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인도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이 때문에 화장터가 부족할 만큼 사망자들이 속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른바 ‘델타 변이’의 높은 전염력이 여러 원인 중 하나였다. 이후, 델타 변이는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 곳곳에 새로운 감염 폭발을 시작했다.
심지어는 전 국민의 60퍼센트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쳐 6월부터는 방역 수준을 완화해 경제 활성을 꾀하려 했던 이스라엘에서도 불과 몇 주 만에 다시 놀라운 속도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게 하였다. 순식간에 하루 확진자 수는 올해 1월 이스라엘의 코로나19 감염 폭발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와 같은 수준이 되었다.
부스터 샷 접종 시작한 이스라엘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7월 이른바 ‘부스터 샷’으로 불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이 추가로 1회를 더 접종하는 안을 긴급하게 승인했다. 아직 논의 단계에 있던 부스터 샷을 세계 최초로 접종하기 시작한 것인데,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 데다가 다시 봉쇄하기에는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의 다른 선진국들은 부스터 샷 접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세계 보건기구는 이미 선진국들이 부스터 샷 접종을 서두르지 않기를 당부한 바 있다. 여기에는 보건 취약 국가들과 취약계층들에게도 백신 접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윤리적 이유가 크게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스터 샷의 효용에 대한 과학적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에서는 지금 접종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들이 델타 변이에 대한 보호 효과가 이전의 코로나19 바이러스들보다 떨어진다는 증거들이 모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존슨앤존슨-얀센과 화이자-바이오엔텍과 같은 백신 회사들은 부스터 샷 접종 시에 항체량이 높아진다는 자체 결과를 보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관찰을 부스터 샷 접종을 위한 근거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과학계에서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우선해야
최근 ‘사이언스’지 기사는 이 같은 목소리 중 몇 가지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접종 대상으로 우선시하는 대신 이미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들을 한 번 더 접종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다. 아직 백신 접종률이 집단 면역 수준에 크게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효과를 높이더라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당수의 사람 사이에서 감염 폭발이 계속 이어지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의 감염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감염 폭발이 계속되면 새로운 변이들이 생기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백신 공급이 아직 세계적으로 균등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 1차 접종도 하지 않은 인구가 많은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백신을 방역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감염 폭발이 계속되면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부상했던 것처럼 언제든 새로운 변이가 나오게 되고, 그것이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부스터 샷 접종의 노력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8월 26일 자 ‘애틀랜틱’지는 "백신 부스터라는 착각(The Vaccine-Booster Mistak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어디에서든 통제 불능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그것이 즉각 세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팬데믹은 나라별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가 함께 공동 운명체로서 마주한 문제이며 백신은 이를 위한 물자인 만큼 그 분배에는 방역의 효율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인 셈이다.
부스터 샷의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해
그런가 하면 사이언스지의 기사는 부스터 샷이 과연 한 번으로 끝날 것인지 인플루엔자의 경우와 같이 주기적으로, 계절마다 맞는 식으로 자리 잡게 될지에 대한 여러 해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적당한 타이밍에 부스터 샷을 맞으면 면역력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데이터가 부족해 부스터 샷의 효과나 그 시기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부스터 샷 접종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의 경우, 어떤 연령층이나 계층에게 부스터 샷이 필요한 것인지, 마지막 백신 접종 이후 얼마나 뒤에 맞는 것이 효과적인지, 사용되고 있는 여러 백신 중의 어떤 조합으로 맞는 것이 효과적인지와 같은 여러 중요한 질문에 우리는 아직 답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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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9-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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