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도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17일부터 3월9일까지 22일 간 지카환자 발생지역인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를 여행하고 귀국한 남성 L모씨(43세)가 귀국 일주일 후 발열 증세를 보여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카 환자로 확진됐다고 22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가 발열과 근육통, 발진이 있었으나 상태가 좋아졌으며, 국내 첫번 째 환자인 점을 감안해 격리 상태에서 추가 정밀검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환자 L씨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감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 홍콩 등지에서 지카 환자가 발생한 점에 미루어 우리 나라에서 지카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비행기 등 운송수단의 발달로 사람과 물품의 교류가 빈번해 진 오늘날 감염병은 한 지역, 한 국가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창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감염원은 단연 사람으로 본인 스스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증상 발생시 즉시 신고해야 한다. 환자 L씨는 브라질 현지에서 모기에 많이 물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건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브라질이나 콜럼비아 등 지카가 유행하는 중남미지역을 여행할 경우 여행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팔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에어컨이 설치된 숙소에 묵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예방을 위한 여행자 키트로 △침대 모기장 △모기 기피제 △퍼메트린 스프레이 △정수제 △체온계 △콘돔을 제시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에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정신지체나 영아 사망을 일으키는 소두증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 실험실 배양 인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는 태아의 대뇌피질을 형성하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태아를 조기에 사망케 하거나 새로운 뇌세포 생성을 막아 소두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3일 후 대뇌피질 신경 원시세포의 9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이 같은 높은 감수성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촌 지카 유행, 흰줄 숲모기 능력에 달려”
우리 나라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흰줄숲모기와 성접촉, 수혈 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 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빨아 모기 자체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다른 사람을 물어서 감염시키는 경우다. 만약 발생국가에서 모기에 물렸으나 증상이 없는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이 모기들에게 물리고, 이 모기들이 다른 사람을 연이어 문다면 전파될 위험성이 없지 않다.
흰줄숲모기가 알을 낳기 전에만 사람의 피를 많이 빨고, 그후 알을 낳고 죽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 모기가 아프리카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를 양산한 전례가 있고, 공격성이 높다는 점, 성체가 조건에 따라 월동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 모기 방제는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텍서스대(오스틴)와 호주 사우스웨일즈대 연구팀은 ‘랜싯 감염병’ 3월17일자 온라인판에 ‘지구촌에서 지카바이러스 유행 여부는 흰줄숲모기의 감염능력에 달려있다’는 논문을 통해 유행 위험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먼저 이집트 숲모기가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유일한 매개체라면 유행 위험은 북아메리카의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텍서스 등에까지만 국한된다고 봤다.
이어 두번째로 흰줄숲모기가 또다른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동아시아와 남부 아시아는 물론 캐나다와 칠레, 서유럽에서까지 지카바이러스 병이 토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유행 위험은 지카가 풍토병으로 굳어진 지역으로부터 비행수단을 통한 유입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발생국가에서 귀국 후 두 달 이상 성접촉 말아야
지카바이러스는 대부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 숲모기에 물려서 감염되지만 성접촉과 수혈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감염지역을 여행하고 귀국한 남성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와 상태가 좋아져 증상이 사라졌을 때는 물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도 배우자와 성접촉을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지카바이러스는 남성에게 감염됐을 때 피보다 정액에 많이 응집돼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오래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정액에 얼마나 오랫 동안 남아있는지, 증상이 전혀 없는 감염자도 정액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지,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발생국가에서 돌아온 후 최소 2개월 이상은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모기 등에 물려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발열이나 발진 등의 증상은 다섯명 중 한 명에게만 나타난다. 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감염자 중 헌혈이나 수혈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증상이 없더라도 발생국가에서 귀국한 뒤 한 달 간은 헌혈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흰줄숲모기 방제 외에 성접촉과 수혈에 대한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 여행자에 대한 감시 강화, 체계적인 혈액 관리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6-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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