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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4-22

평생 1초도 쉬지않는 심장의 비밀 분자 차원 박동현장 처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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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지금까지 심장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미스터리로 생각하는 것 가운데 가장 으뜸은 심장 근육이다. 심장은 이 근육의 힘에 의해 거의 1초에 한번 평생을 쉬지 않고 박동한다. 심장이 생명 유지에서 차지하는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세포 이하의 단계에서 심장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대와 공학 및 응용과학대 연구진은 최근 새로운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 소관[microtubules (MT)]이라 불리는 세포의 분자 막대가 심장의 수축 기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계적 저항을 일으킴으로써 심장 박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미세 소관들이 심장 박동 역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이 기제가 잘못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움직이는 미세소관 직접 관찰

세포 안의 지지 구조인 미세소관은 심장 근육세포 안에서 다양한 구조적 역할과 신호 관련 기능을 맡고 있다. 이 미세소관 네트워크에 변화가 일어나면 심장병이 생길 것으로 보여지나 심장 박동에서 미세소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미세소관이 심장 기능에서 맡고 있는 일을 알기 위해서는 심장 수축기에 미세소관의 모습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심장 수축기에 시공간적으로 변화하는 미세소관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덧붙여 미세소관에서 화학물질인 타이로신을 제거하는 화학적 변화(detyrosination)가 기계적 자극의 전기화학적 변환(mechanotransduction)을 조절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그동안 불분명했었다.

심장이 쉬고 있을 때(위)와 수축했을 때(아래) 심근세포에 있는 미세소관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The lab of Ben Prosser, PhD, Perelman School of Medicine, University of Pennsylvania ⓒ ScienceTimes
심장이 쉬고 있을 때(위)와 수축했을 때(아래) 심근세포에 있는 미세소관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The lab of Ben Prosser, PhD, Perelman School of Medicine, University of Pennsylvania

심근세포에서 에너지원인 수많은 미토콘드리아 확인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생리학과 벤 프로서(Ben Prosser) 교수는 “타이로신 제거가 심장의 수축기와 이완기 때마다 바뀌는 물리적 압력에 대한 미세소관의 반응 방식을 변화시키는지 궁금했다”며,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향상된 이미지 기술을 활용해 실험동물의 박동하는 심장 근육세포에서 미세소관의 움직임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근세포(myocytes)라 불리는 심장근육은 현미경 하에서 상호 연결된 실꾸러미처럼 보였다. 심근세포는 골격근세포에 비해 좁고 매우 짧았으나, 평생 동안 쉬임 없는 박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프로서 교수는 “심장 근육 조직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도로 조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수축기 동안에 좀 뻣뻣한 미세소관들은 근세포의 모양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연구진은 전형적인 근세포에서 이 같은 모양 변화는 미세소관이 죔쇠가 있는 스프링으로 변형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미세소관들은 근섬유분절(sarcomeres)이라 불리는 수축 기구와 직접 연결돼 격자구조 모양으로 고정돼 있다.

수학적 미세구조 모델로 수축력 측정

연구팀은 타이로신이 덜 제거된 근섬유에서 미세소관들이 가끔 근섬유분절을 짧게 구부리기보다는 서로를 지나쳐 비껴감으로써 수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타이로신이 덜 제거돼 미세소관-근섬유분절 간 상호작용을 방해하면 근섬유분절과 심장세포가 세포 전체의 경직성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더 강하고 빨리 짦아지게 했다.

프로서 교수는 “심장 박동 시스템에는 어떤 최적점이 있고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밀어붙이면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심장은 좁은 영역 안에서 작동하고 이 영역을 벗어나도록 압력을 가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는 조심스럽게 연마된 기계”라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벤 프로서 교수(왼쪽)와 수학적 미세구조 모델을 개발해 연구에 활용한 공대 비벡 쉬노이 교수(오른쪽). 사진 University of Pennsylvania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벤 프로서 교수(왼쪽)와 수학적 미세구조 모델을 개발해 연구에 활용한 공대 비벡 쉬노이 교수(오른쪽). 사진 University of Pennsylvania

연구팀은 반대로 타이로신이 많이 제거되면 근섬유의 경직도가 높아지고 수축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서 교수는 “이는 직접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 얼마나 많은 뻣뻣한 미세소관 막대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장에 해를 주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미세소관이 세포 역학에 미치는 공헌도와 심장 세포 활동에서의 영향력을 생물공학 공동연구자들이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계산했다”고 밝혔다.

비벡 쉬노이(Vivek Shenoy) 교수는 “수학적 미세구조 모델을 개발해 활성화된 수축력이 어떻게 미세소관을 구부리는지를 분석하고 프로서 교수 연구실에서 얻은 측정치를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가설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심장약, 실험 마치고 인체실험 계획

연구팀의 발견은 임상자료와 일치했다. 심장근육이 두꺼워진 환자들에게서 타이로신이 과도하게 제거되었고 이는 심장 기능 저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뇌사 환자나 심장이식 환자들로부터 공여된 심장을 분석한 결과 병이 있는 심장의 세포에는 더 많은 미세소관이 있고, 타이로신이 더 많이 제거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서 교수는 “과도한 타이로신 제거는 미세소관과 근섬유분절 사이의 상호작용을 항진시키고 심장 수축 저항성을 높여 심장기능을 떨어뜨림으로써 질병상태에 이르게 한다”고 말하고, “미세소관과 근섬유분절 사이의 교차결합을 깨서 미세소관이 더욱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하고 심장근육이 잘 수축되게 하면 피 순환이 한층 순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타이로신 제거작용을 억제하는 특정한 약이 병든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는지를 조사 중이며, 쥐에 대한 실험을 마치고 사람의 심장에 대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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