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코끼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들 중의 하나다.
그러나 종종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쓰레기통과 같은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먹이를 구하기 때문. 이로 인해 종종 지역 거주민들과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태국인들은 이런 소동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 철조망이나 불을 사용해 거주지에 접근하는 코끼리를 쫓아내왔다. 그러나 일부 코끼리들이 다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후각 통해 양적 차이 쉽게 파악해
4일 ‘사이언스’, ‘뉴사이언스트’, ‘인버스’ 등 주요 과학지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태국인들이 매우 현명한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코끼리가 냄새를 통해 먹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일부 주민들은 코끼리들에게 특수한 냄새를 풍겨 코끼리들로 하여금 쓰레기통을 뒤질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다투는 일없이 코끼리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지켜본 과학자들이 있다. 미국 뉴욕의 헌터 칼라지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어느 정도의 지각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개의 통 안에 서로 다른 양의 해바라기씨를 넣은 후 코끼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코끼리들이 해바라기씨가 가장 많은 들어 있는 통을 정확히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투입된 코끼리는 ‘엘레파스 막시무스(Elephas maximu)’라는 아시아 코끼리의 한 종(種)이다. 보통 인도코끼리로 알려져 있는데 어깨 높이가 2~3.5m이고, 체중은 2000~ 5000kg 정도다.
먹이로는 코끼리들이 매우 좋아하는 해바라기씨 11종을 코끼리 취향에 따라 다르게 사용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위해 안이 보이지 않는 통에 구멍을 뚫어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한 후 여러 개의 통 가운데 어떤 통을 고르는지 관찰을 시도했다. 그리고 코끼리들이 다른 통과 비교해 59~82% 먹이가 더 많이 들어있는 통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끼리가 후각을 통해 이런 추론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가 학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면 코끼리는 후각을 통해 수학적 능력을 발휘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Elephants have a nose for quantity’이다.
후각 유전자 개보다 2배 이상 보유
조슈아 플로트니크(Joshua Plotnik) 박사는 코끼리가 후각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개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병행해 실시한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번번이 먹이가 많은 통을 고르는데 실패했다는 것.
이는 코끼리가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매우 뛰어난 후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많은 수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실제 연구 결과 개의 811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약 20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슈아 플로트니크(Joshua Plotnik) 박사는 아시아 코끼리의 이런 능력이 아프리카 초원에 거주하던 마사이족(Maasai), 아프리카에서 농사를 짓던 캄바족(Kamba)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뛰어난 후각으로 19.2km 떨어져 있는 곳의 식량과 물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먹거리를 놓고 사람과 코끼리가 오래 전부터 후각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류 조상이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먹거리와 관련된 경로를 통해 이주해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냄새를 통해 음식의 양을 수학적으로(mathematically)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코끼리의 이런 능력이 다른 동물들에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켜왔는데, 이번 경우는 후각을 발달시켜온 독특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를 이끈 조슈아 플로트니크(Joshua Plotnik) 박사는 ‘인버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가 학생들과의 수업 중에 우연한 궁금증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코끼리를 타고 있던 관광객들이 샌들을 떨어뜨리면 그것을 다시 되찾아오는 장면을 수시로 목격해왔는데 코끼리 사육사(mahouts)들은 이런 행위가 단순히 사람의 지시 따른 일상적인 결과로 판단해왔다”는 것.
연구팀은 코끼리의 이런 행위가 사람의 지시가 아닌 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코끼리의 청각과 후각 등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코끼리의 청각이 사육사로부터 소리에, 후각은 사육사의 발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코끼리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 방향을 새롭게 바꾸어놓았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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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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