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고 일교차가 커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일반 감기야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독감에 걸리면 한 달 이상 고생하기도 하고, 노약자들은 합병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에서 해마다 25만~50만 명이 독감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감에 대처하려면 미리 독감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독감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치료약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독감 바이러스들은 해마다 변종이 나와 그때그때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어 접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번만 맞아도 변종과 신종 독감 예방 가능할 것”
최근 캐나다 맥매스터대와 미국의 2개대 연합 연구팀은 가장 위험한 독감 바이러스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를 이용해, ‘한 방’에 모든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 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항체들은 기본적으로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바이러스의 한 부분을 우리 면역체계가 인지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원리다. 이에 따라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변종과 향후의 신종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계절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 접종함으로써 감염을 막는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매튜 밀러(Matthew Miller) 맥매스터대 의대 조교수(생화학 및 생의학)는 범용 백신도 이와 유사하지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혈구가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항체가 백혈구 동원해 감염 세포 파괴
밀러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어떤 항체들은 원군인 백혈구들을 불러모아 협동을 잘 하는 반면, 다른 항체들은 백혈구 원군 구성을 막고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곳도 모두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밀러 교수는 “우리 연구는 항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항체들이 바이러스의 특정 부분에 결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제 항체가 결합해야 할 바이러스의 특정부분을 알게 됐으므로 항체들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백신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현재 독감 예방주사가 독감 바이러스를 막는 최선책이지만, 해마다 만들어내는 독감 백신이 얼마나 제 역할을 잘 하느냐는 것은 피접종자의 건강과 연령, 백신 제조에 사용된 계절 독감백신 바이러스와 실제로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와의 유사성 그리고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활용한 생백신인가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사백신인가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암이나 에이즈 치료에도 도움 줄 것
이번 연구에서 제시하는 것과 같은 범용 독감 백신은 모든 종의 독감 바이러스와 독감 유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위에 나열된 것과 같은 요소들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아도 독감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밀러 교수는 “이 같은 지식을 활용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기능을 막는 항체들을 회피하고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항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범용 백신을 명확하게 디자인하는 일”이라며, “디자인이 순로롭게 되면 범용 백신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백신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백혈구를 동원하는 항체들은 현재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이번 밀러 교수팀의 새로운 연구는 이런 질병들의 치료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밀러 교수는 범용 백신이 5년 안에는 실용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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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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