 보도했다.
- 고연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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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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