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의 바이오기업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1상 임상시험에서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는 것. 모더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은 ‘mRNA-1273’이다.
임상시험은 6주간에 걸쳐 18~55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45명을 15명씩 3그룹으로 나눈 다음 28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25㎍, 100㎍, 250㎍의 백신 후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2주 후에 참가자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 건너뛴 백신 후보물질 공개
25㎍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 100㎍ 이상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가 폭등하는 등 세계는 한동안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모더나’가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가 보도자료인 만큼 과학자들의 논평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20일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많은 과학자들이 아직 동물실험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 기대감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가장 주목을 받고 있던 연구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다.
지난주 옥스퍼드대는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6마리의 원숭이에게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시험 결과를 게재했다.
모든 신체 부위에서 신종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코(nose) 부위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다른 동물들처럼 신종 바이러스가 번식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사람과 닮은 원숭이에게서 백신 효과가 나타날 경우 곧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코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아 많은 과학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네이처’ 지는 이 같은 동물 실험에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 그룹의 연구팀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에 소재한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대표적인 경우다.
7월 중에 마지막 3상 임상시험 계획
많은 과학자들은 세계가 고대하는 백신이 완성되기 위해 12~18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위스콘신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데이브 오크너(Dave O’Conner) 교수는 “강력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12~1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분한 검증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돼야 2세대, 3세대 백신을 개발해나갈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바이오기업 ‘모더나’는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빠른 백신 개발을 서둘러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이라는 초고속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따른 것. 12~18개월 걸리는 개발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늦어도 내년 1월까지 3억 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목표 설정이 가능했던 것은 ‘모더나’에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이 RNA 백신이기 때문이다. ‘모더나’의 ‘mRNA-1273’는 바이러스로부터 추출한 물질이 아니라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코딩하는 메신저 RNA다.
바이러스 항체 형성을 유도한 후 사라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빠른 개발이 가능한데 그런 만큼 ‘모더나’는 개발 중인 다른 백신들과는 달리 가장 빠르게 임상 시험에 돌입할 수 있었다.
‘모더나’의 털 잭스(Tal Zaks) 수석 의료책임자는 투자 설명회에서 “백신 후보물질 ‘mRNA-1273’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기에 충분한 항체를 생성하고 있다.”며 완제품 생산을 확신하고 있다.
문제는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RNA 백신이 지금까지 한번도 개발된 적이 없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다. 그런 만큼 최초의 효능을 손쉽게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의 백신 전문가 피터 호테츠(Peter Hotez) 교수는 “아직까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자료만으로 ‘mRNA-1273’의 효능을 인정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mRNA-1273’가 항원을 중화해 소멸시킬 수 있는 후보물질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더나’에서 항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워싱턴 대학의 마이클 다이아몬드(Michael Diamond) 교수는 “현재 동물실험을 마친 후보물질이 바이러스 감염을 충분할 정도로 퇴치하고 있으며,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모든 사항을 다 감안해 백신을 개발할 경우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시험 결과를 토대로 오는 7월 600명이 참가하는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물질 ‘mRNA-1273’이 지속적으로 충분한 항체 생성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최초로 등장한 새로운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들이 어떻게 풀릴지 또 다른 사안들도 거론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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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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