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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20-11-02

지하수까지 점령한 미세플라스틱 식수를 통해 매주 1700개 입자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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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이 우리가 마시는 식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주에 개최된 미국 지질학회의 ‘2020 연례회의’에서 세인트루이스대학의 테레사 바라자 피아주엘로 박사는 카르스트 대수층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세플라스틱과 그 부정적인 영향은 바다, 강, 토양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지하수 오염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하수는 식수의 원천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지하수까지 점령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우리가 마시는 식수도 심각하게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십 년 이상 환경에 머무르는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 전체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있는 유기체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때 독소 또한 섭취하기 때문이다. 그 독소는 생물 축적 현상에 의해 점점 더 큰 유기체로 옮겨가게 되고, 결국 장기 기능장애나 유전적 돌연변이 같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지하수가 존재하는 동굴 생태계는 특히 이 같은 오염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롱뇽, 맹꽁이 등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이 오염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수는 같은 대수층에서 수백 년 이상 머무를 수 있으므로, 그로 인한 화학적 영향이 그곳에 사는 유기체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생태계 전체에 피해를 주는 장기적인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경로는 식수

‘사이언스데일리’의 보도에 의하면, 피아주엘로 박사팀은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대수층을 통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미주리 주의 한 동굴에서 매년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의 연구는 강수량이 적은 조건에서만 행해져 왔기 때문에, 홍수가 일어났을 때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하고 있다.

연구 결과 홍수가 발생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지하수에서 증가하며, 홍수가 약해지기 시작한 이후 다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홍수로 인한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농도 변화 연구는 앞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피아주엘로 박사가 미주리 주의 한 동굴 입구에서 지하수를 채취하고 있다. ©Teresa Baraza Piazuelo

이와 관련해 호주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플라스틱 오염이 전 세계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맥주부터 조개, 소금 등을 통해 인간들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경로는 식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사람들의 경우 매주 1700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식수에서 섭취한다는 것. 그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은 생수, 수돗물, 지하수, 지표수에서 발견된다. 특히 수돗물은 미국에서 발견되는 모든 유형 중 가장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돗물의 약 95%가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식수에 이어 조개류에서는 매주 182개의 입자를, 그리고 맥주에서는 10개의 입자를 섭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일반 사람들이 매주 섭취하는 플라스틱의 양은 약 5g에 달한다. 즉, 우리들은 매주 신용카드 크기만 한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인체 장기에서 비스페놀 A 검출돼

한편, 올해 초 미국화학회 연구진은 뇌 등의 인체 장기에서 47개의 미세플라스틱 샘플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7개의 인체 샘플 모두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A(BPA)를 발견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지하수층도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등의 공동연구진이 2019년 2월 미국지하수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지하수’에 발표한 논문에 의해서다.

당시 연구진은 세인트루이스 도심지역의 석회암 파쇄대 대수층 등 17개의 우물과 샘물에서 지하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1리터당 6.4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17개 샘플 중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야생동물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노출이 불임, 염증, 암 등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으나,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10%도 안된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모두 분해되어 바다나 강, 지하수 등의 수계로 흘러들어간다. 그럼에도 2050년에 플라스틱 생산량은 현재의 4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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