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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1-01-06

팬데믹에 위력적인 ‘프리프린터’ 신속히 논문 게재해 바이러스 변칙 공격에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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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지난 2020년을 코로나19의 해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이 이 질병에 쏠렸고,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을 만큼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선구자이면서 2020년 노벨상 수상자인 캘리포니아 대학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교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그녀는 크리스퍼를 사용해 바이러스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팬데믹 사태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면서 사전 논문 게시 방식인 ‘프리프린터’가 꽃을 피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느렸던 정보 순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티 이미지

과학계 프리프린터로 바이러스에 대응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면서 논문 게시 방식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6일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생명과학 등 관련 분야 과학자들은 연구 초기의 논문 초안을 게재할 수 있는 ‘프리프린트(preprint)‘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출판전 논문’이라고 번역되는 이 정보 공유 방식은 196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처장이었던 에렛 앨브리튼 등이 참여한 정보교환그룹(Information ExchangeGroup)에서 설계한 것이다.

연구자들이 NIH에 논문 등을 보내면 해당 분야에서 자유스럽게 관련 자료를 교환할 수 있었다. 정보교환그룹에서는 이런 방식의 과학지식 공유가 전통적으로 매우 느린 출판 속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20세기 초중반 과학자들은 자발적으로 정보교환그룹과 비슷한 시도를 해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전자공학연구소에서는 비공식 기술 보고서들을 기관 내에서 공유하고 있었고, 미국 화학회의 페트로륨 분과에서도 출판전 논문을 공개 회람하고 있었다.

​이후 결성된 초파리 연구공동체 ‘초파리정보서비스(Drosophila Information Service)’도 유사한 방식을 표방한 것이다. 물리학의 경우도 연구소 도서관을 통해 비공식 문서들을 회람할 수 있었다. (김우재의 보통 과학자 참조)

그러나 이 같은 정보 공유 방식이 출현한 것은 인터넷이 일상화되기 이전이었고, 너무 빠른 시기에 시작한 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분야에서 과학자들이 이 방식을 채택했지만 학술지, 학회 등에서 논문을 검토하는 방식은 대부분 느린 과정에 머물러 있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동료 검토 등 기본적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었다. 특히 바이러스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 속에서 결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과학계 정보 공유 속도 급속히 빨라져

지난 수년간 생명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를 절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 공유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도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논문 초안을 업로드할 수 있는 ‘프리프린터’ 서버 사용을 확대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이 코로나19로 꽃을 피웠다. 팬데믹 사태 한가운데서 ‘프리프린터’ 서버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논문 발표의 장으로 등장했다. 의도한 대로 논문 검토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방역에 대처할 수 있었고, 백신‧치료제 등 관련 의약품을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기간 안에 개발할 수 있었다.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논문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잘못된 정보로 판명돼 연구 분위기를 흐리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학술지에 부실한 논문이 게재돼 그동안의 권위와 신뢰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완벽하지 않은 논문을 걸러냄으로써 과학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pr’의 과학담당 기고가인 에드 영(Ed Young)은 “이번 팬데믹 사태로 과거 느렸던 과학계가 신속한 연구 풍토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위험성이 인지되고 방역과 치료를 위해 과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서둘러 논문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프리프린터’가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

새해 들어서도 과학계에는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전의 경우 인플루엔자를 제외하면 바이러스 연구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국가 주요 기관, 대형 제약사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프린터’가 더욱 꽃을 피울 전망이다. 특히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bioRxiv.org’는 연일 비중 있는 논문들을 다수 게재하면서 세계적인 사전 출판 사이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리프린터’의 역사가 벌써 60여 년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이 논문 순환 방식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1-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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