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를 잘 다스리는 방법! 화재 안전

[NST 꿰어야 보배] 50탄: 화재 안전을 선도하는 출연연의 과학기술

불은 우리의 생활에서 꼭 필요하지만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재난을 야기하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해마다 국내에서는 4만 건이 넘는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3월 울진군 북면에서 발화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삼척시 일원까지 확산된 동해안 산불은 서울 면적의 4분의 1을 잿더미로 만들었으며, 지난 10월에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가 마비되어 전 국민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발생했죠. 이와 같은 화재 피해를 예방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세심한 주의와 시설의 철저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의 화재 사고는 우리나라보다 8배 이상 많지만 화재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화재 예방 – 대응 – 복구 등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입니다. 화재 안전을 위해서는 건축물 맞춤형 화재안전 기술 개발, 법과 기술의 융·복합 전략 수립, 현장 적용 시 문제점 해결을 위한 평가제도 개발, 현장품질관리 철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와 초고층 건물이 증가하며, 화재 발생 시 위험성이 증가함에 따라 화재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내화구조와 난연재료, 화재 확산 방지 등의 방화 소재 개발과 국민들의 대피를 위한 경보설비 및 소화설비의 효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출연연의 많은 연구진들은 차별화된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번 꿰어야 보배 12월호에서는 화(火)를 잘 다스리는 방법, 화재 안전을 선도해 나가는 출연연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접근 어려운 특수화재 잡을 ‘소화탄’ 개발 추진

대형 물류센터와 화학 공장과 같은 곳에서 발생한 특수화재 현장에 사용될 소화탄이 개발됩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서 불을 진압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소화탄 개발을 추진하는데요. 이번 ‘소방방재용 가스 하이드레이트 기술개발’은 이주동 생기연 수석연구원 연구팀의 주도로 진행됩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동해 해저에서 저온·고압에서 형성된 물 분자 내에 메탄이 결합한 결정체입니다. 연구팀은 물 분자 내에 있는 메탄을 소화가스로 바꿔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는데요. 소화가스를 저장하려면 고압용기에 압축해야 하지만,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 분자의 수소 결합이 고압용기 역할을 해 별도의 저장 용기가 필요 없습니다.

소화가스가 압축된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고체형태로 만들어져 휴대성과 기동성을 높였다. 특히 소화수 분사가 어려운 건물 15층 이상의 화재 현장에는 소화탄을 드론에 탑재해 투척할 수 있어 초기 진화가 가능합니다. 연구팀은 특수화재 현장의 소방·방재 시스템을 구축해 대형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하기 위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 원리를 응용한 기술로 원천특허를 획득하고, 상용화를 위한 ‘소화용 가스 하이드레이트 제조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가스 하이트레이트 분말을 이용해 화재 진압 실험을 하는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화재발생 10초 내 경보 발령하는 지능형 화재감지기 개발

지난해 7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안전측정연구소 비파괴평가팀과 KRISS 연구소기업 한선에스티가 사람이 사용하는 불과 실제 화재를 구분해 실제 화재로 발생하는 불을 인식해 발화 10초 이내에 알려주는 지능형 화재감지기를 개발했습니다.

화재 사망자의 70%~80%는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으로 발생한다. 화재를 예방하고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화재를 인식해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기존 화재감지기들은 최초 발화 1분 이후인 화재 2단계에 화재를 감지해 연기와 화염으로 인해 진압과 대피가 어려웠는데요. 또한 스프링클러는 실내 온도 72도가 넘어야 작동되므로 실내에 있는 사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지능형 화재감지기는 화재 극 초기에 해당하는 1단계에서 화재를 인식해 자체 경보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려준다. 불꽃의 위치 좌표를 확인할 수 있어 소화장치를 연동할 경우 국소 공간의 자동소화도 가능합니다. 특히 오경보율이 3% 이내에 불과하여 신뢰성이 매우 높은데요. 이 기술은 기존 화재감지기의 문제점을 개선해 실제 화재 불만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화재감시기술로 화재경보기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화재 조기 진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능형 화재감지기 기본 사양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 기술’ 출연연 우수 성과 선정

한국재료연구원 ‘마그네시아(MgO) 방열(放熱) 신소재 기술’이 ‘2022년 출연연구기관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재료연 세라믹재료연구본부 기능세라믹연구실 안철우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입니다. MgO 소재는 방열 성능은 우수하나, 제조하기 어렵고 공기 중의 물과 반응하는 문제점을 가져 지난 200년간 방열 소재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 기술은 이를 저온에서 쉽게 제조하고 내흡습성을 부여해 전기차 폭파 사고 등 전자제품의 열관리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연구팀이 개발한 KIMS MgO 소재는 세라믹 제조 공정 중 가장 저렴한 공정을 사용하며, 일반 MgO에 0.2%의 극소량 첨가제만 첨가하면 되기 때문에, 세라믹 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존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 쉽게 제조 및 상용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KIMS MgO는 상용 알루미나(1500~1600℃)보다 낮은 온도(1100~1400℃)에서 제조되고 공기 중의 물과 반응하지 않습니다.

KIMS MgO는 일본 선도 기업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MgO 소재의 모든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한 세계 유일의 소재로 방열 세라믹 소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선도국에 오를 기회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KIMS MgO 신소재의 특성 도식도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방청과 지능형 119 신고시스템 만든다

지난해 4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대전소방본부 가수원안전센터에 인공지능(AI) 기반 119 신고 접수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119 신고 접수는 긴박한 현장 특성상 통화에 잡음이 많고 신고자 대부분이 긴장해 신고 내용이나 재난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119 신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AI 기술을 적용해 △대화 음성인식 △접수자를 위한 상황별 질문 추천 △재난 분류 및 자동 대응 정보 제공 등을 합니다. 또한 신고자의 통화내용을 문자로 보여주는 기능(STT), 재난 발생 위치정보 표출 등 기능도 제공하는데요.

본 기술의 적용으로 신속한 신고접수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신고접수 처리 시간을 단축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실시간 119 신고 환경에 특화된 음성인식 텍스트 변환 기술, 딥러닝 기반 119신고 접수 재난 상황인지·대응지원 모델링 기술, 인공지능 기반 119 신고접수·출동 지령 지원시스템 구현과 실증을 위한 연구를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119 신고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재난 상항인지 및 대응지원 시스템 시연 화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리튬이차전지 열관리 화재 예측기술 개발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용민 교수가 공동 연구한 ‘리튬이차전지 수명 및 발열 특성 분석 기술’ 연구 결과가 전기·전자공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에 게재됐습니다. 리튬이차전지는 스마트폰, 전기차, 전력저장장치(ESS) 등에 쓰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주목을 받는 ESS가 국내에서 35차례 넘게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용 증가에 비례해 화재나 폭발 위험성도 높아져 전문가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리튬이차전지의 장기 충·방전 과정이 수명과 발열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배터리 화재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리튬이차전지 중 가장 많이 생산되는 원통형 전지(2.85Ah)를 대상으로 다양한 충·방전 조건에서 1,000회 이상 실험해 얻은 170만여 건의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충·방전 속도가 배터리 수명과 발열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학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통계 처리할 수 있는 ‘파이선(python)’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장기 성능 분석에도 성공, 상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연계해 시뮬레이션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 밀폐된 환경에서 수백 수천 개의 전지를 밀집해 사용하는 전기차와 ESS까지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원통형 전지의 발열 특성을 측정하는 실험 모습 ⓒ한국전기연구원

지금까지 화(火)를 잘 다스리는 방법, 화재 안전을 위한 출연연의 기술성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는 12월 1일부터 소방시설법의 화재안전기준이 성능·기술수준으로 이원화되어 신기술과 신제품의 도입 지연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내 소방 산업육성 및 발전이 이뤄질 전망인데요. 앞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의 신속한 도입이 가능해지는 만큼 출연연에서도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국민 안전을 위한 미래소방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나가겠습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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