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현대미술로 발전한 ‘키네틱 아트’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탄생  

20세기 초반 서구는 표현주의(Expressionism), 구성주의(Constructivism), 미래주의(Futurism), 초현실주의(Surrealism), 다다이즘(Dadaism) 등과 같은 새롭고 전위적인 예술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던 시대였다.

그중 ‘미래주의’는 이탈리아 소설가이자 시인인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Marinetti, 1876~1944)의 1909년 ‘미래주의 선언(Manifeste de Futurisme)’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나 기계문명을 찬미하며, 모든 해방을 목표로 하는 예술운동이었다.

‘미래주의’는 파시즘과 일부 결부된 한계가 있으나, 현대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위적인 예술운동으로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중 스위스 취리히를 중심으로 반이성, 반도덕, 반문명, 반합리주의, 그리고 반예술(反藝術)을 표방한 ‘다다이즘’ 예술운동이 일어났고, 1918년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시인 트리스탕 차라(Tristan Tzara, 1896~1963)에 의해 ‘다다 선언(Manifeste Dada)’이 발표되면서 세계 각국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간다.

국제 다다 박람회(1920, 베를린) ⓒ public domain

국제 다다 박람회(1920, 베를린) ⓒ public domain

‘다다이즘’은 전쟁의 비극과 파괴에 대한 비판과 냉소를 바탕으로, 모든 문화적 가치 및 전통적 가치를 부정한 반체제 무정부주의 예술운동이었으며, 게오르게 그로스(George Grosz), 라울 하우스만(Raoul Hausmann), 한나 호츠(Hannah Hoch), 존 하트필드(John Heartfield) 등의 예술가들이 참가한 국제 다다 박람회(The First International Dada Fair)가 1920년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흔히 움직이는 예술로 불리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이러한 미래파와 다다이즘과 같은 20세기 초 전위예술운동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현대미술(주로 조각예술)의 한 장르로서, 그리스어 ‘키네시스(Kinesis)’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운동학(運動學, Kinetics)이 예술 장르로 변형된 단어이다. ‘키네틱 아트’는 러시아의 조각가 나움 가보(Naum Gabo, 1890~1977)에 의해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ovement in Art ⓒ Jean Tinguely / Moderna Museet

Movement in Art ⓒ Jean Tinguely / Moderna Museet

1961년 스웨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에서는 폰투스 훌텐(Karl Gunnar Vougt Pontus Hulten)에 의해 조직된 ‘예술에서의 움직임(Movement in Art)’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전시회에는 85명의 작가 작품 233점이 전시된 최초의 국제적 규모의 키네틱 아트 전시회였다.

장 팅글리, 기계의 의미를 바꾸다!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장 팅글리(Jean Tinguely, 1925~1991)는 이러한 현대 키네틱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세계대전 후 1950년대부터 여러 가지 기계장치와 부품을 해체하여 재구성하고, 동력을 이용하여 독특한 움직임과 소리를 일으키는 일련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선구적인 키네틱 아트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 팅글리는 “기계는 내게 영감을 준다. 기계를 존중하고 기계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는 ‘기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맛보며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장 팅글리에게 있어서 기계는 ‘기계 그 다음의 것을 창조하는 원천(源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거나 걷는 기계조각물 ‘메타메틱(Meta-Matic)’ 연작을 통해 “원래 기계는 일정시간 내에 짜여진 시스템에 따라 작동하는데, 내가 만든 기계들은 불안정하고 반복 과정이 없는 우연성을 기능적으로 적용하여 움직이는 기계”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 제목 ‘Meta-Matic’은 역설적으로 ‘기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이며, 생명의 본질로서의 ‘움직임’의 개념을 강조한 작품이다.

Gismo ⓒ Stedelijk Museum Amsterdam / Gert Jan van Rooij

Gismo ⓒ Stedelijk Museum Amsterdam / Gert Jan van Rooij

매거진 ‘뉴요커(The New Yorker)’와 ‘뉴스위크’에 오랫동안 미술비평을 쓴 캘빈 톰킨스(Calvin Tomkins)는 자신의 저서 ‘The Bride and the Bachelors(아방가르드 예술의 다섯 대가들, 1968)’에서 “장 팅글리는 난해하고 철학적인 문제들을 이면에 감추고, 무작위적이거나 우발적인 상황, 즉 연극적인 것, 유머, 풍자, 농담, 그리고 의도된 파괴 등을 통해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다”라고 기술하였다.

장 팅글리의 주요 키네틱 아트 작품으로는 ‘Element Detache’, ‘Meta-Kandinsky’, ‘Trottinette’,  ‘Hommage to New York’, ‘Le soulier de Madame Lacasse’, ‘Ballet des Pauvres’, ‘Radio-Skulptur’, ‘Fontaine’, ‘Klamauk’, ‘Fatamorgana’, ‘Grosse Meta-Maxi-Maxi-Utopia’, ‘Luminator’, ‘Gismo’ 등이 있으며, 2017년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jk Museum)에서 개최되었던 ‘Jean Tinguely Machine Spectacle’ 전시는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관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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