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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2-01

지카바이러스 퇴치 나선 과학계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 감염 등 모기 퇴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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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의 잠재적 위험성을 주제로 고위 간부와 감염국 대표, 질병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한 긴급위원회를 열고, 선천성 뇌 기형아 출산과 관련해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일 발표된 이번 선언에 따라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과연 브라질에서 태어난 수많은 소두증(小頭症) 어린이 출산과 관련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연구기금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감염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지원과 모기 통제를 통한 구체적인  바이러스 확산 방지대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카바이러스에 비상사태 선언한 WHO

WHO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개인위생 등을 철저히 지키라는 권고 이외에 유행국에 대한 여행 자제 등의 정식 주의발령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2013년 후반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할 당시의 늑장 대처를 거론하며 WHO의 결단을 촉구해 왔다.

WHO의 이번 조치로 세계 각국은 구체적인 지카 바이러스 방역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한편 백신과 치료법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와 혈투를 벌이고 있는 브라질에도 강화된 지원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왼쪽과 오른쪽)와 같은 Aedes종으로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Aedes Ablopictus)(가운데). 뎅귀열도 옮기는 이 모기가 미국 북부의 5대호 주변에서까지 발견되자 미 보건당국과 학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 Wikipedia / CDC / 연합뉴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왼쪽과 오른쪽)와 같은 Aedes종으로 열대와 아열대지방을 포함해 우리나나의 산야에도 서식하는 흰줄숲모기(Aedes Ablopictus)(가운데). 뎅귀열도 옮기는 이 흰줄숲모기가 미국 북부의 5대호 주변에서까지 발견되자 미 보건당국과 학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 Wikipedia / CDC / 연합뉴스

WHO는 최근 미주대륙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올해 400만명까지 감염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우리 나라도 지난 1월 29일 보건복지부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4군 전염병은 신종 감염병으로 국내에서 새로 발생했거나 외부에서 유입이 우려되는 질병이다.

최대 발생국인 브라질에서는 현재까지 150만명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두 번째로 많은 콜럼비아아에서는 2만여명의 감염자 중 여성이 63.6%로 이중 2100여명이 임신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엘살바도로 2500명, 온두라스 1000명, 미국 36명 등 미주지역 23개국에서 감염자가 나왔고, 미주 이외 지역에서는 중남미를 여행하고 돌아온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대만인 등이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명이 지난해 이미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 확인돼 지카열이 뎅귀열과 증상이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 감염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도 있다.

소두증, 아직 확증 없으나 심증은 굳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주일 안에는 대개 가벼운 열이나 발진 정도가 생기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뇌 발달과 성장에 문제가 생기는 소두증 어린이를 출산할 우려가 높아 가임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3448건의 소두증 의심사례 가운데 현재 270건이 소두증으로 확진됐고, 콜럼비아에서는 감염 추세로 보아 올해 500건의 소두증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와이 오하우에 사는 한 여성은 지난해 5월 임신 초기일 때 브라질을 여행했다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금년 1월 소두증 어린이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여성의 임신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며 출산 때까지 아기의 상태는 알지 못 했다고 한다.

2016년 1월 현재 지카 바이러스 분포 지역(왼쪽). 오른쪽은 태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두증. ⓒ Wikipedia / CDC
2016년 1월 현재 지카 바이러스 분포 지역(왼쪽). 오른쪽은 태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소두증. ⓒ Wikipedia / CDC

지카 바이러스가 과연 직접 소두증을 일으키는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모기가 옮기는 치쿤구냐 바이러스는 산모에서 태아로 수직 감염되거나 출산 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와 관련해 △이집트 숲모기는 서식지역의 집 안팎에서 활동하면서 낮에도 사람을 물며,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물리면 임신 중 태아에게 감염되거나 출산 때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최근 지카 바이러스 감염지역을 여행하고 2주 이내에 두가지 이상의 증상을 가지고 있거나 혈청 양성 반응을 보이는 임신부에게는 의사가 양수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에 감염되면 소두증 이외에 망막에 이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브라질의 한 지방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발병 어린이 가운데 40%가 망막에 색소변화나 반점이 있는 흉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신 빨라야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

의과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질병 예방에는 백신이 가장 유효하나 빨라야 올해 말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별한 치료법도 아직은 없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일차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다.

연구자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가 뎅귀열이나 황열을 옮기는 모기와 같은 종이어서 이들 모기를 대상으로 한 차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바이러스 연구자인 앤서니 제임스(Anthony James )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는 지난 1월 30일 ‘NPR’과의 인터뷰에서 모기 퇴치를 위한 방법으로 환경에 해를 주지 않도록 타겟 모기 만을 골라 공격하는 유전자 변형방법 적용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자 일부에서는 환경 파괴의 한 원인으로 꼽혔던 살충제 DDT를 가정 등에 국한해서 사용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DDT는 모기나 곤충 등을 무차별적으로 박멸하는 게 문제다.

유전자 변형 모기로 뎅귀열과 지카바이러스 등을 퇴치하려는 앤서니 제임스 교수(왼쪽)과 항바이러스제 기초연구를 내놓은 최혜련 교수 ⓒ UC Irvine / TSRI
유전자 변형 모기로 뎅귀열과 지카바이러스 등을 퇴치하려는 앤서니 제임스 교수(왼쪽)과 항바이러스제 기초연구를 내놓은 최혜련 교수 ⓒ UC Irvine / TSRI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의 방법은 유전자 변형된 모기의 난자를 암컷 모기에 미세 바늘로 주입해 퍼뜨리는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에서 유전자 트릭을 이용해 이 유전자들이 매우 빠르게 퍼지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 제임스 교수는 “이 방법을 이용해 뎅귀열 퇴치에 착수했다”며 “이 방법이 성공하면 돌 하나로 여러 마리의 새를 맞히듯 지카 바이러스와 뎅귀열, 치쿤구냐 등까지 모두 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과학자 최혜련 교수의 항바이러스제 연구도 관심

미국 위스컨신 의대 매튜 앨리오타(Matthew Aliota)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남태평양을 거쳐 미주대륙에 상륙하기 전까지는 증세가 미미한 정도였다"며, " 브라질에서 대대적으로 발생하면서 소두증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의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리오타 연구원은 학술지 ‘유행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 1월 26일자에 “’뎅귀열 퇴치 프로그램’ 연구의 하나로 월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를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병인 뎅귀열, 치쿤구냐, 황열을 옮기는 모기에 감염시켰더니 감염된 모기가 이들 질병을 옮기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남미 지카 바이러스 모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플로리다 스크립스 연구소(TSRI)의 한인과학자 최혜련 교수팀의 항바이러스제 연구도 주목된다. 최교수팀은 에볼라, 웨스트 나일, 뎅귀열 등을 포함한 위험한 바이러스들의 감염 과정에서 바이러스 표면에 나타나는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PE)라는 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 11월호에 발표한 바 있다.

최교수팀은 위 연구에서 듀라마이신(duramycin)이라는 항생제가 이 분자의 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PE에 결합해 세포 침투를 방해하는 듀라마이신과 같은 PE저해제 등을 활용하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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