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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12-13

침이 유방암 통증치료에 효과 있다? 회의론자들은 ‘플라시보 현상’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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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환자에게 침을 놓으면 통증이 줄어들까? 양방과 한방이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우리나라 처럼, 외국에서는 이런 토론이 오래 동안 계속되어왔다. 공통점은 침으로 효과를 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적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유방암 환자들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침을 많이 사용한다. 이에 미국 의과대학의 여성 과학자들이 침의 통증효과에 대해 과학적 실험을 한 결과를 발표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콜럼비아대학 의학센터의 돈 허시맨(Dawn Hershman) 박사는 침술이 유방암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보도자료를 통해서 발표했다.

침이 유방암 환자들의 통증완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Pixabay
침이 유방암 환자들의 통증완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Pixabay

허시맨 박사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11곳의 암 센터에서 226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12주 동안 임상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유방암을 앓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에게 침술 치료를 했더니, 통증이 줄어들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 12월 7일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열린 국제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1곳에서 226명 12주간 치료 결과 발표 

침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아편과 비슷한 합성 진통 마취제인 오피오이드(opioid) 계열의 진통제를 사용하면, 중독성 같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암센터에서는 이 때문에 다른 보완적인 치료방안을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기관 (National Cancer Institute)이 지정한 암센터의 90%는 환자에게 침술을 해보라고 제안하고 있으며 70% 이상은 부작용 치료로 침술을 제공한다.

돈 허시맨 박사는 침술이 유방암 치료제로 많이 처방하는 아로마테즈 억제제(aromatase inhibitors AIs)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는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아로마테즈 억제제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을 낮춰서 5년에서 10년을 복용하면 암이 재발할 위험을 줄여준다. 그러나 이 억제제는 관절염과 유사한 통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내는데 이 때문에 절반 정도의 환자들은 억제제 복용을 중단한다고 허시맨 박사는 밝혔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소규모로 진행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자 허시맨 연구팀은 더 큰 조사를 수행했다. 226명의 여성들을 3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정상적인 침술치료를 받았으며, 다른 하나의 그룹은 가짜 침 치료를 받았다. 경혈이 아닌 곳에 실제보다 약간 얕게 침을 찌르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 그룹은 일체의 침 치료를 받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침구가들에게 일관된 치료를 하도록 요구했으며, 여성환자들은 통증 정도를 기록했다.

처음 6주 동안 환자들은 매 주 두 번씩 침 치료를 받은 뒤, 6주간은 일주일에 한 번 치료했다.

침술치료를 받은 그룹의 ‘가장 아픈 통증’은 0에서 10으로 나눈 통증 진단표에서 가짜 침술치료나 침술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서 1칸 더 낮게 나왔다. 이것은 통계학적으로 중요한 효과를 갖는 것이며 통증완화 약으로 사용하는 듀록세틴(duloxetine)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통증완화 효과보다 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침술을 주류 의학에 포함시키자” 

게다가 적어도 통증이 2칸 이상 좋아진 환자는 침술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은 30%이었으나 침술치료를 받은 그룹은 58%로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허시맨은 이를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라고 표현했다.

“이번 연구는 침 치료가 여성들에게 매우 좋은 효과를 내고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준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콜럼비아대학 어빙의학센터(Irving Medical Center)의 캐서린 크루(Katherine Crew)교수는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통증정책연구실장이면서 페인 메디신(Pain Medicine) 저널 편집장인 롤린 갤러거(Rollin Gallagher)는 “이번 실험은 매우 좋은 침술 임상실험”이라고 말했다고 네이처(Nature)는 보도했다.

갤러거는 “침술을 주류의학에 포함시키는 것이 규제받지 않은 상태로 아웃소싱하는 것 보다 나으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피오이드 계열의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고 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수 만 명의 여성들이 매년 아로마테즈 억제제(AIs) 같은 진통제를 사용한다. 어떤 여성들은 이런 진통제를 최장 10년 동안 복용하도록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이 진통제는 약 절반의 환자들에게 무릎 엉덩이 손 손목 등에 영향을 미치는 관절통증을 유발, 걷거나 앉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타이핑이나 운전같이 기본적인 일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돈 허시맨 박사는 “내 환자 중 어떤 이는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어려움을 느낄정도”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좋은 방안이 없으면 많은 여성들은 암치료를 중단할 것이다. 이것은 유방암 환자들이 아로마테즈 억제제 복용을 중단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므로 해결책이 필요하다.

돈 허시맨 박사 ⓒSWOG/THE HOPE FOUNDATION
돈 허시맨 박사 ⓒSWOG/THE HOPE FOUNDATION

허시맨 박사는 “우리들은 여성들이 암치료를 계속 진행해서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실험결과를 발표한 샌 안토니오 유방암심포지엄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유방암 연구 모임 중 하나로, 지난해의 경우 93개국에서 7,470명이 참석했다.

침 치료가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를 아직은 알 수 없다. 허시맨은 침 치료가 사람의 뇌에 있는 자연적인 통증완화 물질을 내도록 유발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침 치료가 염증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허시맨 연구팀은 환자의 다양한 부위에서 혈액을 채취해서 분석하고 있다. 침을 놓는 경혈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침술에 대한 엄격한 이중 맹검 실험을 벌이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일 의대 신경과학자인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같은 사람은 침술은 “과학적 배경이 전혀 없으며 침술을 권하는 것은 환자에게 마술이 통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을 한다고 네이처(Nature)는 보도했다.

영국 엑스터 대학의 명예교수인 에드자르 언스트 교수(Edzard Ernst) 역시 이번 연구를 비판한다. 언스트 교수는 환자들은 침술사들이 진짜 침을 놓는지 가짜 침을 놓는지 알기 때문에, “침은 여전히 연극같은 플라시보(theatrical placebo)”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시 슬로안케터링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re)의 준 마오(Jun Mao)는 이번 연구는 “환자들이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밖에 없는 연명치료나 인지행동치료 같은 방법에 비해서는 더욱 더 엄격한 이중 맹검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마오는 회의론자들이 침술에 대해서만 특별한 케이스로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침구사 실력에 치료 효과 영향 받아”

이 같은 논란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침을 이용한 많은 사람들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학적인 실험 방법’을 고안하기가 쉽지 않았다.

먹는 약의 경우 가짜 약을 만들면 되지만, 침은 바늘을 피부에 찔러 넣기 때문에 ‘가짜로 침을 놓는’ 실험방식을 고안하는 것이 과학적인 실험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과학자들의 인정을 받을 만큼 비교적 과학적인 실험방식을 사용했다. 가짜 침을 맞는 그룹은 침 바늘을 찌르기는 하지만, 침자리가 아닌 곳, 다시 말해 경혈이 아닌 곳에 실제 침 놓을 때 보다 얕게 바늘을 찌르는 방식을 채택했다. 더구나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연구비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회의론자들이 침의 통증완화효과는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라고 주장하지만, 반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려웠던 것은 대규모의 과학적인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침에 대한 과학적 실험이 더 필요할까? ⓒPixabay
침에 대한 과학적 실험이 더 필요할까? ⓒPixabay

이번 연구가 비교적 ‘과학적 실험’이라는 평판을 얻은 것 같지만, 침이 주류 의료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과학적 임상실험이 많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보스톤의 다나 파버 암연구소(Dana Farber Cancer Institute)의 앤 파트리지(Ann Partridge)박사도 이번 연구결과를 환영했다. 파트리지 박사는 ‘메드스케이프 메디컬 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아로마테즈 억제제를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근골격계 증상을 약을 쓰지 않고 줄이려는 여성에게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파트리지 박사는 그러나 “모든 침이 같은 효과를 내지 않는 데다 침구사의 실력에 치료 효과가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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