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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11-05

"화학물질 독성 정확히 알려야" 독성 연구, 중국에 크게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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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유럽에는 스위스 출신의 파라켈수스(Paracelsus)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과학과 연금술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의학과 화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다.

지금까지 파라켈수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질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의 독성 물질로 인해 질병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이론 하에 새로운 치료법, 즉 무독성의 광물을 이용한 화학 요법을 제안했다.

“세상의 모든 화학물질은 독성물질(poisons)이다. 약물이 될지 독성물질이 될지 결정짓는 것은 바로 적절한 ‘용량(dose)’이다”란 그의 말은 21세기가 된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매일 같이 새로운 화학물질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구촌 인류가 독성물질의 유해성 문제를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달개비에서 화학물질 열린 제 5회 미래지구한국 토론회.  ⓒ 이순재/ ScienceTimes
매일같이 새로운 화학물질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구촌 인류가 독성물질의 유해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달개비에서 열린 제5회 미래지구한국 토론회. ⓒ 이순재/ ScienceTimes

새로운 화학물질 등장해 사회적 혼란 가중

사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들을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파라켈수스의 말대로 인체가 지나치게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해로울 수 있다.

문제는 고도화된 산업사회인 현재 우리들은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 등록되면서 그 수가 세계적으로 1억3700만 종에 달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화학물질을 놓고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난제를 놓고 과학자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2일 미래지구한국위원회(위원장 윤순창)는 ‘화학물질 인체유해성과 위해성 평가’란 주제로 다섯 번째 ‘미래지구한국 토론회’를 열고 관련 분야 과학자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연사로 나온 한양대 약학대 배옥남 교수(독성학)는 “나라마다 전담 부서를 두고 정부, NGO 등이 협력해 유해성 평가체계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혼란을 주는 교란변수가 너무 많아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교란변수는 인체 안에 있다. 배 교수는 “같은 독성이라도 사람에 따라 독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를테면 체질 혹은 건강 정도에 따라 다르다. 또 일반인에게 나타나지 않는 독성이 임산부, 태아 등에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등에서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기준삼는다는 점이다. 배 교수는 “동물과 사람의 인체는 큰 차이를 보이기에 문제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체조직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검사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마스카라의 유해성을 검사하기 위해 사람의 각막 수술 과정에서 떼어낸 각막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을 확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도 유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배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독성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에서는 독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성 전문가들, 연구 결과 세상에 공개해야”

전체적으로 한국의 독성 연구가 크게 뒤쳐져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대 약학대학의 정진호 교수는 “최근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중국의 대체시험법 수준이 매우 높은 단계에 와 있으며, 한국이 크게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유해성 평가 체계에 있어서도 한국은 아직 편협한 사고방식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특정 물질의 위해성을 판단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노출(exposure)과 독성(toxicity)이라는 2가지 기준을 감안한다. 이중 노출은 ‘특수 상황에서 평가대상 화학물질이 인체 안에 어느 정도 들어오는지’를 살피는 것”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출이라는 1가지 기준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연구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과학자들이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정확히 판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연구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품질경영시스템 심사위원인 경동대학교 정연돈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홍보하면서 모양이나 냄새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외형적인 요인들만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에 비해 독성과 같은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안전성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 정연돈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많은 소비자들이 안전성 문제를 주지할 수 있는 홍보 패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성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독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일반대중에게 전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독성에 대한 오해를 하게 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최근의 라돈 침대 파문,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과학자들을 통해 사전에 독성 문제가 제기됐다면 독성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독성과 관련, 혼란을 조장하는 언론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특히 광고를 통해 환상적인 내용으로 포장되고 있는 상품 광고들이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경감하고 있다는 것.

배옥남 교수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국가적으로 독성 모두를 합리적으로 구명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연구소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미래지구한국위원회는 국제과학연맹이사회(ICSU)가 유엔환경계획(UNEP), 유네스코(UNESCO) 등 UN 산하기구와 함께 향후 10년간 추진하게 되는 국제연구프로그램 ‘미래지구(Future Earth)’의 한국 위원회다.

과기한림원은 이 같은 국제과학계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미래지구-한국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미래지구 한국위원회’를 출범했다. 현재 과학계를 비롯해 교육계, 언론계, 시민단체와 정부 등에서 30∼40인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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