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간 알콜 중독과 과다 약물 복용에 빠져있던 싱어송 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사망소식이 전해졌다. 영․미권 최고의 앨범, 최다 음반 판매 등의 기록을 세우고 이른바 '천재 뮤지션'으로 칭송받던 실력파였지만 약물로 얼룩진 그녀의 27년 생애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녀의 경우는 매우 극단적이긴 하나, 소위 예술가 집단에서 약물 중독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소위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의 알콜․약물 중독은 항상 도마에 오른다. 사건에 연루되었던 한 뮤지션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약물을 복용해야만 악상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불법이지만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창의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일리가 있는 행위일까? 미국 대중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죽음과 관련하여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린든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창의성과 약물 중독, 연결 고리가 있나
창의성과 약물 중독,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 데이비드 린든은 이에 "창의성과 중독은 엄연히 관계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창의성과 중독 자체의 고리가 아니라, 창의성의 '전제 조건'과 중독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족과 쌍둥이들 간의 유전적 상속 가능성'연구에 따르면 중독에 빠지는 성향의 40%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어있다. 천재나 정신이상자, 식욕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 도파민 D2 수용체가 적은 것도 한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위험을 감행하려 하며, 창의적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중독에 빠진다.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독에 빠지는 모든 예술가가 이러한 성향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성향을 가진 창의성 있는 예술가는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이 맞다.
이러한 중독은 강한 기쁨을 느껴서보다는 자신의 나약함을 느낄 때 더욱 쉽게 빠진다는 것, 즉 더 큰 무언가를 성취하려할 때 '무엇'에 중독되기 쉽다. 창의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러지 못했을 때 대중으로부터 잊히고 비난받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이러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석이다. 이 중독에는 알콜이나 약물 뿐 아니라 음식, 도박, 섹스도 포함된다. 유명한 예술가들 중 마니아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예가 될 수 있겠다. 이러한 중독에서 오는 충동적인 행동들이나 위험을 감행하는 일들이 창작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천재와 정신이상자의 공통점, 도파민 D2 수용체는 무엇?
그렇다면 과연 이 도파민 D2 수용체는 무엇일까. '천재와 정신이상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맞았던 걸까? 도파민은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기쁜 순간에 많은 양의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다 분비 시 조울증 및 정신질환의 원인이기도 하다. D2 수용체는 이를 조절하기 위해 K+채널이나 Ca2+채널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D2 수용체가 적으면 이 조절이 어려워져, 과도한 도파민의 분비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천재는 과도한 도파민의 분비가 창의적으로 발현된 경우이다. 천재들의 두뇌에서는 부족한 도파민 D2 수용체 덕분에 한꺼번에 여러 영감이 떠오르며 대뇌의 혼란이 오는 순간에 걸작이 탄생한다. 역사 속 많은 천재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술, 여색에 빠져 있다가 자살 등으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 상당히 괴이하게 느껴지는 종류의 강박관념에 시달린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도파민 D2 수용체의 '조절자' 로서의 역할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중독, 치료하면 창의성이 없어지나
그렇다면 다양한 종류의 중독을 치료하면 창의성이 결여될까. 데이비드 린든은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중독을 치료하는 것은 '유전적인 성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완벽한 치료가 어려우며 항상 재발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치료하여 중독을 극복하려면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 느껴지는 욕구를 줄이거나 욕망에 저항할 수 있는 행동 전략을 택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극복한 중독 환자들이 선택했던 방법이다. 유전적인 성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므로 의지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통제해야하는 것이다.
타고나길 창의성이 넘치는 사람들은 타고나길 중독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그 창의성을 위해 건강을 해치고 법을 어기는 행동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약물 복용 등의 불법적인 중독 이외에도 '건전한 중독'들이 많으니,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또 중독에 쉽게 빠지는 성향, 충동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괴롭다면 도파민의 과다 분비를 조절하도록 병원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이승아 객원기자
- himeru67@hanyang.ac.kr
- 저작권자 2011-07-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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